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윤아 기자] MBC 주말드라마 ‘엄마’가 부모와 자녀간의 벌어진 입장 차이를 각각 대변하며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5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엄마’에서는 실버 세대의 고달픔을 그리며 달라진 시대 상황을 드라마에 녹여냈다.
많은 드라마가 로맨스물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버 세대들의 아름다운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는 극히 드물다. 또한 은퇴한 중년, 노년세대가 직면한 외로움과 소외감에 대해서는 드라마가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서 어떻게 인생을 잘 마무리해야 할지, ‘엄마’는 시청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고자 했다.
이날 정애(차화연 분)는 3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후, 4남매를 키워온 지난 날을 회상했다.
그는 “내 이름은 윤정애다. 내년이면 환갑이다. 나는 열심히 살았다. 34세에 혼자가 됐다. 남편은 좋은 사람이었다. 열심히 살 수밖에 없었다. 서울 불광동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독하다는 소리 들어가며 열심히 살았다. 지금은 애들도 잘 크고, 부자로 잘 산다. 감사한 일이다”며 혼잣말로 드라마의 포문을 열었다.
정애는 며느리 될 아이가 집으로 첫 인사를 온다는 소식에 새벽부터 시장을 찾았다. 그는 잔뜩 장을 보고 낑낑대며 버스를 타고 귀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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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엄마 캡처 |
마침 아들 영재(김석훈 분)는 여자친구 세령(홍수현 분)을 데리러 차를 타고 지나가는 장면이 교차 편집돼 엄마 정애의 고단함을 증폭해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정애가 자식들과 식구가 될 세령을 위해 열심히 음식을 준비했지만, 세령은 집안 분위기가 맘에 들지 않아 회사 핑계를 대고 급히 집을 빠져나왔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도 험악해진 집안 분위기에 다들 밥도 안 먹고 나가보겠다고 말했고, 엄마의 얼굴엔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자녀들은 가족들에게 맛있는 밥 한 끼 먹이고자 새벽부터 고생한 엄마의 마음을 영 몰라줬다.
어머니 말고, 쓸쓸한 아버지도 있었다. 엄회장(박영규 분) 또한 부인과 사별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동준(이세창 분)은 매번 사고만 치고, 회사 일에는 관심이 없어 아버지의 속을 썩인다. 재혼한 엄회장은 행복한 노년을 기대했지만 꽃뱀을 만나는 바람에 마음속에 화만 쌓여갔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엄회장은 혼자 침대에 누웠다. 그는 “내가 새벽부터 밤까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우리 얼마나 열심히 살았냐. 이 여자야 왜 일찍 죽어서 날 이렇게 비참한 늙은이로 만들어 놓나”며 사별한 부인의 사진을 쳐다보며 눈물을 훔쳤다.
젊은 시절을 자식들을 위해 희생한 엄마, 아빠들은 자녀들을 다 키운 후에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악착같이 홀로 자식들을 키우며 모든 것을 희생했지만, 정애와 엄회장 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심지어 자녀들은 ‘효도는 셀프’ 라며 유산까지 받겠다는 괘씸한 생각을 한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지쳤을 5포 세대 자녀들만을 나무랄 수도 없는 현실이다.
‘엄마’는 이 같이 우울한 현 시대를 반영했다. 그러나 유쾌하게 현 세태를 풍자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앞선 ‘엄마’ 제작발표회에서 박영규와 차화연은 드라마 속 중년의 로맨스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보인 바 있다. 특히 박영규는 “젊은 사람들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이 든 중년들도 멋진 사랑을 하는 구나’라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려질 정애와 엄회장의 로맨스 또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까. 정애와 엄회장의 제2의 인생은 매 주말 오후 8시45분에 방송된다.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