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사도’는 역사적 사실을 영화적으로 담은 작품으로 가족과 부자(父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영화다. 특히 시대적 상황 뿐 아니라 인물간의 갈등 때문에 극의 의상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물들의 성품이나 느낌, 상황이 모두 의상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웰메이드 사극’이라 불리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는 ‘사도’ 뒤에는 극의 분위기와 인물들의 성품까지 의상에 맞춰 극의 감동을 극대화 시킨 심현섭 의상 감독이 있다. 그는 “제게 영화 의상이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인생을 리얼하게 표현하는 미학”이라며 “인물들을 화려하게 표현하는 것도 좋겠지만, 인간의 내면적인 모습을 스타일링하는게 좀 더 매력적”이라고 작품에 임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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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영화 스틸 |
Q. 어떻게 의상감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A. 의상디자인 전공 후 무대의상을 하던 중 '예스터데이'라는 영화의 특수의상을 하게 됐다. 그 작품을 영화관에서 보던 중 영화 의상에 대한 매력에 빠졌다. 그 후 ‘효자동 이발사’라는 작품으로 본격적인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다.
Q. 어떤 작품의 의상감독을 맡았나
‘효자동 이발사’ ‘왕의 남자’ ‘궁녀’ ‘님은 먼곳에’ ‘방울토마토’ ‘불꽃처럼 나비처럼’ ‘김종욱 찾기’ ‘점쟁이들’ ‘연가시’ ‘평양성’ ‘열여덟 열아홉’ ‘미스터 아이돌’ ‘관상’ ‘소원’ ‘순수의 시대’ ‘사도’ ‘판도라’ 등을 했고, 현재는 ‘궁합’이라는 작품을 촬영 중 이다.
Q. 의상 감독을 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
A. ‘사도’처럼 제가 참여한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 순간이다. 아무리 제가 잘 했다고 해도 관객들이 외면하는 작품은 제게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Q. 다른 의상감독과 달리, 작품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감독님만의 특별한 개성이 있나
A. 특별한 개성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프리 프로덕션 때 스타일링하면서 2차 디자인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의 진행을 더 중요시 한다. 프리 프로덕션 때는 말 그대로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이지만 촬영은 인생을 실제 살아가는 과정이라 현장에서의 삶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작품 완성도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Q. ‘사도’는 특히 의상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작품인데, 주안점을 둔 곳은 어디인가
A. ‘사도’는 인물들의 감정이 우선시 되는 영화다. 의상 디자인의 표현 방식을 절제하는데 중점을 뒀다. 주요 공간과 인물들의 신분들이 최상위 계급들이라 감정을 깰 수 있는 화려함이나 장식적 요소가 절대적으로 방해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고증과 영화적 톤을 정리하는 과정이 좀 힘들기도 했다.
Q. 그렇다면 관객들이 ‘사도’에서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장면은 어디인가
A. 모든 부분을 다 놓치지 않았으면 하지만 제게는 사도가 죽기 전 아버지 영조와 아들 사도의 진심을 보이는 장면이다. 제게도 아버지가 계시고, 아들이 있어서 그런지 저의 모습을 보게 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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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영화 스틸 |
A. 당연히 있다. 모든 인물들에 대한 피부톤이나 느낌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다.
Q. 극 중 대립하는 인물들에도 의상적으로 차별점을 둔 곳도 있는가
A. 아버지 영조와 아들 사도의 모습에 신경 쓴 듯 하다. 왕의 화려함 보다는 검소하고, 정갈한 모습의 가부장적인 아버지상을 표현하기 위해 용포를 허름하게 만들어 최대한 깔끔하게 입히려고 했고 사도의 반항적인 이미지표현을 위해 푸른색용포 안에 거친 느낌의 속포를 착장하고, 대부분 흐트러진 모습으로 부자간의 대립적 차별성을 뒀다.
Q. 기존의 작품과 달리 ‘사도’에서만 내보였던 다른 스타일이 있나
A. 잘 표현 됐는지 모르겠으나 철저하게 인물의 감정선에 맞는 컬러와 아이템 구성을 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극중 영빈 회갑연에서 사도의 마음을 담아 후궁이 착용해서는 안되는 왕비의 치적의를 착장시키고, 바로 연결 되어야 하는 가마 행차 때 연결을 무시하고 초라한 일상 당의를 입혀 영빈의 슬픔을 극대화 시키려했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때는 정조의 한과 슬픔을 고증에 반하는 흰색용포를 착장하게 하여 정조의 마음을 비주얼적으로 표현하려 하는 등 스타일링을 했다. 물론 이러한 표현 방식은 당연히 감독님과의 합의하에 진행했다.
Q. 감독님이 본 작품 중 의상적인 부분이 좋았던 영화는 무엇이 있나
A. 톰 티크베어 감독의 '향수'라는 작품이다.
Q. 감독님에게 영화 의상이란 무엇인가요
A. 제게 영화 의상이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인생을 리얼하게 표현하는 미학 때문에 선택한 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물들을 화려하게 표현하는 것도 좋겠지만, 제게는 인간의 내면적인 모습을 스타일링하는게 좀 더 매력적이다. 그러한 부분에 가장 부합되는 영화 의상인듯 하다.
Q.앞으로 하고 싶은 영화 장르나 분위기가 있는가.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가.
A. 제가 선택하는 입장이 아니라 말씀 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영화나 질퍽한 전쟁영화에 관심이 많다.
최준용 기자, 손진아 기자, 김진선 기자 최윤나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