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많은 아역 출신 배우들은 성인연기자로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하지만 몇몇은 달라진 환경과 ‘아역 출신’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하고 부진하기도 한다. 배우 오승윤은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성인연기자로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오승윤은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오늘부터 사랑해’에서 윤리도덕과 예의범절로 똘똘 뭉친 반듯한 청년 윤승재 역을 열연했다. 반년동안의 촬영이 끝났다는 것이 아쉬운 듯 종영소감에는 드라마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났다.
“긴 호흡의 드라마는 어렸을 때 ‘매직키드 마수리’ 이후로는 처음이었어요. 끝나니까 좀 아쉽고 섭섭한 게 많아요. 대부분의 작품은 자기 촬영만 하고 빠지고를 반복하는데 ‘오늘부터 사랑해’에서는 많이 부딪히면서 정이 많이 들었어요. 연기에 대해도 그렇고 인간관계에 있어서까지 다양한 것들을 배웠던 작품이 됐어요. 제가 오랫동안 일을 하긴 했어도 지금까지는 나이가 많은 선배들과 다가가기 어려웠거든요. 이번을 통해 선배님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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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승승장구미디어콘텐츠 |
“나름대로의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승제라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어른스럽고 반듯한 이미지의 캐릭터에 대해서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했어요. 이것저것 따져보니 가족에서 아버지보다도 더 기둥의 역할을 하려는 친구였어요. 그런 점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승재는 누나와 동생, 심지어 부모님까지 올바른 길로 나가게 만들어주기 위해 뼈있는 말을 많이 해요. 아는 게 많으면서도 가족을 사랑하는, 흔한 것 같지만 흔하지 않은 캐릭터였죠. 저와는 60%정도 비슷해요.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조금 철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아이는 앞뒤가 꽉 막혀서 답답했어요.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웃음) 저 같으면 화도 낼 수 있었던 부분이 좀 있더라고요.”
윤승재는 극 중반부 한동숙(김서라 분)과 윤대호(안내상 분)이 친부모가 아니며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차례 충격에 빠진 그는 분노를 드러내기보다는 자신에 대해서 되돌아보고 더욱 단단한 남자가 됐다. 그야말로 ‘반듯한 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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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승승장구미디어콘텐츠 |
윤승재의 누나 윤승혜(임세미 분)는 강도진(박진우 분)과 정윤호(고윤 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삼각관계를 형성했다. 그 관계는 극 후반부까지 이어졌고 정윤호 가족과의 상견례자리에서 갑자기 도망친다. 윤승혜의 갑작스러운 변심은 일부 시청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오승윤 그의 결단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가 그 정도의 과감한 선택을 한 적은 없었지만 비슷한 일은 있었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 소속사에서 사기를 당했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죽어도 소속사에는 안 보낸다’고 했어요. 제가 연기를 안 할지언정 말이에요. 저도 어머니도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지내기로 했죠. 그리고 제가 스무 살이 되고 연기에 대해 생각하면서 다시 소속사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어요. 어머니는 크게 반대하셨죠. ‘지금도 충분히 연기를 하고 있지 않냐’고 하셨는데 제가 길게 봤을 때는 전혀 승산이 없어보였어요. 둥지가 있어야지만 연기자로서 하고 싶은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우격다짐으로 소속사에 들어갔어요. 그게 나름의 과감한 선택이었어요. 하지만 어머니께서 나중에는 박수 쳐주시고 만족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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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승승장구미디어콘텐츠 |
“주변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서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다큐멘터리 자막을 사람의 대사라고 생각하고 중얼거려보기도 해요. 언젠가는 전도연 선배와 호흡해보고 싶어요. 남자는 황정민 선배님. ‘부당거래’에서의 황정민 선배님의 역할 제가 해서 류승범 선배님과 부딪혀보고 싶어요. ‘해바라기’ ‘아저씨’ ‘부당거래’ 이제 보니까 재밌게 본 영화도 모두 느와르영화네요.(웃음)”
오승윤에게 KBS2 어린이드라마 ‘매직키드 마수리’(이하 ‘마수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작품이다. 드라마는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그 어린이들은 오승윤과 함께 자라 어른이 됐다. 그리고 그들은 성인연기자가 된 오승윤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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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승승장구미디어콘텐츠 |
오승윤은 이제부터가 배우인생의 시작이라고 소개했다. 과거와 지금의 태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뚜렷한 목적을 지니게 된 그는 진중한 모습으로 연기를 했고 어느 때보다 열정을 내비쳤다. ‘마수리’ 속 오승윤의 키는 150, 지금은 180이 훌쩍 넘는 키를 가지게 됐다. 아역에서 성인연기자가 된 그는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성장통을 이겨냈다.
“‘마수리’ 때는 연기를 ‘그냥’ 했어요. 하루하루가 ‘그냥’이었어요. 외우고 촬영하고 외우고 촬영하고. ‘그냥’ 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핑계를 댄다면 ‘어렸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바쁜 스케줄의 감사함도 몰랐어요. 지금은 자세가 180도 달라졌어요. 직업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그 생각은 제 태도를 바꾸게 했어요. 고등학교 때 즈음 사춘기를 겪었어요. ‘앞으로 성인이 됐을 때 내가 과연 어떻게 될까’ ‘잘 돼야 할 텐데’ 같은 막연한 고민과 걱정이 컸어요. 더 이상 아역을 할 수 없다는 걱정도 했었죠. 그때 고통이 있었기 때문에 인격적으로는 많이 성장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나’ ‘지금 연기를 못하고 있구나’를 그때 깨달았어요. ‘진정한 연기한지 얼마나 됐어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2~3년이 됐다고 말할 거예요.”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