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바야흐로 유아인의 전성시대다. 천만관객을 기록한 영화 ‘베테랑’에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그가, 이번엔 ‘사도’를 통해 사도 세자로 변신해 관객들에게 완벽한 연기파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사실 ‘베테랑’에서부터 영화 감상을 못 하겠어요. 순수하게 감상했다고 말 못 하겠다 해야 할까요? 계속 주위반응도 살피고 주변도 둘러보고, 제가 관객을 향해서 영화를 찍기 시작했죠. 이전도 마찬가지겠지만, (이전엔)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면 ‘베테랑’부터는 내가 찾아낸 나를 여러분에게 보내는 거예요. 황정민 선배가 최고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관객이라고 하셨어요. 저도 그렇게 돼서 많이 의식하고 신경 쓰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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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유아인은 ‘사도’로 첫 사극영화에 도전했다. 그간 드라마를 통해서는 사극에 등장하는 그를 볼 수 있었지만, 영화로 만나니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특히 이준익 감독, 송강호와 첫 호흡을 맞추게 된 그가 ‘사도’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제가 사극을 워낙 좋아해요. 어릴 때도 많이 보면서 보냈어요. 그간 드라마로 사극을 했었지만, 실록에 근거하는 정통사극을 해보진 못했죠. 사극이 장르적으로 공을 들여야 하는 장르인데, 드라마라는 시스템 안에서 못 보여준 게 있던 것 같아요. 그런 아쉬움이 이준익 감독님 사극을 하면서 시원하게 풀렸죠. 한국영화에 이런 정통 사극, 우직한 사극이 있었나 싶어요. 진짜 역사극이라 생각해서 전 자부심 있어요(웃음).”
“영화 안에서 환경, 권력 안에서의 패권다툼, 당파싸움 등 여러 가지가 존재하지만, 이준익 감독님이 결국 인간성으로 접근하는 게 좋았어요. 궁중에 있는 인물들은 권좌에 올라있는 사람들이에요. 인간이 아니고 자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요. 그것으로 비춰지는, 그래서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들이잖아요. 되레 그 인간성을 보여준다거나 그렇게 해석하지 않고, 왕이라는 존재의 권력 때문에 뒤주 안에 들어가게 되는 그런 부분을 해석하는 부분이 이준익 감독만의 새로운 접근 방식이었어요. 역사는 해석의 여지가 분분하잖아요. 특히 사도 세자의 이야기처럼. 사극이라는 부분을 떠나서도 이런 정도의 깊은 감정을 표현한 영화가 드물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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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사도’를 통해 유아인이 연기하는 사도 세자는 아버지 영조(송강호 분)의 따뜻한 정을 그리워하지만,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는 그에게 원망과 분노가 커져 그것이 광기로 변하는 캐릭터다.
“연민을 만드는 게 중요했어요. 사실 제가 아니더라도 시나리오에 (이미) 연민이 가득했죠. 이 인물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부분을 제가 어떻게 입체적으로 표현할 것인가 고민이 컸어요. 아역배우가 등장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제가 등장하는 부분부터 갈등이 등장해요. 어쨌든 어두운 측면이 강렬하게 보여 지는데, 그래서 입체적이지 않게 보여 질수 있겠다 우려했어요. 그 안에서 정밀하게 세공해서 입체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외는 (사도 세자가) 익숙한 인물이라서 차이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사실 전 사도 세자가 안 익숙했거든요. (사도 세자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소재로 잠깐 등장한다거나, 픽션이라고 할 만큼 다른 이야기가 가미됐거든요. 그래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룬다고 차이점을 만든 다라기 보단 극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사실 ‘베테랑’과 ‘사도’에서 유아인이 맡은 두 캐릭터는 모두 광기를 내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관객들에게 선보여지는 연이은 작품에서 유아인이 연기하면서 혹시나 겹치는 부분에 대해 걱정하진 않았을까.
“사실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창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에는 제 안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거고, 그런 부분 때문에 다채로운 나를 찾으며 살고자 하죠. 다양한 면모는 있으니까요. ‘사도’나 ‘베테랑’의 조태오도 저에게 그런 면이 없다고는 말 못 하겠어요. 친구들이 영화를 보고 장난으로 저한테 그런 면이 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악함, 근성, 선량함, 정의나 순수 모두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성징들이 저에게도 다 있다고 생각하고 나로부터 출발시키고자 애쓰죠. 인간을 선(善)과 악(惡)으로 나눠 이야기할 수 없잖아요. 조태오는 순수해서 악행을 저지른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사도 세자는 결국 그 기질 안에서 환경을 만났을 때 발행되는 모습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공감과 연민이 생기더라고요. 공감대나 연민 없이 연기한다고 새로운 인물을 창조한다는 건 내 방식은 아니에요. 물론 정답은 없겠지만, 저는 제 안에서 출발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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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최근 유아인은 ‘베테랑’ ‘사도’ 등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촬영까지 쉴 틈 없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베테랑’을 통해선 천만배우라는 타이틀까지 얻으며 그야말로 유아인의 전성시대나 다름없는 때를 지내고 있다. 배우로서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쁜 일이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지친다는 느낌을 받진 않았을까.
“저는 아직도 목이 말라요. 배우라는 존재들이 불덩이를 가지고 사는데, 어떤 작품에서도 그런 걸 완전히 풀어놓지 못하죠. 끊임없이 목마름을 느끼고요. 에너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에너지를 담는 그릇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채워지고 비워지는 과정을 담는 걸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죠. 저는 아직도 많이 남았고 화가 안 풀리고 있어요. 그 화는 에너지를 말하는 거예요. 중요한 건 제 안에서 소진되는 게 아니라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지치지 않는 거죠. 어쩌다보니 선 굵은 작품들이 배치됐는데, 사실 전 그냥 영화 안에서 흘러가는 인물을 연기하는 걸 좋아했어요. 감정연기를 할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도 있지만, 그냥 일상을 연기하는 게 더 큰 카타르시스를 줄 때도 있죠.”
“천만 배우요? 부담이 있어요. 겁먹기도 하고 겸손한 자세도 있는데, 그냥 제가 이상적으로 바라는 건 좋은 일이 있을 땐 신나게 즐기고 (이후엔) 훌훌 털어버리고 그런 것 같아요. 어릴 땐 너무 그걸 못했거든요. 항상 뭔가에 휩싸여서 그 순간 저에게 찾아오는 것에 흠뻑 빠지지 못했죠. 사실 지금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흠뻑 취할 수 없다는 거예요(웃음). 근데 박수 쳐주면 좋다고 하려고요. 류승완 감독님을 보니까 난 이 사람이 얼마나 겸손한 사람인지를 아는데 어깨에 벽돌올리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겸양 떠는 것보단 시원하게 즐기고 지금이 내 미래를 만들 수 있다면 이용도 할 거예요. 아니면 미래에 ‘내가 왕년에 말이야’라고 하면 되죠 뭐(웃음).”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