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지독한 운명과 악연의 연속인 상황에 중심에 선 사람들의 감정의 골은 얼마나 단단하고 깊을까. 살인 사건 이후 용서하지 못하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며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시간을 제공할 영화 ‘비밀’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비밀’(감독 박은경, 이동하)은 살인 사건의 당사자인 살인자와 희생자가 떠난 이후, 긴 세월 동안 여진의 고통을 겪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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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 상황에서 극적으로 범인을 검거한 형사 상원(성동일 분)은 홀로 남겨진 살인자의 딸을 데려다 키운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후, 평온한 부녀 앞에 비밀을 쥔 의문의 남자 철웅(손호준 분)이 정현(김유정 분)의 선생님으로 나타나면서 10년간 들추지 않았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살인 사건을 시발점으로 사건 이후에 남은 피해자 가족, 가해자 가족의 일상과 심리를 깊게 그려나가며 사건이 남긴 흉터가 남은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일상에 어떻게 잠식하고 있는 지를 친절하게 설명해나간다.
또 세 사람이 만날 기회의 폭이 좁혀지면서부터는 은근한 긴장감을 주면서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살인범의 딸, 사건 현장에 있었던 형사, 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는 남자 각각의 사연을 통해 용서하지 못하는 고통을 섬세하게 표현해 씁쓸한 여운마저 남게 한다.
성동일, 김유정, 손호준의 연기 호흡도 좋다.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빼고 딸을 향한 진한 부성애를 과시하는 성동일은 딸을 지키기 위한 무거운 비밀의 무게를 견뎌내는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손호준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응답하라1994’ ‘삼시세끼’를 통해 각인된 코믹함을 탈의하고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는 모습이 꽤나 강렬하다.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김유정 역시 아이다움과 어른스러움이 공존한 복합적인 인물을 연기하며 더욱 섬세해진 감정과 깊은 연기 폭을 과시해 관객에게 먹먹하고 씁쓸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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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관계와 전체적으로 어둡게 그려지는 스토리가 주는 흡인력이 숨죽이고 지켜보게 만드는 가운데, 가해자 없는 피해자들의 만남에서 오는 비극은 한없이 슬프고 그들만 남겨놓은 세상을 원망스럽게까지 느껴지게 한다. ‘비밀’은 살인 사건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을 통해 잔인하고 처참한 실상을 여실히 드러낸다. 15일 개봉.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