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약 10년 전 전단지를 보면 신문지 형식에서 엽서 등 다양한 구성과 획기적인 방식이 많았다. A4 용지에 첫 페이지는 포스터와 같은 디자인, 뒤 페이지는 영화 스킬 사진과 배우, 시놉시스만 담은 최근 전단지와는 확연히 다른 구성이다.
영화 포스터와 전단지를 디자인하는 회사 프로파간다의 최지웅 실장은 “멀티플렉스 영화가 생기고 나서 전단지도 획일화 되고 있다. A4 크기로 규정돼 크기를 크게 만들면 꽂을 수도 없고, 작으면 눈에 띄지도 않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에 흐름에 따라 보는 사람들도 예전 같지 않을 뿐 아니라, 내용이나 형식 등도 획일화 된 영화 전단지, 과연 계속 존재해도 괜찮을 것인가. 영화 티켓도 마치 영수증처럼 변해버린 것처럼, 영화 전단지도 언젠가부터 영화관에서 찾아보지 못할 날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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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라이어, 엽기적인 그녀 전단지 캡처 |
배우 한제인은 “전단지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빠른 시스템의 변화에 언젠가부터 극장 내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며 “똑같은 사진과 내용일지라도 스크롤로 휙휙 넘겨보는 것보다는 한 장의 종이에 주요 스틸 사진, 내용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전단지를 보면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청첩장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받는 것과 직접 받아 읽어보는 것이 확연하게 다른 것처럼, 전자책이 있지만 종이책을 포기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영화 전단지가 사라지면 그리울 것 같다. 손이 벨 것 같은 빳빳한 종이의 질감과 냄새도 좋은데. 극장 한 켠에 비치되어있는 전단지를 지켜줬으면 한다,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직 꽤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꼭 볼 거야’하는 영화는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겠지만, 그런 영화는 손에 꼽지 않나요. 그래서 극장에 영화 보러 왔을 때 비치된 전단지를 보는 경우가 많아요, 영화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라고 의견을 내놨다.
한 배우는 “영화라는 것이 단순 여가를 위한 유흥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개인에게 어떤 추억이 쌓이고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가령 영화 티켓이 현재 영수증으로 대체 된 데에 유감인 사람들이 많은데 전단지마저 사라지거나 모바일로 대체 돼 버리면 그 영화와 관련된 추억이 더 쉽사리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조금 더 내실 있는 전단지를 만들어 주기를 희망한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은 대부분 예고편이나 전단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특히 영상이 재미있으면 한 번 더 보게되는 게 전단 아닌가. 모바일로 같은 내용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전단은 영화의 분위기를 디자인으로 담아내 더 스토리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전단이나 광고를 보고 영화가 보고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하지, 일부러 인터넷에 이번 주 개봉 영화를 검색하지는 않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정보를 접하기 위해서는 전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전단지를 아직 모으고 있는데, 없어지면 서운할 거 같다. 물론 획일화되고 있지만, 그럴수록 디자인도 좀 다양해 졌으면 좋겠고 불거리도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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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동갑내기 과외하기 전단지 캡처 |
이에 반해 영화 전단지는 더 이상 불필요 하다는 입장도 있다. PC와 모바일로 충분히 영화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종이낭비라는 설명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기실 전단지가, 영화관에 비치되어 있던 거고, 영화관에 도착한 사람들이 영화 정보를 보고 표를 구매하게 하는 홍보 수단이었는데 요즘에는 예매 관람객이 대다수이고 영화관에서도 터치 몇 번이면 정보를 알 수 있는 비전 시스템이 있지 않은가”라며 “종이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전단지는 모바일로 볼 수 있는 정보보다 훨씬 적은 양의 정보만 제공할 수 있을 뿐인데 요즘의 콘텐츠 능동자는 능동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이 훨씬 향상됐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감독이나 출연 배우의 전작, 관객의 평점, 기타 인터넷 매체와 블로그를 통화 영화 캐릭터 설명 등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지 않은가”라며 “영화 전단지는 아주 오래된 형태의 홍보형태다. 예전에는 시간을 정하고 영화관에서 누군가를 만났기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영화관에서 할 일이 없을 때 전단지를 보며 시간을 때우는 역할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약속시간에 미리 와서 기다리는 일도 줄었을 뿐 아니라 기다리는 동안 소비자들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예전과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단지는 효율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홍보사 관계자는 “인터넷의 발달로 PC나 모바일 극장 앱을 통해서 이미 본인이 볼 영화나 개봉 중인 영화 정보를 검색하고 가서 굳이 극장에서 전단지를 찾지 않는 것 같다. 나도 예전에는 전단지를 모았지만, 요즘에는 도통 보게 되지 않더라”라고 전단지의 떨어진 효율성에 대해 꼬집었다.
한 배우 소속사 관계자 역시 “간단한 검색만으로 관련 자료 확인할 수 있으니 전단지가 필요없어 진 것이다. 어쩔수 없는 변화 아닌가”라며 “예전에는 전단지도 모으고 영화를 추억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전단지도 형식적으로 변했다. 아쉽지만 극장 티켓이 바뀐 것처럼 언젠가 없어지지 않을까”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