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장도연과 박나래가 ‘비방용’의 전설을 만들어냈다. 자막과 각종 CG로 더 감칠맛나게 만드는 편집본보다 더 재밌는 본방송을 만들며 ‘온라인계의 여신들’로 등극한 것이다.
지난 달 31일 방송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는 장도연과 박나래가 팀을 이룬 ‘장앤박’, 메이크업아티스트 손대식과 박태윤이 뭉친 ‘손앤박’, 요리연구가 이혜정과 일루셔니스트 이은결, 방송인 김구라가 1인 방송국을 여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단연 장도연과 박나래였다. 최근 ‘분장 개그’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들은 “10년째 개그우먼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분장을 했다.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콘텐츠”라며 분장쇼를 정면에 내세웠다.
↑ 사진=마이리틀텔레비전 방송 캡처 |
박나래와 장도연은 등장부터 분장으로 웃음을 줬다. 김구라 분장을 한 박나래는 ‘진짜’ 김구라와 조우해 김구라마저도 함박웃음을 짓게 했다. 박나래는 “이 턱분장이 시가 250만 원 정도 한다”고 고백하는가 하면 “보시는 분들이 ‘이 분장은 특수분장 팀이 하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직접 제가 한다”고 밝혀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이들은 피부색의 쫄쫄이와 대머리 분장을 하고 카메라 앞에 나타났다. 민망한 차림이었지만 이 두 개그우먼은 개의치 않아했다. 여기에 ‘민머리 스타’인 디자이너 황재근 분장을 하는가 하면 전문가를 초빙해 온몸에 ‘진격의 거인’ 분장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박나래와 장도연의 방송분은 기대만큼 길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온통 ‘비방용’일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방송스타일 때문이었다. 박나래와 장도연은 시시때때로 “PD님께 혼났다”고 말했고, 자막과 CG로 ‘방송 심의법을 준수하기 때문에 오디오를 끄겠다’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쯤 되니 본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나서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장도연과 박나래를 지켜보던 많은 누리꾼들은 “이러다 방송 나가겠냐”고 방송 분량을 걱정했다. 이런 장도연과 박나래에 붙여진 별명은 바로 ‘오늘만 사는 사람들’. 장도연과 박나래는 “방송 안 나가면 어떠냐. 그냥 우리 홀딱 벗고 놀자”며 더욱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이들의 본방송은 실제로 각종 ‘비방용 언어’들이 난무했다. ‘19금 토크’의 강자로 꼽혀오던 박나래, 장도연은 인터넷 방송에서 그 ‘꽃’을 만개했다. 오히려 이 가운데에서 방송 분량을 걸러낸 제작진이 대단해 보일 정도였다. 평소 ‘편집’ 감각이 좋기로 유명한 ‘마리텔’의 능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심의에 걸릴 만한 개그’들이 지뢰밭처럼 퍼져있었던 장도연과 박나래의 방송에서 더욱 빛났다.
↑ 사진=마이리틀텔레비전 방송 캡처 |
하지만 이 ‘비방용’ 영상에 누리꾼들은 “참된 인터넷 방송이 나타났다”며 열광적인 호응을 보냈다. 방송 내내 채팅창은 웃음으로 넘쳤고, 방송용과 비방송용의 아슬아슬함에 시청자들은 오히려 편집 포인트를 짚어주기도 했다. 거침없고 ‘오늘만 사는’ 자세로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던 박나래와 장도연의 개그가 방송에서 정제된 개그를 주로 보던 시청자들에 신선함과 충격을 함께 선사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니 자막과 CG를 통해 인터넷 방송 당시보다 훨씬 더 재밌게 만들어준다는 ‘마리텔’의 편집보다 이들의 본방송이 더욱 재밌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비방용’이 이렇게 아까울 수 없는 방송이었다. 비록 각종 ‘19금’ 코드가 등장해 전파를 타지 못한다는 것은 십분 이해하나 그 신선한 재미를 오롯이 느낄 수 없다는 것에 많은 누리꾼들이 아쉬움을 표현했다.
‘마리텔’ 방송이 나가자 ‘입소문’으로 이미 ‘본방송이 그렇게 재밌었다’는 소식을 들은 누리꾼들은 이들의 인터넷 방송 영상을 찾아나서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야말로 ‘비방용’의 혁신을 연 두 개그우먼이다. 과연 이들의 후반전에서는 ‘그나마 방송 적합한’ 장면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