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코미디 코너, 인기 없어지면 무대 내려와…개그맨, 소모품 취급
소극장 공연 ‘간보기’식 공연 많아
소극장과 TV공연 차별화 필요
우리나라 개그공연 문화는 내수시장용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 이용해야
[MBN스타 유지혜 기자] 새로운 웃음을 주고자 노력하는 개그맨들이 개그소극장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금 개그소극장 공연이 갖춰야할 주요 내용으로 ‘독립적 콘텐츠’를 꼽아 눈길을 끈다.
지난 8월 말 열린 제3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 이하 ‘부코페’)에서는 많은 개그맨이 무대에 올라 개그 공연을 펼쳤다. 해외의 다양한 개그팀들이 공연을 준비하는 것을 보며 많은 개그맨들은 더욱 자극이 되고 공연 개그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김기리·김성원·류근지·서태훈이 만든 ‘이리오쑈(show)’나 개그맨 변기수의 원톱공연인 ‘변기수의 뉴욕쑈’와 같은 개그공연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전국투어뿐 아니라 소극장에도 정기적으로 공연을 올리고 있는데, 많은 개그맨이 롱런할 수 있는 개그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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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옹알스 |
이에 대해 ‘부코페’의 부집행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한 최대웅 작가는 “지금의 개그가 TV 코미디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롱런이 가능한 공연개그에 대한 비전을 개그맨들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사실 지금 1주일에 하나씩 코너를 짜고, 이 코너가 인기가 없어지면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는 상황에서 개그맨들은 소모품처럼 취급되고 있다”고 개그공연의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최 작가는 지금의 소극장 공연에 대해 “‘간보기’식 공연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 작가는 “일본, 미국 등은 공연 코미디가 활성화 돼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공연 코미디가 있지만, 소규모일 뿐 아니라 방송에 올리기 전에 소위 ‘간을 보는’ 식으로 진행이 되고는 한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 많은 개그 소극장에서는 TV 공연 전에 시청자들의 반응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 무대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 거꾸로 소극장에서 소위 ‘대박’을 친 공연을 TV 무대로 올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즉, TV 공연과의 차별성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한 개그맨은 이에 “공연은 TV와 달리 ‘돈을 내고 보는’ 것이다. 그만큼 새로운 걸 내놔야 하는데 소극장에서 잘되면 개그맨들이 TV 프로그램으로 그 코너를 가져가기도 하고, 지금 TV에서 하고 있는 공연의 파생 공연을 하는 측면도 있다.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개그맨들이 수용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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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리오쑈" 공연 모습 |
‘코미디 빅리그’ ‘SNL시리즈’ 등을 맡고 있는 tvN 김석현 국장은 소극장 공연에 대해 “개그 발전을 위해 물론 필요한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공연 코미디가 절실한 상황에서 소극장 공연이나 코미디 페스티벌에 긍정적인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 국장은 “하지만 지금은 콘텐츠 경쟁 시대다.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페스티벌이나 소극장 등 우리나라 개그 공연 문화는 아직 내수시장용일뿐 아니라 그런 대세에 반하는 모습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소극장 공연이 개선해야 할 점으로 코미디 TV에 올리기 전의 ‘맛보기 용’이 아닌 새로운 독립적인 콘텐츠들로 채워야 한다는 의견을 같이하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TV와 별개로 소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독립적 콘텐츠를 내세워야 소극장 문화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현존하는 개그소극장에서 꼭 TV에서 볼 수 있는 코너들만으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이리오쑈’나 ‘변기수의 뉴욕쑈’는 소극장에서 공연을 한 후 따로 전국투어 공연을 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TV에서 등장하는 코너나 스타들이 등장해야 티켓팅이 이뤄지는 소비 패턴 때문에 소극장 측도 쉽사리 독립적 콘텐츠만 보일 수 없는 실정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