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정치 풍자 코미디를 찾아보기 어려운 요즘이다. ‘암흑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통쾌한 촌철살인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그나마 작은 시도는 있었다. 최근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LTE A 뉴스’나 KBS2 ‘개그콘서트-민상토론’이 호기롭게 정치 풍자 패를 내놨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제재를 당했다.
정치풍자 코미디에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아니, 코미디 뿐만 아니라 기득권층과 연계된 것이라면 늘 외압설에 시달렸다. 실제 모 배우는 대통령을 닮았다는 이유로 이유 없이 4년간 방송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를 소재로 한 코미디의 수난은 더욱 심했다. 시사 코미디의 대표격으로 인정받는 KBS2 ‘유머일번지-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은 첫 방송 시작 이후 외압설에 시달렸다. 이 프로그램은 이내 폐지됐다가 1987년 민주화 항쟁과 함께 재편성돼, 1990년대 초반까지 전파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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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KBS |
김병조도 외압에 대한 경험담을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과거 MBC ‘기분좋은 날’에서 방송계를 떠난 사연을 묻자 “1987년 혼란스런 정국에서 원치않는 개그를 하게 되었다. 그게 논란이 되어 방송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며 “집으로 많은 항의전화가 빗발쳤고 결국 어린 아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엔 정치풍자 코미디에 대한 외압설이나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참여정부가 끝난 뒤 정치권 이모저모를 풍자했던 KBS2 ‘폭소클럽2-뉴스야 놀자’와 ‘응급시사’가 폐지됐고, OBS ‘시사코미디포커스’의 ‘명반장과 어르신들’도 방송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물론 제작진은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들었지만, 당시 한반도 대운하 논란과 고소영‧강부자 내각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라 이들 프로그램의 종영은 석연치 않았다.
tvN ‘SNL 코리아’의 대표 풍자 코너였던 ‘여의도 텔레토비’는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의 이미지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새누리당 지적으로 국정감사 심의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은 “또의 캐릭터는 욕설을 하고 거친 캐릭터지만 그에 비해 안철수 후보의 ‘안쳤어’ 캐릭터는 유순한 모스븡로 나와 시청자들에게 후보들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는 이에 대해 “대통령 선거에 대한 패러디나 풍자는 어느 정도 인정돼야 하므로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심의했지만, 이후 금세 폐지됐다.
‘개그콘서트-용감한 녀석들’도 비슷한 이유로 설움을 겪었다. 이 코너에서 정태호는 “이번에 대통령이 된 박근혜님 잘 들어. 당신이 얘기했듯이 서민들을 위한 정책, 기업들을 위한 정책, 학생들을 위한 정책, 그 수많은 정책들 잘 지키길 바란다”고 했지만, 훈계조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방통심의위로부터 행정지도 제재를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작년 10월 ‘LTE A 뉴스’의 VOD와 인터넷 다시보기 영상이 삭제돼 파문이 일었다. 제작진은 일부 부정확한 정보가 있어 삭제했다고 해명했지만, 외압설에 대한 의혹은 지울 수 없었다. 또한 ‘민상토론’은 메르스 관련 정부 대응을 개그 소재로 다루면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풍자한 게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로 행정지도를 받았다.
소송을 당한 개그맨도 있었다. 2011년 ‘개그콘서트-사마귀유치원’에서 최효종은 국회의원을 풍자했다가 의원 출신 변호사 강용석에게 집단모욕죄 혐의로 형사고소 당했다. 아나운서 집단모욕죄로 재판 중이던 강용석은 ‘집단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고소했다고 밝혔지만 최효종으로선 정치 풍자에 나섰다가 논란에 휘말렸다는 점을 부인할 순 없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