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임상수 감독이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 ‘컬러 오브 아시아-마스터스’ 프로그램을 통해, 단편 영화 ‘뱀파이어는 우리 옆집에 산다’를 공개했다.
이 단편 영화는 공개되기 전 영안실에 사는 뱀파이어(지성 분)가 익사한 채 영안실에 안치된 소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고 전해졌었고, 그의 연기력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뱀파이어는 우리 옆집에 산다’는 공개 이전 “다소 짧은 러닝타임이 무색하게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가 주목할 만하다”는 관계자의 전언처럼 큰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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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체 안치소에 사는 뱀파이어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이후 두 남자에 의해 한 소녀의 시체가 운반된다. 소녀의 몸은 물에 빠져 죽었다는 사실을 보고도 알 수 있게끔 완전히 젖어있다. 뱀파이어는 소녀의 몸에 남아있는 물기를 맛본 뒤 “짜다”라고 말한다. 이후 소녀의 휴대전화를 살피던 중 문자가 도착한다. 죽어있는 채 보낸 문자에서 뱀파이어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소녀는 결국 그에게 물려 몸에 숨을 부여받는다.
“나미야 엄만 널 믿어. 니가 어떻게 됐다는 사람들 만, 안 믿어. 엄만 절대 안 믿어. 딸, 엄마 지금 가니까~~~버텨줘, 꼭! 힘내고. 응? 죽음 안 돼, 알았지?”
“응 엄마 걱정마...난 안 죽어. 내가 왜 죽어!! 집에 가서 엄마표 된장국 먹고 엄마 냄새 맡으면서 잘 거야 푸욱...나 넘 힘들었거덩, 부탁!”
그렇게 죽음에서 깨어난 소녀는 쉴 새 없이 말을 내뱉는다. “가만히 있으라고, 계속 가만히 있으라 그래서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구조대 아저씨들이 와서 창 밖에서 빤히 그냥 우리만 보고 그냥 갔어.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같이 가자고 계속 얘기했는데 우리만 버리고 갔어. 너무 나빠”
‘뱀파이어는 우리 옆집에 산다’는 대한민국을 슬픔에 몰아넣었던 세월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세월호로 죽은 소녀가 뱀파이어와 만남으로 다시 살아나고, 살아나 다시 그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상상력을 불어넣어 사건에 대한 임상수 감독만의 애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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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
이 영화가 공개된 후, 기자회견에서 임상수 감독은 영화에 대해 우회적인 발언보단 직설적으로 표현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어떤 비통한 또는 죄의식을 가지고 길게 애도하고 싶었다. 그런 정도가 이 작품을 만든 의도였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그 중에는 젊은 죽음, 납득할 수 없는 죽음, 죽지 않았으면 하는데 죽는 죽음이 너무나 많다”라고 전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 감독 임상수가 영화를 통해 할 수 있는 최대의 애도였던 것이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