[종합]최민식의 휴먼드라마, 170억 넘는 CG 호랑이 `대호` 넘을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컴퓨터 그래픽(CG) 기술력이 조금 모자라도 그걸 상쇄할 수 있는 강력한 휴먼드라마가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면 기술적인 결함마저 끌어안고 갈 수 있지 않을까?"
배우 최민식이 10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대호'의 제작보고회에서 이같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호'는 일제강점기, 더 이상 총을 들지 않으려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최민식)과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호랑이는 전체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작업했다. 상당한 제작비를 차지했다.
최민식은 "'대호'의 진짜 주인공은 호랑이인데 CG다. 관객이 '너네 호랑이 얼마나 잘 만들었나 보자'고 올 텐데 170억원이 넘는 제작비의 라이온 킹이 되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드라마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천만덕의 가치관, 그가 생을 사는 태도 등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영화화되기까지 8년가량이 걸렸다고 밝힌 박훈정 감독도 "CG 때문에 이 작업이 가능할 것인지 회의감이 들었고 촬영하면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며 "CG 퀄리티 가늠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다른 대안의 촬영을 했다. 드라마가 강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대호'에는 정만식이 포수 구경, 김상호가 포수 칠구, 정석원이 일본군 장교 류, 일본 배우 오스기 렌이 일본 고관 마에조노를 각각 맡았다. 호랑이를 잡으려 혈안이 된 인물들을 연기했다.
행사에 함께한 정만식은 "불러만 준다면 충성을 다하겠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았다"고 했고, 김상호는 "시나리오를 보고 호랑이 이야기를 이렇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떨렸다"고 회상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 앞서 최민식은 화장실에서 넘어져 허리를 삐끗했다. 아픈 몸에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다. MC 박경림이 극 중 천만덕이라는 이름이 '1000만 관객 덕을 보겠다는 뜻이 아니냐'고 하자 "이런 질문이 나올 줄 알고 답을 준비했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라고 말해 현장을 웃겼다.
한겨울 눈덮인 지리산에서 호랑이 사냥을 위해 뛰고 구르는 액션 연기를 펼쳤다. 스틸과 영상을 통해 공개된 모습이 쉽지 않은 작업이었음을 알게 한다. 하지만 최민식은 "산에서 뛰려니 당연히 힘들지만 운동도 하고 좋다. 물리적 고통이라고까지 할 것도 없다"며 "항상 같이 작업하고 싶은 동료들과 함께해 행복했다. 작은 역할로 참여한 분들도 진정한 프로의식을 갖고 연기했다. 늘 그래 왔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그런 데에 감동과 감명을 받는다"고 짚었다. 김상호도 "위험하긴 했지만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돼 있었다"며 "모든 게 다 재미있고 즐거웠다"고 좋아했다.
최민식과 '신세계'를 함께했던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라미란, 김홍파 등도 힘을 실었다. 12월16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