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뷔작 '나홀로 휴가'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영화 불편하다? 취향에 따라 달라…다만 '정말 행복하니?' 묻고 싶었다"
"박혁권, 이준혁 두 배우 연기 환상적…활자보다 더 잘해 감동"
"'아빠를 부탁해' 선택 결과적으로 잘한 것 같다"
"다큐멘터리는 연기 교재이자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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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영화 '나홀로 휴가' 상영회가 끝난 뒤 진행된 관객과의대화(GV)에서 한 여성 관객은 "영화 보는 내내 기분이 나빴다. 불편했다"는 돌직구를 조재현 감독에게 던졌다. 아내를 두고 다른 사랑을 꿈꾼 남자를 이해할 수 없던 관객의 질문이었으리라.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된 '나홀로 휴가'는 배우 조재현이 연출 데뷔한 작품이다. 가정에 모범적이었으나 어린 애인 시연(윤주)이 생기고 그녀에게 빠져든 남자 강재(박혁권)의 이야기다. 애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뒤에도 여자의 주위를 배회하는 남자의 심리상태 표현이 탁월하다.
관객의 말을 듣고 당황했을 것 같았다고 하니, 조재현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영화를 좋고 나쁘다고 판단하는 건 사람의 취향"이라며 "뭐라고 불평할 것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에서 주인공 강재라는 인물이 나쁘거나 좋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니다"라며 "현재 결혼한 이들에게 '정말 행복하니?'를 묻고 싶었다. 몇몇 사람들의 사랑은 이게 현실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말자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홀로 휴가'는 조 감독의 주변 동료와 지인들의 실제 사례가 녹아 있다. 판타지를 좇는 남자의 심리가 적나라하다. 하지만 환상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기도 한다. 극 중 강재의 와이프는 남편에게 "자기는 나중에 다시 태어나도 나와 결혼할 거야?"라고 묻는다. 답은 "그럼"으로 정해져 있지만, 고민하게 하는 말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꽤 많다. 조 감독이 '결혼 재계약제'를 문제를 제기하고 이 영화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는 강재라는 남자와 세 번의 결혼과 이혼에 이어 더 나이 어린 페루 여자와 만나 결혼까지 하는 남자 영찬(이준혁)의 이야기가 대구를 이룬다. 박혁권과 이준혁이 환상적인 연기 호흡을 펼친다. 조재현은 "강재에게는 행동하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이, 영찬에게는 우리보다 용기 있게 행동하는 자의 모습이 담겼다. 물론 영찬 역시 여자만 밝히는 인물이 아니다"라며 "그 역시 행복하지 않다. 여자의 옷을 벗겨놓고 고민에 빠지는 장면을 보면, 어떤 한 가지 모습으로 사람을 규정할 수만은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연기는 최고였다. 배우들이 활자에 찍힌 것보다 연기를 더 잘했을 때 감독들이 느끼는 감동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마웠다"고 추어올렸다.
물론 아무리 어떤 설명을 해도 여성들, 특히 20대 여성 관객이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는 걸 안단다. 그래도 "'저럴 수도 있구나'라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괜찮은 것 같다. 전적으로 감독인 내 의견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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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겸손하면서도 다양한 의도와 표현이 드러나는 데 신경을 썼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건 슬픔을 춤추듯 표현해 오히려 더 슬픈 감정이 드러나게 했고, 시연의 언니가 강재를 꾸짖는 장면에서도 여배우에게 일부러 카메라를 보게 했다. 강재에게 하는 말이면서도 잘못하는 관객 그 누군가에게 하는 말이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또 카메라가 시연의 얼굴을 잘 비추다가 후반부에는 시연의 정면 얼굴은 잘 나오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의 시연이 다름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 장면 장면마다 의도가 있고, 대사와 음악에도 신경을 쓰고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당연히 부족함이 보인단다. GV에서도 그렇고 인터뷰에서도 편집 지점 등을 안타까워한 그에게 아쉬움 탓 다음 연출 욕심이 더 날 것 같다고 하니 "욕심이 더 생기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내 또래가 공감하는 이야기는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했다. 작품을 구상하고는 있지만 확정하지는 않았다.
2015년은 조재현에게 특별한 해라고 할 수 있다. 감독으로 데뷔한 해이기도 하지만, SBS 예능 '아빠를 부탁해'를 통해 딸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딸 혜정이는 사실 출연을 싫어했다"고 털어놨다. "미국에서 돌아온 혜정이가 오디션을 보곤 했는데 잘 안돼 슬럼프를 겪을 때, 이런 제안이 왔다. 더 하기 싫어했다. 그런데 '미국에 있을 때 친구들이 아빠와 함께한 좋은 추억을 얘기하는데 자기는 할 얘기가 없었다'라는 걸 아내를 통해 들었다. 그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게 된 것 같다. 날 싫어했다고 했는데 그런 사실을 몰라 충격이었는데, 이제 인간 조재현과 조혜정의 관계가 발전적이 돼 좋다."
특히 "딸과 가까워지면서 '나홀로 휴가'를 선보인 게 다행이었다"고 짚었다. "사람들이 이런 영화를 만든 의도가 '가정생활이 행복하지 않고 싫으니 몸부림치는 구나'라고 이상하게 볼 수 있다. 그런데 TV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이니, 내가 냉정한 시선을 통해 영화로 진단해봤다는 걸 알 수도 있으니까"라고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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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감독, DMZ 국제다큐멘터리 집행위원장, 대학교수까지 하고 있다. 욕심이 많아 보인다. 그는 "욕심이라기보다 만들어가는 매력이 다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특히 교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같이 배운다고 생각한다. 아마추어 학생들의 연기를 보고 자극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의 강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등장인물들을 따라 연기하는 식이란다. 그런데 왜 하필 다큐멘터리일까? "알파치노나 틸다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