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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류단오(27·본명 이종민). 독특한 그의 이름은 단단하게 자신의 길을 묵묵하게 걸으라는 의미가 담긴 예명이다. 현 소속사 윤스토리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소속사 대표가 선물한 이름이다.
그는 동국대학교 연극학부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내달 막을 올리는 뮤지컬 ‘달동네 콤플렉스’ 연습만으로도 한창 바쁜데도 결코 학업을 게을리 하진 않는다. “이론과 현장이 같이 가야 한다”는 연기 철학 때문이다.
“현장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다보면 아무래도 피드백이 오는 연기에 치중될 수 밖에 없어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웃고, 좋아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대본과 다른 연기를 하게 되기도 하는데, 그런 웃음만 추구하다 보면 깊이가 떨어질 수 있거든요. 하지만 대학원 공부를 통해 센스 있는 연기에서도 정당성을 찾게 됐고, 깊이 있는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류단오는 고교 시절부터 연기자의 꿈을 키워왔다. “중학교 때까지 유도를 했었는데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 두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어요. 평소 제가 무언가를 표현하고 따라하는 걸 좋아해서, 연극영화과에 진학하자 생각하게 됐죠.”
내면에 잠재돼 있던 끼는 대학 진학 후, 본격적으로 작품 작업을 하면서 점점 더 발산되기 시작했다. 학창시절엔 가르치는 대로 받아들이는 모범적인 학생이다는 그는 “연기가 제 많은 부분을 바꿔놨다”고 말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서 본 무대는, 그렇게 류단오를 뮤지컬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군 전역 후 복학한 뒤에는 배우로서 보다 구체적인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 “학교에 매일 상주하며 작품에만 매진했어요. 그러다 보니 주위에서 열심히 하는 친구라고 봐주신 것 같습니다. 덕분에 좋은 기회도 많이 얻었고요. 지금도 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지만, 그 땐 정말 멋모르고 열심히만 한 것 같아요. 지금은 저에게 잘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학창시절 10편 넘는 무대에 선 류단오는 2013년 뮤지컬 ‘친정엄마’로 프로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대학로 생활은, 생각만큼 녹록치 않았다. 배역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경쟁 사회, 거기다 열악할 뿐 아니라 불안정한 공연계의 현실을 체감하자니 류단오 역시 불안함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연기는, 마약 같아요. 무대에 올라 제가 그 인물이 돼 표현하는 것에 관객들이 웃고 울고... 그럴 때 카타르시스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커튼콜 때 박수 받는 감정도 그렇고요. 경제적 보상보다 그러한 정신적 보상이 크니 힘들더라도 연기는 절대 놓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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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단오는 존경하는 선배로 박신양, 최민식, 유준상을 꼽았다. 특히 그는 대학 시절 유준상과 맺은 인연을 소개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제가 학생회장을 했었는데, 신입생들에게 특강을 부탁하려 유준상 선배께 전화를 드린 적이 있어요. 아주 쿨하게, 흔쾌히 오셔서 특강을 해주셨는데, 너무 감사드리고. 삶을 굉장히 파이팅 있게 사시는,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늘 배우고 싶습니다.”
뮤지컬 배우 김수형 역시 그가 닮고 싶은 ‘좋은 사람’이다. 무엇보다 그는 류단오가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 장본인이다.
“좋은 사람이 좋은 연기를 할 수 있고,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100%예요. 물론 한두 개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매력 있다고 어필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잠깐이이에요. 길게 못 간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배우를 꿈꾸는 류단오의 또 다른 이름, 스물일곱 청년 이종민의 일상을 엿보면, 그는 이미 좋은 사람이다. 할아버지의 비서를 자처한 그는, 알 수 없는 먹먹함을 호소하며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가 같은 아파트 옆동에 사시는데, 아무래도 제가 아침에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만큼 매일 아침 할아버지댁에 가서 함께 식사를 해요. 할아버지께 좋은 말씀을 들으며 지내다 보니 정신적으로 더 단단해지는 것을 느끼고, 너무나 행복합니다. 할아버지가 제 1호 팬이신데, 힘든 걸음으로라도 꼭 보러 와주세요. 할아버지가 오시는 날이면 왠지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납니다.”
류단오가 처음으로 주연으로 캐스팅 된 ‘달동네 콤플렉스’는 내달 23일 한성대아트홀에서 막을 올린다. “‘순정남’ 캐릭터는 처음”이라는 류단오는 “러블리한 설정으로 관객들을 오글오글 오징어로 만들어드려야 되는데”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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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on@mk.co.kr/사진 윤스토리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