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방송 프로그램의 예고편, 누구에게는 그저 ‘미리보기’ 영상이지만 누구에게는 자신의 역량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된다.
KBS2 드라마 ‘프로듀사’의 마지막 편에서 백승찬(김수현 분)이 어깨에 힘 ‘빡’ 줬던 거의 유일한 장면. 바로 그가 만든 ‘1박2일’ 예고편이 화제가 됐을 때다. 백승찬은 예고편이 검색어에 오르자 한껏 어깨 으쓱하며 말한다. “저 이러다 진짜 스타 PD 되는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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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프로듀사 방송 캡처 |
‘프로듀사’를 본 시청자들이라면 처음에는 못 미더운 표정으로 넘겼다가 나중에는 만족하는 표정으로 백승찬을 격려하는 메인 PD 라준모(차태현 분), 그리고 그의 격려에 더욱 편집에 집중하는 조연출 백승찬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더불어 이런 궁금증도 한 번 쯤 가져봤을 지도 모른다. ‘어라, 예고편을 PD가 만드는 게 아니었다고?’
백승찬의 예에서 보듯 예고편은 메인 PD가 만드는 게 아닌 조연출의 몫이다. MBC 에브리원 ‘툰드라쇼-청순한 가족’의 이순옥 PD는 예고편에 대해 “조연출의 생명”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PD는 “전체적인 콘셉트, 어떤 포인트로 어떤 장면은 꼭 넣어야 하는지 등은 메인 PD와 조연출이 회의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모두 조연출이 감당해야 한다.
이순옥 PD는 “같은 콘셉트라도 사람마다 모두 다른 예고편들이 나온다. 조연출이 만든 예고편을 보면 그의 연출 감각이나 센스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실제로 예고편을 눈길 가게 만드는 조연출들은 좋은 PD가 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음악부터 자막, 삽입 장면 등을 콘셉트에 맞게 고르고, 재배열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것이 바로 예고편이기 때문이다.
예고편을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역시 ‘낚시질’이다. 다음 편을 궁금하게 만들어 예고편을 본 시청자를 그대로 본편 방송으로 끌어들이는 게 최종 목표인 예고편에 ‘낚시질’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같은 장면들을 가지고도 얼마나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지가 그 예고편을 만드는 조연출의 역량을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는 게 이순옥 PD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나친 ‘낚시 예고편’은 시청자를 화나게 하는 일등공신이 된다. 심지어 이번 편에 나온다고 했던 장면이 다음 방송으로 미뤄지는 사태도 간혹 발생한다. Mnet 드라마 ‘더러버’에서도 이런 일이 몇 번 발생해 시청자들의 원망을 들었다. 이에 대해 김태은 PD는 “그게 비화가 있다”고 털어놨다.
김태은 PD는 종영 인터뷰에서 “예고편은 조연출이 미리 만들어 놓고, 방송분은 제가 편집한다. 워낙 촉박하게 돌아가는 일정이라 방송 전날 편집본이 완성되는 일이 많았다”고 말하며 “그래서 본 방송과 예고편이 간혹 맞지 않은 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PD는 “결코 이게 ‘낚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 때 많은 분들이 ‘Mnet의 낚시 예고편은 어디 안 간다’고 하셨던 걸로 안다”며 제작 과정에서 있었던 실수였음을 인정했다. 일전에는 많은 방송에서 ‘낚시 예고편’을 했었지만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은 후 최근 방송가에는 지나친 ‘낚시’는 많이 사라진 추세다.
1분 남짓 하는 예고편을 위해 실제로 방송 프로그램의 조연출들은 꼬박 며칠을 투자해야 한다. 밤낮으로 편집하고, 지적을 받고, 또 다시 수정해서 ‘컨펌’을 받으면 비로소 그 1분의 영상이 전파를 타게 된다. 이 과정은 힘들지만 조연출들의 ‘든든한 성과’가 되고, 그들의 ‘포트폴리오’가 된다. 조연출들은 한 프로그램의 PD가 돼 예고편을 ‘졸업’할 날을 꿈꾸며 오늘도 예고편에 그들의 ‘아름다운 밤’을 바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