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뮤지션과 부지런함,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지만 이한철 앞에 붙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한철은 부지런함의 미덕을 제대로 보여주는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계절프로젝트의 시작인 ‘봄날’으로부터 약 7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싱글도 내고 프로젝트 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을 문턱에서 이한철은 두 번째 계절프로젝트인 ‘늦어도 가을에는’을 발표했다.
“‘봄날’ 때는 1, 2월이 가수들에겐 농한기나 다름 없어서 바짝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근데 이번 앨범은 바쁜 여름에 작업을 하다 보니까 시간이 꽤 걸렸다. 그래도 계절프로젝트로 지난 번에 같이 했던 편곡자들과 아트워크 담당자까지 다 참여해 같이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혼자 제작을 하고 있지만 계절프로젝트는 팀이 생긴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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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한철 제공, 디자인 이주영 |
‘봄날’을 통해서 발표한 곡들인 산뜻하고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 좋게 만드는 곡이었다면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은 차분해졌다. 노래를 부르는 이한철의 보이스에도 쓸쓸함이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제가 생각하는 가을은 따뜻하면서도 쓸쓸함이 묻어나는 걸 생각했다. 그래서 내면에 집중했고 노래도 읊조리는 듯 하게 불렀다. 말하는 거에 가깝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같은 곡이라도 봄 앨범에 넣는 것과 가을 앨범에 넣는 게 느낌이 다르다. 같은 물질이라도 다른 그릇에 옮기면 다르듯이 편곡과 빠르기에 따라서 감정도 달라지더라. 그게 포인트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이 특별한 이유는 팬들이 직접 참여해 앨범을 같이 만들어갔기 때문이다. 이한철은 앨범 발매를 앞두고 티저 콘서트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직접 만든 설문지를 통해서 팬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설문지 결과를 통해서 가사가 정해지기도 했고 악기가 결정되기도 했다. 타이틀곡도 팬들이 선정한 것이었다.
반가운 곡들도 수록되어 있다. 작년 세월호 사고 후 발매했던 ‘집으로’나 이한철의 히트곡이기도 한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이 재녹음에 재편곡한 상태로 수록됐다.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은 박새별 대신에 리싸가 새 파트너로 참여했다.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은 꼭 다시 녹음을 해야 했다. 계절이 바뀌는 사랑에 빗대어 표현한 곡이라 계절프로젝트에 반드시 넣어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이번엔 로맨틱하게 나왔다. 리싸는 후배 중에서 계속 성장하는 걸 지켜보게 되는 후배였다. 제안을 했는데 흔쾌히 하고 싶다고 하더라. 특유의 톤이 있어서 마음에 든다. 전 그냥 박새별과 리싸한테 얹혀가는 거다. 두 사람의 비교해서 듣는 맛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한철은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됐다.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하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것. ‘제주도 살아볼까’를 통해서 이한철은 제주도에서 짧게나마 지내며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서울에 있는 생활을 접고 제주도에 와서 사는 리얼버라이어티다. 사실 시작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카메라가 항상 켜 있다 보니 발가벗겨진 느낌이었는데 그것도 익숙해졌다. 파트너인 임현식 선생님은 연배 차이도 나지만 정말 좋으신 분이다. 그 정도 경력에 연배이신 남자들은 자신의 성공 방식만 믿는 경우가 많은데 임현식 선생님은 그런 게 전혀 없다. 굉장히 편하게 해주신다.”
부지런한 뮤지션답게 이한철은 제주도에서도 뚝딱 곡을 만들어냈다. 핸드폰으로 녹음한 곡에는 그 자리에서 만든 노래답게 제주도의 바다 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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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서울에서 사는 일상이 아니라 다른 일상이다 보니까 곡이 나오더라. 첫날에 곡의 그림을 잡고 마지막날에 곡이 완성됐다. 이런 식이면 다른 프로젝트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웃음)”
계절프로젝트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는 이한철이 스스로 축하하고 데뷔를 기념하는 선물 같은 일이다. 물론 부지런한 이한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내년에 여름과 겨울 앨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한철은 또 오늘도, 내일도 곡을 쓸 거다. 그게 이한철이 뮤지션으로 성공한 20년의 원동력이다.
“작년까지 일을 엄청 많이 하고 써놓은 곡도 많이 있는데 그걸 내놓지 못하고 주둥이를 곽 쥐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다닐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데뷔 20주년이라서 곡을 많이 발표하는 게 목표였다. 곡이 많더라도 발표할 시기를 놓치고 흥미를 잃게 되면 결국은 아예 못 쓰게 되더라. 그래서 데뷔 20주년을 맞아서 많이 해보려고 한다.”
한편 이한철은 오는 25일 계절프로젝트 ‘늦어도 가을에는’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가진다. ‘옷장정리’를 콘셉트로 팬들과 함께 벼룩시장도 진행할 예정이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