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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끝나고 모든 대원이 등산복 버렸을 걸요? 하하"(황정민)
"고산병 두통 때문에 먹지도 자지도 못했어요. 자괴감에 빠진 날이 많았습니다. 나 자신이 작아졌어요."(정우)
12월 개봉하는 영화 '히말라야'에 참여한 황정민, 정우 등 원정대 대원을 연기한 배우들이 힘들었던 점을 이같이 토로했다. 9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히말라야' 제작보고회에서다.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가슴 뜨거운 도전을 그린 이야기다. 황정민이 히말라야에서 생을 마감한 동료를 찾기 위해 원정에 나선 엄홍길 대장 역, 정우가 에베레스트 등정 후 하산 도중 조난당해 생을 마감한 박무택 대원 역을 맡았다.
황정민은 "우리나라에 산악 영화가 거의 없었다. 그 궁금증이 제일 컸다"며 "영화 '댄싱퀸'을 통해서 이석훈 감독님과 호흡을 맞췄는데 팀워크가 좋았다. 같은 팀과 다른 영화로 만나는 것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재미있겠구나' 했는데 막상 해보니 쉬운 영화가 아니었다"며 "우리가 8000m까지는 올라가진 않았지만 그 이상 올라간 것처럼 힘든 걸 느꼈다. 반성도 했고, 진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정우는 "현장에서 막내였는데 정신력이나 체력적인 면에서도 막내였던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었다"며 "내 몸 하나 지키기도 힘들었다. 막내라 현장에서 애교도 부리고 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영화는 엄홍길 대장이 지난 2005년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거두기 위해 휴먼원정대를 꾸려 해발 8750m 에베레스트 데스존으로 떠난 실제 이야기다.
황정민은 "실제 엄홍길 대장을 만났지만 내가 흉내 낼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며 "다만 산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정신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걸 대본을 읽었을 때는 못 느꼈는데 촬영하면서 느꼈다. 형이자 이 팀을 이끄는 리더로 어떤 숙명 속에 산을 올라가게 되자 엄홍길 대장의 감정이 느껴졌다. 그다음부터 조금은 연기하기가 쉬워졌다"고 회상했다.
배우들은 실제 원정대를 방불케 하는 촬영 과정을 함께 겪으며 특별한 유대감을 갖게 됐다. 네팔 히말라야 촬영장소까지 가는 데만 걸어서 4일이 걸렸다. 고산병으로 고생했고, 프랑스 몽블랑 빙하지대에서는 위험을 감수한 긴장된 촬영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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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은 "어떤 영화든 도움을 많이 받지만 이번에는 그런 여건일 수 없었다"며 "스태프까지 각자가 살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친 사람 없이 잘 끝났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고 강조했다.
조성하, 김인권, 라미란, 김원해 등이 황정민과 함께 박무택 대원을 찾아나서는 동료 역할로 나온다. 이들의 동료애에 감동도 담길 전망이다. "시나리오를 보다 펑펑 울었다"(라미란) "시나리오 보고 눈물 흘리기 쉽지 않는데(울었다)"(정우) 등의 말을
엄홍길 대장과 후배 산악인 박무택은 2000년 칸첸중가, K2, 2001년 시샤팡마, 2002년 에베레스트까지 히말라야 4좌를 등반하며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이자 친형제와 다름없는 우애를 나눈 관계였다.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