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역사 왜곡 논란 끊임없이 이어져…청소년에게도 영향 미쳐
‘명량’ 배설 논란…형사고소까지
'기황후' 충혜왕 영웅적으로 잘못 그려
[MBN스타 이다원 기자]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만든 드라마나 영화를 이르는 말, ‘팩션’. ‘팩트’와 ‘픽션’의 조합으로 역사 왜곡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제작진의 입에서 여지없이 나오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신조어는 약간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픽션’의 허용 범위가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례로 작품의 재미를 위해 역사 사건을 가공했을 때 왜곡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제작진은 ‘그저 창작물일 뿐,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되레 반박하기도 한다. 상상의 자유와 역사 왜곡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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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다원 |
최근까지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나 영화 다수가 흥행에 성공했다. MBC ‘기황후’ ‘화정’ 영화 ‘국제시장’ ‘명량’ ‘사도’ ‘암살’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작품들이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만들어져 좋은 성적을 일궈냈다. 이들의 또 하나 공통점은 방송 전 혹은 개봉 당시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끊임없이 시달렸다는 점이다.
특히 영화 ‘명량’은 경상우수사 배설을 사실과 다르게 표현해 그의 후손인 경주 배씨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형사 고소를 당했다. 배설의 후손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영화의 성공에 편승한 금전적 보상 따위가 아니다. 소설작가와 영화제작사가 훼손한 선조 배설장군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 하나뿐”이라며 “영화의 감독 겸 제작자는 ‘명량’을 만들기 위해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고 했지만 후손들이 문제를 제기한 지금에 와서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로 봐 달라는 자기 편의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역사적 기록이 아닌 창작물로 봐달라는 제작진의 말이 위험한 변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정확히 지적한 것이다.
‘팩션’의 위험성은 이뿐이 아니다. 시청관람등급이 제한되지 않은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가치 판단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역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도 있다. 영화 ‘국제시장’이 인간답지 못하게 살았던 노동자들을 외면한 채 경제 성장을 미화했다며 지탄을 받은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또한 2013년 방영된 ‘기황후’가 모국인 고려를 배신한 기황후와 새어머니를 겁탈한 고려 충혜왕(왕유)을 영웅적으로 그려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드라마를 드라마로만 봐달라” “영화는 그저 영화일 뿐”이란 말은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이지만, 그 콘텐츠가 미치는 효과에 대해선 한 번 더 생각해볼 일이다.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 창작엔 책임이 수반되지 않는지 판단이 필요할 때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