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주연 기자] ‘기승전로맨스’가 판치는 장르 드라마 사이에서 KBS2 수목드라마 ‘어셈블리’는 드라마의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는 뚝심 있는 행보를 보였다. 정치판의 치열한 경쟁과 생존, 인물이 좌절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국민을 위한 정치란 무엇인가’ 하는 하나의 메시지를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보기 드문 수작의 탄생이라는 팬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청률 측면에서는 그야 말로 참패였다.
‘어셈블리’는 5.2% 라는 다소 낮은 시청률로 첫발을 내딛었다. 전작이었던 ‘복면검사’가 그리 좋지 않은 시청률로 퇴장한 것이 핸디캡이었다. 물론 만회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어셈블리’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종영까지 20회 동안 매번 5% 내외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의 완성도가 시청률로 평가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어셈블리’로서는 너무도 안타까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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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어셈블리 캡쳐 |
평일 10시대 드라마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SBS ‘용팔이’와 맞붙으면서 존재감은 더욱 미미해졌다. MBC ‘밤을 걷는 선비’가 미세하게 하락세를 보이면서도 고정 팬을 확보하는 반면, ‘어셈블리’는 꼴지 붙박이라는 씁쓸한 꼬리표를 얻기도 했다. 경제적 불황으로 인한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가 침체된 가운데 ‘어셈블리’처럼 현실을 세세하게 반영한 드라마가 오히려 피로도를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어셈블리’는 척하는 여느 드라마와 달리, 현실을 반영하고자하는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시청자들과의 좀 더 끈끈한 공감대와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함이었다. 정치판에서 오고 가는 검은 손길이나 국민을 앞세운 추악한 정치질이 시청자들의 울분을 터트리게 했다. 그때 슈퍼 히어로처럼 등장한 진상필의 행보가 소위 말하는 시청자들의 ‘시원한 사이다 한 모금’이 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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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S |
실감나는 정치판을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든 데에는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정재영은 극을 이끌어나가는 중심축으로 진상필을 실감나게 소화시켰다. 마지막 회 그가 남긴 최후의 5분 연설은 ‘어셈블리’의 목표이자 뿌리 그 자체였다. 보좌관 최인경 역의 송윤아와 국회의원 홍찬미 역의 김서형은 우먼 파워를 제대로 선보였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대립해오던 두 여인이 드라마 말미에 의기투합해 남자들보다 더 진한 우정을 보이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반하는 반청파의 수장 박춘섭(박영규 분)과 국민당의 백도현(장현성 분)은 마지막 회까지 악당 노릇을 톡톡히 하며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김규환을 맡은 옥택연을 비롯해 딴청계의 성지루, 윤복인, 서현철, 임지규, 김보미 등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배우들의 화려한 면면과 굵직한 메시지를 담은 극본, 이를 유연하게 융화시킨 연출까지 삼박자가 고루 갖춰졌음에도 시청률 적인 측면에서 ‘꼴찌’라는 타이틀을 끝내 벗어나지 못한 ‘어셈블리’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뚝심 있는 진상필처럼, 쉽게 휘둘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드라마의 본질을 보여주고자했던 ‘어셈블리’를 시청률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적합한가. ‘어셈블리’에게 시청률이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것을 시청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박주연 기자 blindz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