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에브리원 ‘웹툰히어로-툰드라쇼’(이하 ‘툰드라쇼’)에 참여하는 크리에이터로서 웹툰작가 기안84는 만족하고 있을까? 대답은 “예스”다.
최근 경기도 안양시 촬영장에서 ‘툰드라쇼’의 코너 ‘청순한 가족’의 시나리오를 만들면서 동시에 극중 첫째 희민을 연기하고 있는 웹툰작가 기안84를 만났다. 그는 ‘툰드라쇼’ 제작발표회 당시 예상치 못한 입담으로 간담회장을 ‘빵’ 터뜨린 이력이 있다.
그런 그에게 넘치는 끼를 느끼고 ‘제2의 유병재’라는 이름을 거론한 순간, 기안84가 손을 든다. “아서라, 행여나 그런 소리 말아주세요. 유병재 씨가 얼마나 대단한 분인데. 행여나 누가 들을까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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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쩌다가 웹툰작가가 드라마를 만드는 ‘툰드라쇼’에 함께 하게 됐나.
A. 원래 영상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전에 짧은 영상들을 만들기도 했는데 기회가 오니 감사하게 참여하게 됐다. 지금은 이 기회를 잘 다져나가는 중이다. 공황장애만 안 심해지고, 좋은 창작물만 나오면 계속 안 할 이유가 없다.
지금 개인적인 생활도 더 나아지고 있다. 건강한 삶이랄까.(웃음) 마감도 더 빨리 하고 있고 사람이 일이 많아지니까 부지런해지더라. 제게는 ‘임상실험’ 중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Q. ‘툰드라쇼’를 하면서 만족하나. 이 포맷이 안정화가 되려면 보완할 점을 웹툰작가로서 하나만 꼽자면 무엇이 있나.
A. 개인적으로는 재밌다. 혼자 하다가 사람들도 만나고 하니 함께 하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낀다. 물론 다 같이 발을 맞춰나가는 부분에서 힘들긴 하지만 점점 잘 맞아가고 있다. 하다 보니 ‘이 사람은 이걸 잘해’ 이런 게 생겼다. 웹툰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골프라면 ‘툰드라쇼’는 축구 느낌이다.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그게 시나리오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제게는 충분히 재밌다. 무엇보다 신선한 소재가 답인 것 같다는 걸 항상 느낀다. 이번 ‘청순한 가족’은 가족이라는 소재가 수많은 채널에서 나오기 때문에 조금 힘이 약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웹툰작가의 입장에서는 일단 대본을 자신이 써야한다고 본다. 물론 전문 시나리오 작가님들이 능숙하시고 작가 혼자 다 써버리면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 작가가 대본을 쓰게 되면 안정적인 반면 신섬함이 실종될 수 있는 우려도 있지 않을까.
Q. 모든 웹툰작가가 직접 캐스팅에도 관여했다. ‘청순한 가족’의 정일훈을 섭외한 이유는? 본인이 점점 주인공이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에 대한 ‘해명’은?
A. 제가 하다 보니 뭔가 비중이 많아졌다.(웃음) 주인공은 캐릭터가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머릿속에는 당연히 (정)일훈이가 주인공이다. 제 연기가 비교적 ‘봐줄 만 했던’ 이유는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넣기 때문 아닐까.(웃음)
정일훈을 캐스팅한 이유는 정일훈을 본 순간 어디선가 고독한 청소년의 쓸쓸하기도 하고 순수한 면이 보였다. ‘흙수저’를 기반으로 하는 청소년을 보는 느낌?(웃음) 캐릭터에 정말 잘 어울렸다. 너무 예쁘게 생겨서 걱정했는데 연기를 정말 잘 하더라. 감히 말하자면 ‘툰드라쇼’ 안에서 제일 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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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러다 전문 방송인으로 진출하는 것 아니냐. 전에 ‘전혀 그럴 의도로 시작한 게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 적이 있다.
A. 그 때 제가 너무 단호하게 이야기 했냐.(웃음) 사실 그리고 저는 ‘설마 불러줄까’ 이런 마음이다. 작품에 출연하고 나서 러브콜이 안 온다. 그래서 후속탄을 노리고 있는 중이다. 12회로 이야기가 끝나기 때문에 다음 시리즈를 만들어볼까 생각도 한다. 물론 새로운 아이템도 있고. 이렇게 자유롭게 구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툰드라쇼’의 장점이다.
지금 이걸 하면서 저는 만화 처음 그릴 때처럼 설레는 기분이 든다. 제가 생각하는 걸 영상화를 할 수 있다는 게 참 메리트다. 더불어 출연까지.(웃음)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회가 왔을 때 충분히 잡고 싶고, 이를 시너지로 더 좋은 창작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제2의 유병재’라는 말은 하지 말라.(웃음)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 거다. 드라마든 웹툰이든 ‘스토리’를 만들고 콘텐츠를 기획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할지 몰라도 유병재 씨는 끼가 있지 않나. 저 욕 먹는다. 전 그렇게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웃음)
Q. 이번 작품은 ‘패션왕’ ‘복학왕’처럼 ‘왕’ 시리즈가 아니다. 이제 그럼 ‘왕’ 시리즈는 끝난 건가.
A. 이제 ‘왕’ 시리즈는 안 하려고 한다. 물론 우기명은 꼭 장가를 보내고 시리즈를 끝내겠지만.(웃음) ‘왕’ 시리즈가 어느 새인가부터 촌스러워진 것 같다. 짜내서 하는 모양새로 보일까봐 걱정도 되고. 처음에 ‘청순한 가족’도 ‘고딩왕’ 같은 제목이었다. 그런데 제가 ‘그만 좀 하자’고 말려서 지금의 이름이 됐다. 다행이지.(웃음)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