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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서바이벌에서 디스(disrespect)는 과연 필요악(惡)인가.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진행된 Mnet ‘언프리티 랩스타2’(연출 고익조) 제작발표회에서는 프로그램 설명회임에도 불구, 이례적으로 출연진간의 디스전(戰) 및 디스가 과연 힙합 문화의 한 부분인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국내 최초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 스핀오프 형식으로 론칭된 ‘언프리티 랩스타’는 최고의 실력을 지닌 여자 래퍼들이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드는 여성 래퍼 서바이벌을 그린다. 지난해 치타, 제시, 키썸, 졸리브이, 지민, 키썸, 육지담, 릴샴, 제이스 등의 활약으로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는 데 성공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방송을 통해 소개되는 대중음악의 장르적 편식 분위기 속 힙합 장르에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었으나 출연자들이 랩으로써 서로를 디스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화제가 되면서 힙합의 본질을 흩뜨리는 역기능을 낳기도 했다.
이에 대한 제작진의 생각은 어떨까. Mnet 한동철 국장은 “녹화 중 재미있는 소스가 나오면 시청자에 최대한 왜곡되지 않게 전달하려는 게 우리 입장이다. 그게 너무 프로그램 본질보다 화제성만 부각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고 담담하게 운을 뗐다.
한 국장은 “편집하는 우리도 사람이다 보니, 그런 부부네 편중되게 갔던 부분이 있다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좀 더 객관적으로, 프로그램 본질을 보실 수 있도록 자각해서 편집 방향을 수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변명인지 호소인지 모르겠지만, 디스를 화제만을 위한 역차별적 시선으로 봐주시는 것도 문제인 것 같다”는 한 국장은 “디스도 힙합(문화)의 한 부분이다. 우리가 글로써 다른 의견이나 사상, 논조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들은 그걸 랩으로 하는 것이고, 어떤 이는 위트 있게 꼬아서 표현하느라 비속어를 사용한다거나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도 있는 것이며, 그것이 래퍼들의 표현방식”이라며 이해를 당부했다.
연출자 고익준 PD는 “디스가 자극적이라는 데서 착안해 시작된 건 아니다. 지난 시즌 촬영장이, 전쟁터였다. 서로 이기겠다 지겠다 난리가 났는데, 그래서 이걸 마주보고 대결하는 방법을 취해봤다”며 “디스 배틀이라는 걸 하는 장르는 힙합 밖에 없지 않나. 경쟁하는 프로그램에서 이걸 굳이 또 안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 고민 끝에 담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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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는 “디스전은 가사를 통해 센스나 재치있는 표현력을 볼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불화가 어떻다기 보다는 내용을 봐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캐스퍼는 “힙합은 원래 배틀적인 면이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적인 면이 강하다. 역사적으로 힙합 팬들도 다 인정하는 부분이라서, 디스가 힙합 문화네 아니네 하는 게 더 이해가 안 간다”고 같은 입장을 전했다.
이어 “이 방송을 겪으면 좋았던 게, 어필하려고 하는 게 배틀적인 부분이 아니라 힙합의 여러 가지 면을 보여드리려 한다는 건데 결국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관심 갖는 게 그 부분이라서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고PD는 “디스전의 분량은, 전체 회차중 1회다. 나머지 분량이 훨씬 많은데 그게 워낙 강렬하니까 기억되는 것 같다”며 “다른 부분도 유심히 한 번 보시면 우리가 담고자 하는 게 다른 것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힙합에 대한 오해를 만든 데 대한 수습은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언프리티 랩스타2 에는 헤이즈, 캐스퍼, 애쉬비, 효린, 길미, 안수민, 예지, 키디비, 수아, 유빈, 트루디 등 언더와 오버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 온 11명의 여성 래퍼들이 참여한다. 11일 오후 11시 첫 방송.
psyon@mk.co.kr/사진 강영국[ⓒ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