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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에서 이 '걸 크러쉬'는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떠올랐다. 남성보다 충성도가 높고 구매력을 지닌 여성팬을 잡아야 '롱 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당당하고 '센' 이미지의 가수들이 '걸 크러쉬'를 내세워 홍보한다. 하지만 대부분 외적인 면모나 퍼포먼스로 표현할 뿐이다. 온전히 목소리와 눈빛 하나 만으로 아우라(aura)를 내뿜는 여성 가수는 드물다.
가수 에일리는 국내 대중음악시장에서 '걸 크러쉬'를 대표할 만한 가수다. 30일 발매된 그의 첫 정규앨범 '비비드(VIVID)'를 통해 새삼 이는 또 한 번 증명됐다.
타이틀곡 '너나 잘해' 뮤직비디오 속 에일리는 애초 '바비 인형' 같은 미모를 뽐냈다. 머리띠를 단정히 한 갈색 웨이브 헤어 스타일에 그는 침대 위 다소곳히 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빛이 곧 변했다.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질끈 묶은 채 입을 삐죽인 그는 남자의 차를 부순다. 도도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눈빛과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자신감은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나 폭발적인 고음으로 분출됐다.
사실 기존 에일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진 않다. 에일리는 이미 '보여줄게' '손대지마' '유앤아이(U&I)' 등을 통해 이러한 면모를 보여준 바 있다. 뛰어난 가창력을 뽐내기 좋으면서도 자존감 강한 여성상을 시원하게 대변한다.
소속사 측은 에일리가 앨범 전반에 걸쳐 작사·작곡에 참여함으로써 그만의 색깔을 더욱 강렬하고 선명하게 했다고 표현했다. 물론 정상급 프로듀서 이단옆차기가 완성도를 높였지만 과거 에일리에서 진화된 모습 만은 분명하다.
에일리는 앨범 발표에 앞서 뮤직비디오를 찍다가 오른쪽 발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던 터다. 컴백 일정을 미룰 수도 있었으나 그는 활동을 강행하기로 했다. 그는 '노래하는 가수'여서다. 단순 명료한 진리다.
실제로 이날 오후 서울 서교동 예스24무브홀에서 열린 음악감상회 무대에 그는 깁스를 한채 올랐다. 의자에 앉은 채 혼신을 다한 그의 열창은 오히려 그의 음악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됐다.
에일리는 "퍼포먼스를 못 보여 드려 안타깝지만 오랜 시간 준비한 앨범이다. 다양한 장르와 표현하고 싶었던 음악이 잘 담겼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은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다"고 뿌듯해 했다.
다만 대중의 평가는 그 역시 관심사다. 에일리는 일조의 징크스를 소개하며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컴백을 앞두고 매번 발목을 삐끗해서다. 아무리 조심해도 다쳤다. 이번에는 아예 골절이었다.
그는 "우리집 강아지와 댄서 언니 강아지 모두 다리가 부러졌다. 주위 스태프 분들 중 교통사고를 두 분이나 당했다. 소속사 유리창도 와장창 깨져서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액땜'이라면 거의 그래미상 수상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전망은 밝다. 데뷔 당시 '한국의 비욘세'로 불렸던 에일리다. 비록 잠시 다리 부상 중이지만 에일리의 음악적 역량은 여전히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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