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주호민 작가의 웹툰 ‘무한동력’이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무한동력기관을 만드는 괴짜 발명가의 하숙집에 모여든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뮤지컬 ‘무한동력’은 원작이 전해주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에 서정적이면서도 유쾌한 멜로디가 덧입혀지면서 뮤지컬만의 매력을 덧입혀졌다.
미생조차 되지 못한 이들의 일상을 다룬 ‘무한동력’의 주된 줄거리는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뮤지컬은 대학에 막 졸업한 27세 취업준비생 선재가 서울 산 꼭대기에 있는 수자네 하숙집을 찾아가면서 시작을 알린다. 이때 흘러나오는 넘버는 ‘저 커더란 세상’ 객석을 복잡한 서울 시내 삼아 헤매고, 길을 물어물어 목적지로 도착한 선재는 “저 커다란 세상, 거기서 나 아직 도착하지 못하여, 이렇게 멀리서 그 속에 나를 상상해 보기만 하네. 유보도 못하고 얼떨결에 졸업장을 쥐고 나니 네 번의 학자 대출은 내년부터 원금상환”라고 자신의 현실을 푸념하면서도 언젠가 열릴 세상을 기대한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멜로디에 대학생들이 졸업 후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공감 가능한 가사가 어우러진 ‘저 커다란 세상’은 취업에 동동거리는 서글픈 청춘 선재를 비롯해 객석에 있는 관객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면서 극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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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
이후 선재를 격하게 반기는 수자네하숙집의 사람들이 부르는 ‘팅탱송’ 무한동력기를 만드는 아버지 태현을 바라보는 수자의 염원을 담은 ‘에너지’ 어린 시절 꿈꿨던 27살의 모습과 다른 현실에 서글퍼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청춘’ 등 ‘무한동력’의 넘버들은 다양한 장르들을 넘어가며 때로는 신나게, 또 때로는 애절하게, 또 때로는 슬프게 만들며 극의 분위기를 좌우해 나간다. 유머도 곳곳에 숨어 있다. ‘무한동력’에서 웃음을 주는 대표적인 킬링넘버는 바로 ‘가늘고 길게’이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눈에 띄기 않고 가늘고 길게 살아가려는 기한의 바람이 담긴 넘버 ‘가늘고 길게’는 유머 섞인 노래 가사와 안무,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더해지면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무한동력’을 한층 가볍게 만들어 준다.
시작을 알리는 ‘저 커다란 세상’부터 극이 말하는 주제와도 같은 넘버 ‘멈추지 말아’까지, 모든 넘버의 작곡과 작사, 그리고 대본은 뮤지컬 ‘대장금’ ‘미녀는 괴로워’ ‘더 데빌’ 등의 작곡을 맡으며 업계의 인정을 받아왔던 이지혜 작곡가의 손에서 탄생했다.
◇ “‘만족’보다는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무한동력’”
모든 작업을 마치고 무대에 올라간 ‘무한동력’을 보고 난 이지혜 작곡가는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당초 계획했던 스타일과 다르게 전개된 부분도 있는가 하면, 초연인 만큼 고쳐나가야 할 부분도 많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제 스스로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여물지 않았다는 생각이 크고, 대본을 쓸 때와 그 대본을 가지고 연출과 배우가 들어왔을 때 또 달라진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처음 작업을 할 때 생각했던 작품은 ‘에비뉴큐’였는데, 그러다보디 스토리 구조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그림책 한 장 한 장을 넘기듯, 옴니버스처럼 더 끊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같은 스타일을 구현이 안 된 것 같다. 작품이 ‘나쁘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다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과정을 거듭하면서 점점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다만 제 안에서 채워지지 못한 완벽함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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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혜 작곡가 |
작품이 올라간 뒤 채워지지 못한 2%에 대해 말을 하는 이지혜 작곡가에게 무엇이 가장 아쉽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이지혜 작곡가는 이 시대 청춘들에 대한 위로가 ‘수박 겉핥기’처럼 피상적으로 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일단 ‘무한동력’의 주인공은 선재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역할이 조금 완전히 주인공으로 서지 못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예체능 쪽에 오래 있다보니 직장을 준비하는 이들이나 직장의 들어간 사람들의 고민들을 쉽게 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시대 많은 청춘들을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작품을 보면서 처음부터 페이소스가 쌓이지 않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 “제일 사랑하는 넘버? 진기한의 ‘아스카’”
자고로 애정이 있어야 아쉬움도 있는 법. 야후 웹툰에서 연재될 때부터 ‘무한동력’의 팬이었다고 말한 이지혜 작곡가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고 꿈꿨던 작품을 무대 위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감동스럽다고 말했다.
사실 이지혜 작곡가가 ‘무한동력’을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주호민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신과 함께’를 연재했던 2010년부터였다. ‘무한동력’을 뮤지컬로 만들고 싶었던 이지혜 작곡가는 주호민 작가에 직접 연락을 했고, 주호민 작가로부터 “이 작품은 주의를 안 기울이는 작품이었는데, 관심이 있다면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라는 허락을 받게 된다. 이후 조금씩, 그리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오던 이지혜 작곡가는 2015년 9월 세상에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오랫동안 애정을 들인 만큼 모든 넘버가 소중하고 사랑스럽겠지만, 그중 가장 애정이 가는 넘버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질문에 이지혜 작곡가는 진기한의 넘버 ‘아스카’를 꼽았다.
“사실 나는 게임을 잘 안 한다. 원래 웹툰 원작에서 진기한이 즐겨 하던 게임은 스타인데, 시대의 흐름을 따르다보니 ‘롤’로 바꿨다. 게임도 하지 않는 제가 ‘아스카’를 좋아하는 이유는 넘버 자체가 슬픔과 기쁨의 경계선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래 제가 단순한 것을 무서워하는 편인데, ‘아스카’는 한 곡만으로도 스토리가 있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완성도가 높다. 독특한 감성을 좋아하는 제 개인적인 취향이 가미된 것도 있다.(웃음)”
그렇다면 아쉬운 넘버는 없을까. 가장 아쉬운 넘버를 꼭 하나만 꼽아 달라 부탁했더니, 고민 끝에 ‘혼수상태’를 들었다. 노래 자체에 대한 불만 보다는 노래가 놓인 위치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다.
“노래가 빛을 발하려면 극 안에서 올바르게 놓여야 한다고 보는데, 그런 점에서 ‘혼수상태’가 잘못된 자리에 놓인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혼수상태’라는 넘버의 제목만큼 그 노래를 부를 때 수자 아빠가 깨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노래 자체가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기 보다는 그 위치가 맞는 것일까 하는 의문점이 여전히 남아있다.”
◇ “‘무한동력’ 그럼에도 청춘들을 위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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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
이지혜 작곡가는 ‘무한동력’의 프레스콜 당시 “작품을 통해 청춘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증명하듯 노래의 가사는 따뜻하고, 희망이 넘친다. 물론 중간에 선재가 면접에서 떨어지는 장면이라든지, 꿈을 쫓아 무한동력을 만들다가 혼수상태에 빠지는 태현 등 우울함이 있기는 하지만 서로 함께 도우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 속에서 잊고 있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저 같은 경우는 원래 대본을 읽고 작곡과 작사를 하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무한동력’은 정반대의 작업과정을 거쳤다. 즉 노래를 먼저 만들고 나서 대본의 구조를 만든 것이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무한동력’의 대본을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큰 틀을 짜는 것과 더불어 퍼즐 맞추기처럼 그걸 최상의 위치에 놓는다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음악 작업은 정말 즐겁게 했고, 그동안 ‘음악이 어렵다’는 지적을 돌파하기 위해최대한 쉽게, 그리고 듣기에 복잡하지 않게 친숙한 장르들로 풀기위해 노력했다.”
잃어서는 안 될 꿈을 말하는 ‘무한동력’의 가장 큰 장점은 유쾌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이지혜 작곡가의 아쉬움은 있었다. 즐거운 것은 좋지만 진지하게 다뤄져야 할 부분까지 지나치게 웃음으로 풀어낸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앞에서 너무 웃기게 간 것도 아쉽다. 기본적으로 공연장에 오는 사람들은 웃기 위해서 온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유쾌하게 가려고 했다. 어느 날 지인이 내게 말을 하더라. 주변에 이십대 후반의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잘린 사람이 있는데, 그 재미있다고 소문난 ‘미생’을 보기 힘들어 한다고 하더라. 보면 자신의 과거를 보는 듯 고통스럽다면서.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웃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밝게 접근을 했는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또 옳은 접근 방법이었을까는 생각도 든다.”
여전히 작품에 대한 고민과 아쉬움, 그리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은 이 시대 청춘들을 향한 이지혜 작곡의 위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무한동력’이 따뜻한 뮤지컬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한편 뮤지컬 ‘무한동력’은 2016년 1월 3일까지 대학로TOM 1관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