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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 때는 목숨 걸고 하기도 하지만 이젠 제가 상어를 잡아도 그러려니 하실 것 같아요.”
지난 9일 열린 SBS ‘정글의 법칙’ 제작발표회에서 씁쓸한 표정의 ‘족장’ 김병만이 남긴 우스갯소리다.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달인’으로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던 그가 ‘정글’을 택한지도 어언 햇수로 5년째. 육지는 물론 깊은 강과 검푸른 바다 속에서도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매 주 보여주고 있으니, 정글 라이프를 직접 겪어보지 않은 시청자로서는 그리 생각할 만도 하다.
그 누구도 아닌 김병만이라면 으레 해내겠거니 생각하게 된 이 무한 신뢰는, 좀처럼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런 만큼, 김병만 역시 한 순간도 열심히 하지 않은 적이 없다. 스물한 번째 정글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그의 가슴은, 여전히 정글을 생각하면 뜨겁게 달아오른다.
“늘 생각해요. 다음에는 뭘 보여주지? 다음에 떠나는 나라가 정해지면 계속 공부를 하죠. 대나무 공예 같은 것도 배우고요. 갈 때마다 만드는 방법은 비슷하지만 재료가 달라지거든요.”
‘히든킹덤’과 ‘라스트 헌터’로 호평 받은 스무번 째 도전지, 브루나이에 이어 스물한 번째 목적지는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 니카라과다. 중앙아메리카 최대 국가인 니카라과는 마야어로 ‘물이 많은 동네’라는 의미. 김병만, 현주엽, 김동현, 조한선, 최우식, 하니, 잭슨, 류담, 김태우, 엔, 민아 등 다수의 스포츠스타로 꾸려진 21기 병만족은 소모토 협곡로드에 도전했다.
‘언제까지 정글에 갈 것 같으냐’는 질문에 김병만은 “많은 분들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시면 달릴 수 있는 대로 달릴 예정”이라 답했다. 일각에서는 ‘정글의 법칙’이 반복되는 오프로드 여정과 이제는 식상해진 정글 먹방이 시시하다는 반응도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글의 법칙’은 현재 금요일 동시간대 예능 1위를 묵묵히 달리고 있다. 분명히, ‘박수칠 때 떠나는’ 예능은 없다. 이는 ‘정글의 법칙’에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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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다시 한 번 궁금해진다. 도대체 ‘정글의 법칙’이 동시간대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뻔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니카라과 편을 연출한 김진호 PD는 초심을 꼽았다.
“동시간대 이슈가 크게 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우리는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걸 초심 잃지 않고 해왔기 때문에 (1위를) 잘 지켜올 수 있지 않았다 싶습니다. (타 프로그램의 공세에) 흔들리거나, 우리가 못 하는 데 도전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사랑해주시는 고정 팬들. 특히 어린이들이나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들께 얼마나 좋은 방송 보여드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만들어왔습니다.”
공교롭게도 11일 첫 방송되는 ‘정글의 법칙-니카라과’ 편은 시작부터 ‘삼시세끼-정선 편’ 마지막회와 맞붙는다. 정선 편이 종영한 뒤도 금방 ‘삼시세끼-어촌 편’이 찾아올 예정이라 하니, ‘정글의 법칙’은 정글 라이프만큼이나 쉽지 않은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담담했다. 초심은 가져가되, 지금까지 그러했듯 내적인 변화를 꾸준히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1위를 위한) 비책이랄 건 따로 없고, 변화를 계속 줘야겠죠. 최근에도 헝거게임, 셰프 특집 그리고 스포츠스타 특집 등 기획의도 안에서 계속 변화를 주고 있어요. 앞으로도 변화를 주면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걸 지켜 나가면 고정 팬들은 만족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살벌한 시청률의 정글에서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랑받은 힘은 괜한 게 아니다. ‘정글의 법칙’이 여전히 10%대 중반의 시청률을 고수할 수 있는 건, 시시각각 변하는 예능 트렌드 속에서도 묵묵히 지켜온 초심. ‘정글의 법칙’ 시청자를 배신하지 않은 바로 ‘정글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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