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기획…‘대학로배우’④] 양성되지 않는 배우들, 배우 없는 충무로

[MBN스타 손진아 기자]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대학로 출신의 배우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변요한부터 조정석, 이희준, 배성우 등 다양한 배우들이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대학로 출신의 배우들이 활발한 활동을 이루고 있다고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활약하고 있는 배우의 폭은 넓지 않다. 연기에 목마른 배우들은 영화나 브라운관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해졌다지만 아직까지는 멀고 험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반면, 작품을 만드는 제작사나 영화사 입장에서는 쓸 만한 배우가 없다고 외치고 있다. 완벽하게 상반되는 입장을 갖고 있는 배우와 제작자의 입장에 합의점은 없는 걸까.

대학로의 한 배우는 연극 무대를 주로 하는 배우들끼리 모이면 자연스럽게 영화나 드라마 이야기도 하게 된다. 아무래도 선택의 폭이 좁고 어렵다보니 배우 입장에선 바라는 점도 생기게 된다.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건 공개 오디션을 진행했으면 하는 거다. 아무래도 배우를 뽑을 때 만드는 사람의 주관적인 입장이 들어가다 보니 역할을 따내기가 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배우는 “요즘은 캐스팅디렉터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은 더 다양해졌다고 본다. 주위 배우들을 보면 ‘연기는 무대 위에서 해야해’라는 생각으로 오로지 무대의 길만 걷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생계유지를 위해 다른 곳으로도 눈을 돌리는 배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길은 다양해졌다고 보고, 그 길에 대한 배우의 생각이 어떠냐에 따라 달려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대표 대학로 출신 배우인 설경구는 현재 활동하는 후배 연극배우들에 대해 “전에 비해 많이 활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나에게는 큰 아르바이트였다. 감독들이 영화를 보러 오지 않았을 때인데 나는 감독이 공연을 보러 와서 캐스팅을 당했다. 요즘에는 나 때에 비해 연극인들도 많이 활동을 하는 것 같다. 진경도 그렇고 반갑고 좋더라. 고생하고 힘들게 하다가 바빠진 모습을 보니까 말이다. 만나서 좋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다른 연극배우들도) 앞으로 잘 버티고 해야 하지 않겠나. 연극배우들은 나이 있어도 잘 풀리기고 하니까 좋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기회까지는 솔직하게 모르겠다. 팔자 아닌가. 옛날에는 조합이 있어서 거기서만 배우를 썼는데, 난 엄청 운이 좋은 케이스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배우를 뽑아 만드는 입장에서의 ‘대학로 배우’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대학로 연극을 제작하는 한 제작사 대표는 “위에서 하는 연기와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는 조금 차이가 있다. 무대 위에서 하는 연기는 표현이 조금 더 과장되게 하는 면이 있는데 그걸 카메라 앞에서 했을 때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물론 마스크도 중요하지만 연기 톤이 맞지 않아 같이 일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일단 만드는 입장에선 배우의 연기가 붕 뜨면 안되다 보니 그런 점을 당연히 많이 보게 된다. 그래도 현재 충무로에 송새벽, 배성우 등 대학로 출신 배우들이 활약하고 있다. ‘배우 기근 현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주연급 배우가 없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주연급 배우는 몇 명으로 딱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