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 정이랑은 누구?
본래 정명옥이었으나 2015년 정이랑으로 개명했다. 2008년 MBC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정이랑은 2006년 SBS ‘웃찾사’, 2008년 MBC ‘개그야’ ‘하땅사’ 등을 거쳤다. 2012년 tvN ‘SNL코리아’ 시즌2에 합류해 시즌6인 현재까지 출연 중이다. ‘SNL코리아’를 통해 ‘할미넴’이라는 호칭을 얻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사진=옥영화 기자 |
Q. ‘SNL코리아’에서 ‘할미넴’이라는 수식어를 얻고, 지금은 터주대감으로 활약 중이다. 수식어를 얻은 것은 어떤 느낌인가.
A. 수식어가 있다는 게 그게 무엇이든 좋더라. 저는 사인할 때 이름 안 쓰고 ‘SNL 욕쟁이 할매, 할미넴’ 이런 식으로 쓴다. 그래야 사람들이 ‘그 욕쟁이 할머니’라고 알아봐주시니.(웃음)
그동안 사실 그런 수식어나 이런 게 없었다. ‘SNL코리아’ 수식어로 절 알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너무나 좋았다. 내 캐릭터는 언제 생길까, 싶은 걱정이 들었는데 그런 기분은 좀 해소한 것 같다.
Q. ‘SNL코리아’ 시즌5에서 출산을 위해 잠시 하차를 해야 했다. 올해 시즌6에서 다시 돌아오게 됐는데 복귀할 당시는 어땠나.
A. 마치 군대 다녀온 느낌이었다. 다시 갔을 때 좀 데면데면하지 않을까 싶었다. 군대 제대한 후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하듯이.(웃음) 1년 쉰 것 같지도 않고 엊그제 본 사람들처럼 해줬다. 격식 같은 걸 잘 안 차리는 ‘SNL코리아’ 사람들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가장 생각이 많이 나는 건 단체회식을 한 번 했는데 아무도 ‘아기 낳았는데 괜찮아?’라고 물어보지 않았다. ‘아기 엄마’가 아니라 ‘SNL’ 크루의 정이랑으로서만 저를 봐줘서 정말 너무나 좋았다. 모두가 ‘와서 좋다’는 이야기만 해줬다.
↑ 사진=옥영화 기자 |
Q. 하차할 때에는 생각이 많았을 것 같다. 또 ‘엄마’ 정이랑이 된 후 개그우먼으로서 어떤 변화를 맞게 됐나.
A. 사실 임신해서 잠시 ‘SNL코리아’를 떠나야 했을 때에는 생각이 많았다. 아무래도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다. 그리고 드라마 출연이 잡혀있는 것도 몇 개가 있었다. 그걸 다 포기하려니 아쉽더라. 제가 원래 꿈이 배우였는데 오랜 꿈에 발을 ‘딱’ 걸칠 때에 모든 것들을 뒤로 미뤄야 했다. 그런 면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낳은 후 아기를 바라보면서 그런 아쉬움이 사라졌다. 아이가 예쁘게 웃는 걸 보면서 절로 ‘그래, 까짓 일 좀 못했으면 어떠냐’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인 건, 출산 후에 저를 ‘SNL코리아’에서 먼저 불러주시고 해서 다행이었다. 활발하게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출산 후 활발한 활동이) 오히려 아이가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아이와 있을 때에는 제가 ‘워킹맘’이니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만이라도 최선을 다 하고 싶은 마음에 더 잘하게 되고, 현장에 있으면 그 때에는 또 현장의 소중함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게 됐다.
Q. 중간에 이름을 바꿨다. 정명옥이라는 이름에서 왜 정이랑으로 바꾸게 됐나.
A. 그동안 이름이 안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제가 기독교인이라 그런 말들을 믿진 않지만 신경은 쓰였다. 그리고 정명옥이라는 이름으로 저를 알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이름 바꾸는 건 단념하고 있었다.
↑ 사진=옥영화 기자 |
그런데 애기를 낳고 나니 달라지더라. 아이한테 안 좋을 까봐 노파심에 이름을 바꾸게 됐다. 이름을 바꾼 후에 기사가 났는데 엄청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악플도 많긴 했지만.(웃음) 한 댓글에 ‘좋아요’가 6천 개가 눌려 있어서 깜짝 놀랐다. ‘정명옥이라는 이름이 아쉽다’는 의견들도 많이 주셨는데 저를 알아주셔서 감사할 뿐이었다.
지금까지 30년 마음에 안 드는 이름으로 살았는데 앞으로 남은 50년 정도를 제가 원하는 이름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이 이름 유명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Q. 본인에게 ‘SNL코리아’의 의미는?
A. 제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돈구멍’이다. 거창하게 말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말하겠다.(웃음) 아이 낳고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일단 제일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곳이 ‘SNL코리아’였다. 정말 감사했다. 무엇보다 육아도, 일도 열심히 하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절 그렇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둘째는 ‘숨구멍’이다. 일주일 동안 아이 돌보고 이래저래 정신이 없는데 토요일만큼은 무대에서 제가 진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탁 트인 산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기분이랄까. 생방송이라 물론 긴장되고 하지만 끝나고 나서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Q. 본인이 생각할 때에 ‘SNL코리아’의 생명력은 어디서 오나.
A. 제 방송 경력의 가장 임팩트를 남긴 건 ‘SNL코리아’다. 미국에서는 크루가 거의 바뀌지 않고 오랜 시간 함께 해서 ‘SNL’ 공무원이라는 수식어도 있다. 그것처럼 저도 하나 정도는 ‘평생직장’으로 삼고 끝까지 해보고 싶다. 지금의 분위기로 똘똘 뭉쳐 크루들이 하면 미국처럼 ‘공무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호스트가 될 수 있는 스타들은 언제나 있다. 그런 스타들이 있는 한, ‘SNL’의 생명력은 영원하리라 본다.
↑ 사진=SNL코리아 방송 캡처 |
물론, ‘19금 없어져서 맛이 떨어졌다 풍자가 떨어졌다는 비판들을 물론 잘 알고 있다. 아쉽기는 하다. 그 선을 지키는 게 상당히 어려운 거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저희는 15세 등급을 유지하고 있고, 이제 그 등급에 적응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각오하고 할 때도 있다. 예전엔 그냥 막 했었는데 이젠 작정을 하고 한 번 질러줘야 한다.(웃음)
Q. 개그를 하게 된 계기는 어떤 건가.
A. 원래는 연극교육학과 대학원을 다녔다. 연기를 가르치며 공부를 하다 보니 연기자가 되고픈 제 꿈과 점점 멀어졌다. 나이도 점점 먹어가고.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훌훌 털고 마음 정리하려 가지고 있던 차를 팔고 그 돈으로 유럽여행을 갔다.
그때 런던에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을 봤는데 어린 아이가 악조건 속에서도 꿈을 향해서 끊임없이 갈망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현실에 안주하며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제 자신을 뒤돌아보게 됐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포기할 바엔 실패를 하자’라는 마음으로 학교, 일 다 때려치고 오디션을 닥치는 대로 봤다. 그때 유일하게 저를 받아준 곳이 대학로 개그공연 소극장이었다. 그렇게 개그의 길로 들어섰다.
그 후 개그프로에서 ‘최국티비’라는 코너에서 엄마 역을 했는데 그게 재미있었는지 마니아층이 생겼다. 그때 그 연기를 보고 소속사도 들어가고, ‘SNL코리아’도 캐스팅 될 수 있었다. 꿈이 하나 있다면 정극 연기를 해보는 거다. 사람 웃기는 걸 정말 좋아하고, 지금까지 재밌는 역할로 대중을 만나왔다. 하지만 언젠가는 진중한 역할도 한 번 맡아보고 싶다. 정말 잘 할 자신 있다. 후에는 배우 정이랑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