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주연 기자] 시대가 변하면서 법정드라마 속 법조인들의 모습도 달라졌다. 정의 구현이라는 굵직한 하나의 목표는 동일하나, 이에 대한 인물의 접근법이 당대의 분위기나 상황에 따라 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홍변호사’(1980)나 ‘박봉숙 변호사’(1994)는 한 인물이 전면에 나서 사건을 진두지휘 하는 이른바 ‘히어로형’ 변호사로 그려졌다. 때문에 사건의 디테일보다는 주인공이 사건에 접근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는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와 정서 등과 무관하지 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당시에는 변호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에서 인물을 막연하게 영웅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서민들을 대변하는 히어로형 인물이 당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잠깐의 소강상태를 지나,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여진 법정드라마는 진입과 경쟁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만나 조금 더 복잡해지고 전문성을 띄기 시작했다.
‘애드버킷’(1998)을 ‘변호사들’(2005), ‘파트너’(2009) 등 또한 거대 권력에 맞서며 뚜렷한 선악 구도를 내세웠다. ‘로펌’(2001), ‘신의 저울’(2008) 등은 법조계로의 진입과 인물 간의 대립을 그렸고, ‘개과천선’(2014)은 기억을 잃은 인물이 성공에 목 말라있던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고 진짜 정의를 찾는 과정을 그렸다.
이렇듯 시간이 자날수록 인물이 입체화되고, 사건이 구체화되면서 법정드라마는 현실 반영과 전문성 여부에 대한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때문에 국내에서 다뤄진 많은 법정드라마들은 전문직을 다룰 때 갖춰야 할 현실성과 드라마라는 극적인 설정과 장치의 딜레마에 빠지곤 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참된 정의를 실현하려는 개인변호사와 악덕 기업을 위해 일하는 로펌 변호사 간의 이야기가 법정드라마의 기본 틀이지 않나. 이는 흡사 미국 로펌의 모습이 국내 로펌의 행태인 것처럼 왜곡되는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한 평론가는 법정드라마가 얼마나 현실을 다루냐는 질문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게 대부분의 입장이겠지만, 이를 극화시키고 드라마로서의 역할을 해내려면 일부를 왜곡하거나 극대화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사진=SBS 신의저울 |
현실을 잘 녹여낸 드라마로 호평을 받은 작품도 있었다. 작가가 실제 신림동 고시촌, 연수원, 검찰청, 법원 등을 찾아다니며 준비했다고 알려진 ‘신의 저울’이 그 주인공이다. 법정드라마 연출 경험이 있는 한 PD는 “국내 드라마 중에서는 ‘신의 저울’의 디테일을 높이 평가한다”고 전했다. 한 변호사 또한 “인물이 사법고시를 위해 공부하는 모습이 여타 드라마에 비해 구체적이다”, “사법연수원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실제처럼 묘사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의 저울’ 또한 한계는 있었다. 연수원 동기였던 두 남자가 악연으로 얽히고 검사와 변호사로 각각 만나게 되는 설정이 다소 작위적이고 극적으로 그려진 것이다. 관련해 이 법조인은 “후반부의 설정은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재판 과정이나 법조계의 내부 갈등이 과장된 측면이 있어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드라마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박주연 기자 blindz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