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판타지 로맨스 작품이지만 현실에 발을 딛고 있기 때문에 공감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매일 얼굴이 바뀌는 인물 우진과 그를 사랑하는 여자 이수(한효주 분)는 극의 진행에 따라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극에 대한 몰입을 높인다. 이 같이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에 디테일을 더한 데는 이하준 미술감독의 손길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 감독은 ‘국화꽃 향기’에서 데코팀으로 시작해 ‘요가학원’ ‘푸른 소금’ ‘하녀’ ‘도둑들’ ‘관상’ ‘해무’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에서 영화 분위기를 한껏 살리기도 했고 생생함을 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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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상.상.공.작.소. |
Q. 어떻게 미술감독을 하게 됐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대학교 다닐 때부터 교수님과 선배들을 통해 공연, 연극, 뮤지컬 등 관련 일을 하고 있었어요. 선배 권유로 영화 ‘국화꽃 향기’를 처음으로 하게 됐는데, 당시 한 스태프에게 ‘이방인 대접’을 받은 적 있어요. 당시 처음 하는 일이었고, 열정이 넘쳤던 때라, 아직도 그 기억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았는데 ‘이 일을 내가 꼭 하고야 만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죠.
영화 일을 하면서 영화에 대한 매력에 푹 빠지게 됐어요. 교수님이었던 주병도 미술감독(‘이름다운 청년 전태일’ ‘영원한 제국’ ‘취화선’ ‘하류인생’ ‘천년학’ ‘화장’ 등)의 러브콜을 받고 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사실 쉽지 않았어요. 힘든 시기였죠. 잠자는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일을 했으니까요. 사실 그 당시 감독님 원망도 많이 했는데(웃음), 지금은 영원한 나의 멘토가 돼 버렸어요, 왜 일을 그렇게 힘들게 시켰는지 이제는 알 수 있으니까요.
Q. 미술 감독을 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요
A. 영화관에서 내가 참여한 영화를 볼 때, 그리고 그 영화가 극장에서 내리고 나면 DVD로 나와 내손에 DVD로 들어올 때. 그래서 책장에 하나씩 진열할 때, 무언가 하나하나 나의 흔적을 남기는 거 같아서 뿌듯하고 행복해요.
Q. 다른 미술감독과 달리, 작품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감독님만의 특별한 개성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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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상.상.공.작.소./ 이수의 집 |
Q. ‘뷰티 인사이드’의 판타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미술적으로 강조한 부분이 있나요?
A. 각 공간의 인테리어도중요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만드는데는 '빛'이 더 중요했어요. 그래서 각 공간마다 특별한 조명 소품들이 들어갔어요. 매 공간마다 조명감독님께서 너무나 멋진 빛들을 만들어주셨죠.
세트는 빛이 존재할 때 살아나요. 빛의 방향과 질감이 공간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죠. 이번 ‘뷰티 인사이드’에서의 조명은 영화의 판타지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등 공신이었다고 생각해요.
Q. 극 중 이수와 우진의 직업 때문에 엔티크한 가구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A. 가구물량이 5톤 트럭으로 따지면 약 15대 분량이에요. 어마어마한 양이죠. 전부다 구입하거나 제작을 한 건 아니에요. 여러 회사들의 가구를 선택해 배치했어요. 우진 가구의 경우 만드는 과정들이 나오기 때문에 ‘카레클린트’라는 가구회사와 협업해 새로운 제품도 만들고 기존의 제품들도 협찬 받기도 했어요. 카레클린드 회사의 거의 모든 제품이 영화에 등장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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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상.상.공.작.소./ 마마스튜디오 |
Q.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우진의 모습을 미술적으로 구현하고 싶었던 장면도 있나요?
A. 우진의 모습이 바뀌기 때문에 그것을 비주얼적으로 보여줄 '무언가' 필요했죠. 그래서 영화에 등장하는 드레스룸이 중요했어요. 아침에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모르니까 수많은 옷들과 소품들이 있어야 함과 동시에 각종 신발, 악세사리, 가방 등. 심지어 어린이 옷, 신발. 용품까지 모두 준비해야 했어요. 거기에 시력측정기, 키재기, 발치수 재기, 도수가 틀린 여러 개의 안경 등을 배치해서 모습이 바뀌는 우진에게 중요한 공간을 만들었어요.
Q. 우진이라는 인물이 모습이 바뀌어도 한 인물처럼 느끼게 하는 분위기는 어떻게 잡으셨나요
A. 우진의 모습이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바뀌어야하는 전체적인 스타일이 중요했어요. 일정부분 톤을 조절 할 필요가 있었죠. 빨간 옷을 입지 않던 사람이 모습이 바뀌었다고 해서 빨간 옷을 갑자기 입을 수 없는 것 처럼요.
영화에서의 공간 소품 의상, 조명 등 기본적인 톤을 유지하며 지루하지 않게 변화를 줘야 했어요. 공간은 멈춰있지만 배우가 입는 옷들은 가장 변화가 많이 되는 것이기에. 의상 실장님이 그런 부분들을 잘 잡아서 작업 하신 것 같아요.
Q. ‘뷰티 인사이드’는 판타지임에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잖아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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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상.상.공.작.소./ 우진의 집 |
근데 상식을 떠나서 그런 작업실을 한번 씩 꿈 꿔봤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판타지멜로 라는 장르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요.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그런 작업들이 영화 미술에 있어서는 상상력을 증대시키고 좋은 미장센을 만들 수 있었죠.
체코 집도 힘들게 구현됐다고 하던데, 중점을 둔 곳은 어디인가요.
A. 체코는 먼저 넘어가서 헌팅지를 체크했어요. 우선 가장 ‘체코스러운’ 공간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공간이라고 하는 게 워낙에 다양하고 특이한 곳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배경에 초점을 뒀죠.
‘가장 체코스러운 배경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우진 작업실에서 체코의 특색 있는 건축양식과 창밖으로 트램이 다니는 장소를 택하고, 내부는 가구를 만드는 작업실을 꾸몄죠.
체코라고해서 가구 만들 때 쓰는 도구가 틀려지거나 하지는 않더라고요. 다만 유럽이기에 더 훌륭한. 자재와 가구들이 많다는 것이죠. 체코에서 우진 가구는 체코 브랜드 가구 중 ‘ton’ 이라는 회사 가구를 사용했어요. 가장 우진스럽고 나무의 본연재료를 잘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ton이라는 가구회사의 기본 모델을 사용하고 제작과정에 필요한 가구들은 체코에서 따로 만들었고요.
비어있는 공간에 트럭 5대 분량의 소품들을 채워 넣었어요. 소품들을 구하기 위해 하루 10시간이 넘는 이동을 해야 했죠. 가장 힘들지만 흥분되는 시간이죠. 비어있는 곳을 채워 넣을 소품을 구한다는 건. 그 공간이 다 채워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공간이 가구 디자이너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공간으로 변해요. 인테리어를 하는 느낌하고는 전혀 달라요. 인테리어는 트렌드에 민감한 작업이지만. 영화미술은 영화 속 캐릭터의 공간을 만드는 일이니까요.
Q. 관객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장면은 어디인가요.
A. 아무래도 체코 장면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극중 박서준에서 김상호 배우로 인물이 바뀌는데 어찌보면 그 장면이 가장 재미있는 장면일수도 있지만 저는 너무 안쓰럽더라고요. 진심으로 김상호 배우의 눈빛연기는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애잔한 눈빛이요.
Q. 감독님이 해왔던 작품과 달리 ‘뷰티 인사이드’에서만 내보였던 다른 스타일이 있나요
A. 아무래도 가구가 주가 되는 영화라서, 전체적인 가구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어요. 만드는 방법이나 종류, 가구 공장 헌팅, 가구 만드는 도구, 가구 만들 때 쓰는 목재의 종류 또 오일의 종류 등등까지 말이죠.
하나부터 열까지를 알아야 공간을 만들고 계획하고. 디자인 할 수 있으니까요.
평소에 가구에 관심이 많아요. 이 영화를 제의 받기 전부터 주말마다 나만의 가구를 만들 수 있는 공방을 알아보던 참이었지요(웃음). 미술감독이라는 직업이 이런 면에서 참 매력적이에요. 작품마다 필요한 것, 혹은 배워야하는 것들이 다 다르니까요.
다음영화는 또 무엇을 알고 배워야할까요? 기대가 되요.
Q. 감독님이 본 작품 중 미술적인 부분이 좋았던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요
A. 외국영화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한국 영화 중에는 봉준호 감독님의 ‘설국열차’요. 그 미술 잊을 수 없어요(웃음). 서로 다른 열차 칸의 설정 및 비주얼 등 말이죠.
최준용 기자, 손진아 기자, 김진선 기자, 최윤나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