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들꽃'으로 지난해 BIFF '올해의 배우상', 드라마 '후아유'로 관심 집중
"이제 웬만한 욕은 신경 안 쓰죠"
이승기-심은경 주연 '궁합'으로 상업영화 데뷔 "늘 하던 대로 열심히 연기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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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영화는 아니지만 느낌에 따라 골라본 영화가 마음에 들면 그 재미는 더 좋은 법이다. 눈에 띄지 않았던 배우를 먼저 알아보는 즐거움 역시 쏠쏠하다.
꽤 많은 이들이 드라마 '후아유-학교2015'를 보고 "강소영? 저 나쁜 여자애는 도대체 누구지?' 했을 거다. 배우 조수향(24)이다. 사실 이 드라마 이전 독립영화 '들꽃'을 통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예고'된 연기자다.
1년 전과 현재의 부산국제영화제, 배우 조수향에게 달라진 게 많을 것 같다. 돌아오는 답은 모호했다.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그대로인 것 같기도 하단다. 그는 "여전히 연기하고 싶어 하고, 예전처럼 긴장도 많이 한다는 건 똑같다"고 수줍게 웃었다.
지난해 '들꽃'을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 찾았다는 조수향. 이전에는 경험이 없다는 게 의외다. "연기를 공부하고 또 업으로 삼고 있는데 작품 없이 부산을 찾는 건 초라하고 우울할 것 같아서"라는 이유다. "작년에는 제가 최선을 다했고, 마음을 쏟았던 작품을 들고 온 것이니깐 쑥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대견스러웠어요. 어찌 보면 이 바닥은 공평하다는 생각을 한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잘 몰라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지만요.(웃음)"
조수향에게 여전히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 하나. '이제는 욕을 듣지 않는지'다. '후아유' 악역으로 대중의 인기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드라마 방영 당시 욕을 너무 많이 먹어서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더라고요. 된통 당해서 그럴까요? 웬만한 악플에는 '그렇구나'라고 대답하죠. '매도 먼저 맞는 게 좋다'고 효과가 있나 봐요. 물론 지금도 가끔 SNS에 욕하시는 분이 있긴 해요. 늦게 재방송으로 몰아보시나 봐요. 하하."
수줍은 듯했지만, 또 솔직하게 할 말을 다하는 여배우다. 드레스 얘기를 묻자 "친구가 개막식 사진을 보고 '너 집에서 아저씨처럼 뒹굴고 있는 사진 찍어 올리고 싶다. 여배우인 척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킥킥댔다. 2일 열렸던 부일 영화상 시상식 사회자로 부산을 찾은 그는 개막식과는 또 다른 드레스를 선보였다. "상을 받는 것도 아니었지만 드레스에 신경을 쓰느라 며칠 밥도 굶었다"는 그는 "사고 없이 시상식이 끝나 다행"이라고 나름 만족한 눈치다.
조수향은 TV 속 모습과 실물이 약간 다른 분위기다. 묘한 인상을 지녔다. 예쁘다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하니, 본인도 안단다. "저도 제가 예쁘지 않은 것 알고 있어요. '묘하다'는 말을 듣는 걸 좋아해요. '예쁘다'는 단발성인 것 같은데 '묘하다'는 뭔가 되새겨 보는 느낌이니까요. 시간 지나도 한 번 더 생각나게 하는 것 같은? 오디션 보러 갔을 때 '예쁘진 않은데 매력있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고, 대놓고 '예쁘지도 않고 매력도 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순간적으로 화가 나고 짜증이 나긴 하지만 그것에 대해 그렇게 연연하진 않는 스타일이랍니다.(웃음)"
소영 역을 맡게 됐던 에피소드 하나. 사실 제작진은 엄청나게 예쁜 배우를 소영 역으로 캐스팅하려고 했다. 하지만 조수향이 PD들의 생각을 바꿨다. 한마디로 배역 쟁취했다.
"PD님들 만나서 '제가 생각했을 때는 소영이라는 인물은 눈에 띄고 예쁜 친구보다는 평범하고 별것 아닌 것 같은 아이가 뒤에 칼을 숨기고 있으면 더 입체적이지 않을까요?'라고 했어요. 최종 미팅에서 제가 그런 얘기를 한 것에 대해 동의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전 예쁘진 않지만 이 인물을 표현하기 적합한 애랍니다'라고 했죠. 그때 꼭 하고 싶다는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소극적이고 방어적이었죠. 그냥 툭 던진 말에, 잘못하면 건방지다고 볼 수 있는데 그걸 좋게 봐주신 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깐 감사할 일이더라고요. 제 가치관이 그랬던 건데 좋게 받아들이신 것 같아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통한 것 아닐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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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많아지고 규모가 커지면 긴장되는 건 인간인지라 어쩔 수 없는 것 같긴 해요. 그래도 영화는 모두 다 같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동등한 입장이죠. '상업영화가 위고 독립영화가 아래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늘 똑같이 하던 대로 열심히 연기하려고 마음을 다스리고 있죠."
아직 부담감은 느낄 위치도 아니란다. 그는 "누군가는 저에 대해 기대를 하는 분도 있겠지만, 아직 전 보여준 게 많이 없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는 게 더 이상한 것 같다"며 "늘 하던 대로,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연기하고 싶다. 악역을 했으니 이번에는 착한 역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성격 여부를 떠나 그 사람을 진득하게 알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연기하는 분들이 많이 공감하시겠지만 배우는 안 써주면 뭘 할 수 없어요. 나를 쓰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뭘 했다는 걸 알아야 하고 그래야 날 찾아서 쓸 거잖아요. 사람들과 얼굴이라고 마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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