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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신혜는 지난 29일 첫 방송된 MBN 추석 특집드라마 ‘엄마니까 괜찮아’(극본 김은하/연출 윤여창)에서 요리연구가 나종희 역을 맡았다. 어느 날 갑자기 치매라는 불청객을 맞은 나종희의 복잡미묘한 심경을 표현하기 쉽지 않은 연기다.
황신혜의 열연이 빛났다. 현실을 부정하는 격앙된 목소리와 흔들리는 눈빛. 그러면서도 그는 지나치지 않고 담백하게 그려냈다. 감정의 완급 조절력이 탁월했다는 평가다. 베테랑 배우 황신혜가 아니였기에 가능했다.
이날 드라마는 일상에서 기억력 감퇴 증상을 겪는 나종희의 모습을 표면적으로 드러냈다. 잘 나가는 요리연구가지만 일에 매몰돼 살아온 지난 10여 년 사이, 종희의 가족 구성원들은 파편화됐다. 부부사이, 부모자식사이 모두 신통치 않다. 단지 사회적으로 성공한 요리연구가 나종희만 있을 뿐.
그런 종희의 일상에 뭔가 이상한 낌새가 치고 들어왔다. 요리 하나만 보고 살아온 그녀가 재료를 자꾸 깜박하는가 하면, 현관 비밀번호를 잊어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고 핀잔을 듣는다. 심지어 남편의 불륜 상대를 알고도 잊은 그는 신경외과를 찾았다 알츠하이머 초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알츠하이머 진단에 소위 ‘멘붕’에 빠진 종희.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젊기 때문에 병세의 진행 속도마저 빨랐다. 결국 일터에서도 실수가 잦아진 그는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 오픈 기념식에서 ‘커밍아웃’을 하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던 가족들은 종희의 뜻밖의 선언에 당황하지만 여전히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부인의, 엄마의 병세에도 남편과 두 딸들은 서로 간병하기를 꺼렸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요양원에 보내자는 비정한 대안을 내놓는다.
‘엄마니까 괜찮아’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연출로 몰입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흔한 ‘최루성’ 신파극이 아니었다. 종희는 당황스러운 상황이지만 예상보다 침착하게,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후속 대책을
‘엄마니까 괜찮아’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 사회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가족 이야기다. '엄마' 황신혜의 가족애와 가슴 아픈 고군분투는 29일 오후 8시 30분 방송 되는 2부에서 그려질 예정이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