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 윤형빈은 누구?
2005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윤형빈은 KBS2 ‘개그콘서트’ ‘해피선데이’ ‘폭소클럽2’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그의 대표적인 캐릭터는 ‘왕비호’이며, 당시 “국민요정 정경미 포에버”라는 그의 유행어의 주인공 개그우먼 정경미와 지난 2013년 결혼했다. 가수로, 격투기 선수로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며 다재다능을 뽐내는 윤형빈은 현재 홍대와 부산에 윤형빈소극장을 운영하며 개그 공연의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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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윤형빈소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반응은 어떤가.
A. 반응은 그 때 그 때 많이 달라진다. 늘 똑같지가 않다. 그 날 분위기에 따라서, 게스트들이 뜻하지 않게 오는 것에 따라서 늘 다르다. 하는 우리도 돌발 상황이 생기니 늘 재밌고 신나게 하고 있다. 이게 소극장만의 매력인 것 같다.
소극장은 관객과 개그맨들이 온전히 소통하는 자리다. 그 자리에서 저는 플레이어보다는 플레잉 코치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이 무대가 ‘개그가 잘 여무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 개그맨들에게는 언제나 웃길 수 있는, 관객들은 언제든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미디의 퀄리티는 높이면서 관객들의 진입 장벽은 낮추는 게 우리의 목표다. 개그 공연이 조금은 명성이 바래진 것이 있다. 하지만 이미지를 다시 쌓아올리고자 무대와 객석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소극장 설계를 예술의 전당을 설계를 하신 분이 직접 했다. 이런 작은 것까지 신경 써야 코미디의 의미에 덧붙여지는 것 같아서 욕심을 좀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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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개그맨 김지호 SNS (윤형빈소극장 공연 "관객과의전쟁" 후) |
Q. 윤형빈소극장 1호점이 부산에 있다. 왜 서울로 2호점을 내게 된 건가.
A. 윤형빈소극장 1호점을 부산에서 개관했는데 벌써 20만 관객을 넘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2호점을 냈다. 서울에는 공연장도 많아서 ‘진검승부’라는 생각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웰메이드 코미디에 대한 수요가 끊임없더라. 컬투쇼 이외에 개그 공연들이 명맥을 잇지 못한 게 현실인데 체계적인 공연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을 느끼고 그만큼 비전을 확신하게 됐다.
다른 개그맨들도 고무적이다. ‘변기수의 뉴욕쑈’나 서태훈, 김기리, 류근지, 김성원의 ‘이리오쑈’ 등이 윤형빈소극장에서 공연을 했고, 그게 계기가 돼 자신들의 공연으로 만들고 전국투어도 하게 된 것이다. 다른 개그맨들도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코미디의 퀄리티를 높이면 그만큼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는 비전을 함께 느끼는 중이다.
Q. 코미디언들이 저평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나.
A. 그 이유에는 복잡한 매커니즘이 있어 단순하고 명료하게 설명할 순 없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를 꼽자면 ‘공개코미디’라는 ‘독이 든 성배’를 마셨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공개코미디’는 신인을 빨리 키우기에는 적합하다. 하지만 개개인의 ‘스케일’이 없다.
‘스케일’이라는 것은 예를 들어 신인가수가 앨범을 냈을 때와 조용필 선생님이 앨범을 냈을 때 느껴지는 확연한 차이와 같다. 두 앨범의 ‘스케일’ 차이가 있지 않나. 이를테면 ‘스타성’과 비슷한 개념인데, 공개코미디 자체가 개그맨들로부터 그 스케일을 다 떼어버리고 ‘웃음’이라는 무기 하나로만 나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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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라인엔터테인먼트 |
이를 ‘독이 든 성배’로 표현한 이유는 웃음은 지킬 수 있으나 개그맨들에게 ‘스타’라는 느낌은 안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게 쌓이다보니 개그맨들에게 ‘스케일’이 떨어져갔다. 개그맨들이 공개코미디 아닌 다른 곳에서의 입지가 작아지게 되고, 공개코미디가 거의 유일한 무대가 됐다.
잘 생각해보면 과거에는 개그맨들이 캐롤 앨범 냈고, 영화에도 출연했었다. ‘스타’로서의 값어치가 있었던 거다. 가요계는 대형기획사들이 생기면서 체계적인 기획 시스템이 생겼지만 개그계에는 그게 없다. 그러면서 ‘스타성’이라는 것이 더욱 저물어간 것 같다.
Q. 개그계에서 ‘스케일’이 사라진 상황에서 왜 하필 ‘무대’로 돌아왔나.
A. 이런 상황에서 가장 시급하게 찾아야 하는 게 무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대’가 예전의 그 위상을 되찾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나는가수다’가 잘 되면 그 가수들이 자신의 콘서트를 연다. 각종 방송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스타성을 지켜가면서 여유로움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개그콘서트’가 잘 된다고 개그맨들이 자신의 콘서트를 열지 못한다. 자신의 ‘스케일’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저는 지금의 상황이 누구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요계는 대형기획사들이 생기고 기본적인 스케일을 갖춘 그룹들이 탄생하고, 계속 앨범을 발매하고 발전해가면서 해외에도 진출하고 한류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체계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저변을 넓히는 노력들을 가요계에서는 많이 했다. 하지만 개그계에서는 아직 그런 노력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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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라인엔터테인먼트 |
Q. 코미디를 위해 개그맨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저는 코미디가 없어질 장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공개코미디 그 다음은 무엇이냐’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도전! 지구탐험대’와 ‘정글의 법칙’이 오지에 가서 경험을 쌓는다는 것은 똑같지만 포맷의 변화를 통해 발전의 단계를 거쳤다. 개그계도 이런 발전의 단계를 거치고, 다음 세대의 스타가 나와야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스타를 탄생시킬지를 고민해봐야 하는 순간이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지금의 개그계에서 윤형빈소극장이 지니는 의미가 무엇이었으면 좋겠나. 지금의 개그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일까.
A. 무엇보다 고민해야 할 것은 ‘신선함’을 줄 수 있는 ‘포장’이다. 개그라는 알맹이는 변함없지만 그 겉의 ‘포장’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하는데, 제 욕심은 지금 이 소극장이 그런 고민을 해나가는 불똥이 되고, 그 시작이 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앞서 개그맨들을 위한 기획사 시스템이 정말 잘 돼 있는 일본에서 몇 달 간 살면서 공부를 했다. 그 결과 ‘공연’이 기반이 된다는 걸 알았다. 모든 코미디의 발단은 공연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관객과 소통하면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것이 ‘기본’이지 않을까. 스탠딩 공연이 활성화 돼 있는 미국이나 코미디의 시스템이 체계적인 일본을 보면 개그 전용 극장들이 정말 많이 있다.
이런 극장들을 통해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 선후배 개그맨들 간의 교류, 신인 개그맨들의 트레이닝 등이 가능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부산에 윤형빈소극장을 개관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도 이 장소에서 20주년 기념 공연 ‘쑈그맨’을 펼친 박성호 형님 등 개그계 많은 선후배들이 이에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예전에 김학래 선배님께서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라 안 해서 못하는 거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윤형빈소극장은 ‘하면 된다’는 일념 하에 늘 달리고 있다. 그 발전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