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최근 아이돌 노래 가사의 트렌드는 어떨까. 예상했겠지만 ‘사랑’ 빼면 시체다. 혹은 ‘자기 자랑’이 조금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돌 팬덤 대부분이 청소년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들 가사는 청소년 사회 인식, 혹은 문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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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
2014년부터 지난 9월까지 멜론, 엠넷, 소리바다 등 주요 온라인 음원 월간차트 톱10에 오른 아이돌 노래 가사들을 분석해봤다. 가사에 작사가 뜻이 반영되기 어려운 기획 음반, 청소년에게 청취불가인 ‘19금’ 음반을 제외한 아이돌 노래 대상으로 선정된 곳은 총 54곡으로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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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주영 |
이들 가사를 살펴보면 저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나’와 ‘너’에 대한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굉장히 쉽고 가벼운 단어들과 뜻을 한번에 파악하기 어렵지만 유음이 많은 영단어가 쓰인다는 점도 비슷하다.
내용에 따라선 ‘연애와 이별’ ‘자아도취’ ‘제대로 놀자’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 중 연애 감정을 터치한 가사들이 가장 많았다. ‘미스터추(에이핑크)’ ‘취향저격(아이콘)’ ‘링마벨’ ‘달링(걸스데이)’ ‘심쿵해(AOA)’ ‘중독’ ‘러브 미 라이트(엑소)’ 등 14곡이 ‘너’라는 2인칭 청자를 향해 자신의 마음을 직설적으로 어필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 다음으론 ‘이별에 대한 상처’를 다룬 노래들이 많았다. ‘숨소리(태연)’ ‘컴백홈(투애니원)’ ‘눈코입(태양)’ ‘공허해(위너)’ ‘LUV(에이핑크)’ 등 12곡이 눈물, 방황, 돌아와달란 호소 등을 담았다.
눈여겨볼 만한 결과론 자아도취형(9곡) 가사들과 남녀관계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여성(7곡)의 시점에서 쓰인 곡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자아도취형 가사 중 남성아이돌은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는 양상을, 여성아이돌은 자신의 미모와 몸매를 부각하며 성적 차이를 보여줬다.
또한 남녀관계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여성의 시점에서 다뤄진 곡들은 전부 걸그룹 노래로 청자인 남성에게 충고하거나 사랑을 요구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사랑’ 이외의 가사를 담은 건 단 9곡. ‘빨개요(현아)’ ‘쩔어(GD&탑)’ ‘미쳐(포미닛)’ ‘파티(소녀시대)’ ‘루저(빅뱅)’ 등으로 화자인 ‘나’를 주축으로 화끈하게 놀아보자는 식의 가사나, 자신을 과대포장 혹은 비난하는 내용들로 구성돼 있다.
청소년이 듣기에 굉장히 자극적인 가사들도 많았다. “내 입술이 좋아 아님 내 body가 좋아 솔직히 말해 여기 여기 여기 아님 저기 저기 저기”(터치마이바디), “좋은 데로 가자 단둘이만 있으면 그때는 내가 변신하니까 문을 잠그고 제대로 보여줄게 girl 그때는 헐크처럼 힘을 쓸게 girl”(애플), “반복되는 여자들과의 내 실수, 하룻밤을 사랑하고 해 뜨면 싫증 책임지지 못 할 나의 이기적인 기쁨“(루저) 등 성을 상품화하거나 성관계를 암시하는 노랫말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밤’을 배경으로 하거나 ‘밤’을 지칭한 가사들이 유독 많아 눈길을 끌었다.
발표 시기별로 따졌을 때, 전국을 슬픔과 분노로 물들인 세월호 침몰 사고(2014년 4월) 이후 상위권 차트에 오른 노래들은 ‘중독(5월)’ ‘눈코입(6월)’ ‘레드라이트’ ‘달링’ ‘단발머리(7월)’ 등이었지만, 사회를 반영한 가사는 한곡도 없었다.
같은해 10월 레이디스코드 교통사고 이후 판교 공연현장에서 환풍구 붕괴로 인해 15명이 사망한 시점 이후에도 이를 추모하거나, 혹은 현실에 대한 자각을 담은 가사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이할 만한 건 10월 한 달 10위권 안에 든 아이돌 노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사고로 인해 업계 경기가 잠시 주춤했지만, 가사 방향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