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풍자와 해학은 코미디의 근간이다. 그 내용은 대부분 힘없는 서민의 시각에서 수뇌부의 부정부패, 비리를 비판하는 것들이 담긴다. 계급 사회가 완성된 아주 오래 전부터 인형극, 춤, 노래 등으로 계속 이어져 온 정치 풍자 코미디는 서민의 효자손이 되기도 했고, 수뇌부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게끔 하는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 현대 코미디에도 촌철살인 캐릭터들이 존재했다. 효시는 KBS2 ‘유머1번지’에서 대히트했던 코너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의 김형곤을 꼽는다.
당시 김형곤은 비룡그룹 회장으로 분해 정재계 기득권층들을 비판하며 웃음으로 풀어냈다. 1978년 안기부에 의한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을 패러디한 “테이블을 ‘탁’하고 치니, 도자기가 ‘퍽’하고 깨졌다”는 강도 높은 대사로 풍자에 심도를 더하기도 했다. 또한 “잘돼야 될 텐데” “잘될 턱이 있나” 등의 대사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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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주영 |
이전까지는 대통령을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한 배우가 방송출연을 금지 당하거나, 국회의원을 풍자하는 건 용남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1988년 노태우 정권 첫해에 정치풍자 코미디 빗장이 풀리면서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같은 갈증을 해결하는 코너들이 쏟아졌다.
KBS2 ‘쇼 비디오 쟈키-네로25시’의 ‘네로’ 최양락도 한 획을 그은 촌철살인 캐릭터다. 그는 독재자 네로 황제가 집권했던 제정 로마 시대를 현실에 대입해 기득권층의 치부를 그대로 보여줬다. 알량한 자존심에 집착해 국정보다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는 등장인물들의 어리석은 행동이 웃음을 자아냈다.
1991년 SBS ‘코미디 전망대’의 한 코너 ‘코미디 모의국회특위’에서는 국회를 무대 삼아 김병조, 이봉원, 최형만, 김종국 등이 출연했다. 성대모사로 국회의원들을 재현해내 다양한 시사 문제를 꼬집었다. “지구를 떠나거라”라는 김병조의 대사가 유행이 되기도 했다.
이후 1990년대 코미디 프로그램이 공개코미디 형태로 바뀌면서 정치 풍자가 설자리는 점점 사라졌다. 그나마 KBS2 ‘개그콘서트-봉숭아학당’ 노통장 역을 맡아 큰 인기를 얻었던 김상태, MBC ‘코미디하우스-삼자토론’에서 권영길 대통령 후보 성대모사로 웃음을 줬던 김학도, KBS2 ‘폭소클럽’의 ‘응급시사-서민이를 살려주세요’의 안일권, 안윤상 등이 맥을 이었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하차하거나 프로그램 폐지로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LTE A 뉴스’에서 강성범이 메르스 사태, 세월호 참사 등 이슈들을 짚었지만 외압 논란에 휘말렸고, ‘개그콘서트-민상토론’ 역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 5호를 적용한 제재를 받아 모두를 의아하게 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