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이미 송강호는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배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연기자다. 한 캐릭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양한 역할을 통해 변신을 꾀하는 그는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렇기에 송강호를 쉽게 정의내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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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디자인=이주영 |
송강호는 영화 ‘사도’를 통해 뒤주 안에 아들 사도 세자를 가둬 죽였던 영조 역을 맡았다. 이미 ‘관상’을 통해 사극 연기를 선보인 바 있지만, 이렇듯 정통 사극 그리고 왕으로 변신한 송강호를 만날 수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송강호가 연기한 영조는 흔히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왕은 아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어투와 매우 비슷한 톤을 유지한다.
“저도 그렇고, 알게 모르게 다양한 작품을 통해 많은 분이 왕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왕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근엄하고 그런 모습만 있을까 생각했어요. 왕에게도 사생활이 있을 거고, 편안하게 쉬고 있을 때 그리고 회의할 때도 그런 편안한 모습 그대로 있을 수도 있겠다 짐작했습니다. 그런 이미지를 깨기 위해 그렇게 연기했다 보단 가장 현실적으로 사실적인 영조 대왕으로 접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쪽으로 접근하다 보니 초중반은 일상적으로 얘기하는 말투로 하게 된 것이었죠.”
그렇게 깊이 있는 이해로 영조를 연기했던 송강호는 ‘사도’를 통해 이준익 감독과도 처음 호흡했다. 그동안 왜 두 사람이 만나지 못했을까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그들의 만남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지도 주목받았었다.
“‘사도’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 군주로서의 아버지, 세자로서의 아들에 집중하는 태도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정치적인 부분을 떠나서,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비극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파고들었죠.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애증의 관계, 이런 걸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인간으로서 기본이 되는 천륜의 느낌으로 바라봤던 점이 굉장히 신선하고 용감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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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왜냐하면 ‘관상’ 같은 경우에는 ‘사도’보다는 조금 더 내추럴한 캐릭터였던 까닭도 있고, 한재림 감독의 스타일도 현장에서 변주가 많은 편이었기 때문이죠. 반면에 이준익 감독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 스탠바이가 돼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영조의 어마어마한 삶의 고통, 외로움, 복합적인 내면의 세계 이런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선 대사만 외워선 안 되는 부분이었죠.”
영조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신하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왕의 위치에 있었다. 자리가 높아질수록 신경 쓸 부분도 많아지는 법이다. 송강호도 마찬가지다. 관객들에게 연기력을 인정받고 그만큼 그의 자리도 높아져 갔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수가 늘어날 때마다 그가 느끼는 부담감도 커지진 않을까.
“이제는 제 위로 선배 배우보단 후배 배우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후배 배우들이 지켜보고 있고, 또 배우뿐만 아니라 그간 제 영화를 봐온 팬분들이 다 지켜보고 있죠. 그런 부담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송강호만이 가지고 있는 부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전 사실 다작배우도 아니에요. 크게 흥행한 영화도 많이 없습니다. 다만 거장 감독들과 작업을 하고 영화제에 초청돼 여러 가지로 인정받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20년 동안 편수를 계산해보면 일 년에 평균 1.1편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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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그의 말처럼 송강호는 다작 배우는 아니다. 그럼에도 다작배우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항상 변화를 시도하는 연기자다. 뭐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캐릭터들을 선보이는 그의 다음 변신에도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특정한 캐릭터 연기요? 사실 ‘사도’ 같은 경우에도 워낙에 많이 다뤄졌던 얘기였지만 하게됐습니다. 관점의 새로움, 소재주의 측면의 신선함이 아니라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느냐가 중요한 작품 선택 기준이죠. 그런 태도가 신선하고 새롭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야기든 좋은 작품을 하고 싶지, 특정 장르의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기다리는 것 같진 않아요(웃음).”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