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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사인 자영(한은정)과 딸 유진(공예지). 모녀는 다른 듯 닮았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두 사람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간신히 삶을 이어가는 듯한 두 사람의 파국은 남편이자 아빠가 죽으면서 예고된다.
딸은 아빠에게 맞고 쓰러진 엄마가 죽은 줄 알고 아빠의 술에 약을 탔다. 재판이 진행되고, 자영은 정상 참작을 유도하기 위해 남편이 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고 진술한다.
'자유'의 몸이 된 두 사람. 3년이 흐른다. 엄마는 그토록 원한 전임 교수가 됐고, 딸도 과거의 잘못을 잊고 새로운 곳에서 새 삶을 사는 듯하다. 주유소에 들른 모녀는 친절하고 자상한 남자 동하(조동혁)를 만난다. 주유소 사장 동하 덕분에 두 사람은 행복해 보인다.
전 남편과는 다른 친절함에 넋을 빼앗긴 자영은 동하와 결혼한다. 하지만 딸도 이 남자를 좋아하고 있었다. 아빠가 된 남자와 해서는 안 될 사랑이 싹튼다. 예상된 파국이다.
새 아빠와 딸의 사랑. 육체적인 것으로까지 이어진다. 이 불편한 관계를 영화 '세상끝의 사랑'은 시종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인다. 위험한 사랑의 결말을 경고하는 것일 수도, 사랑이라는 존재의 민낯을 파헤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말에서 그 의미는 더 크게 와 닿는다.
다만 각 인물의 감정이 조금 더 견고하게 쌓아 올라갔으면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게 단점이다. 한국 정서상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감독은 수차 등장하는 암전 효과로 관객들로부터 세 사람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한 듯하지만, 생각은커녕 상황 자체만으로 거슬리는 이들도 많을 듯하다.
조동혁과 공예지의 정사신은 파격적이고 과감하다. 새 아빠와 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좀 더 현실적으로, 거부감 없이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어렵고 힘든 사랑에 대해 충분히 의문을 품고 생각하게 하며 고뇌에 빠지게 한
한 남자에게 사랑에 빠진 모녀와 모녀에게 다가온 남자 중 과연 누가 더 나쁜 걸까. 인간은 따지고 보면 이기적인 존재다.
'로드무비', '얼굴없는 미녀' 등을 연출한 김인식 감독의 신작이다. 100분. 청소년관람불가. 12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