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최정헌입니다. 아직은 제 얼굴이 낯설겠지만 조만간 영화로 만나뵐 수 있을 것 같아서 미리 인사드리려고요. 연극 무대에는 요즘에도 많이 나가고 있으니 대학로에서는 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요즘이요? 요즘은 포항연극제 준비하느라 7월 초부터는 오전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한 달 동안 죽어라고 연습하고 있어요. 이걸 하고 나서 9월 중순에 서울에서 똑같은 연극을 한 번 더 하고 바로 중국으로 연극제 때문에 출국해야 해요. 연극 때문에 정말 바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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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조금씩 연극 밖의 세상으로 나가려고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해왔어요. 첫 상업영화를 3월에 찍었죠. 아직까지는 연극을 연습하는 게 더 편한 것 같아요.(웃음) 연극 같은 경우는 연습 시간이 정말 많은데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는 많은 시간을 상대 배우와 연습하는 시간으로 할애할 수가 없잖아요. 아직 신인이라 그런지 그런 부분으로는 연극이 훨씬 덜 부담스러운 게 있어요.
아직은 연극에서만 해서 그런가.(웃음) 막 제가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것도 있죠. 연극은 주조연이 나눠져 있지만 간혹 조연이 더 빛을 발할 기회가 있거든요. 그런데 영화에서는 주연에 중심이 맞춰져있다 보니 뭔가 더 노말(normal)하게 연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서 하고 싶은 걸 쉽게 시도할 수 있거나 하지 못하겠어요. 물론, 신인이라 그런 것도 있고요.(웃음)
예전 선배님들이 말씀하시기로는 연극과 영화나 드라마가 선이나 연기하는 게 많이 다르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연극도 예전엔 웅장한 그런 시대가 아니라 편안한 걸 추구하다보니 크게 다른 걸 잘 못 느끼겠더라고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다보면 저도 금방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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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제가 ‘대학로의 아이돌’이라고요? 이거 기사에 나가면 진짜 엄청 난리 날 텐데.(웃음) 전 축에도 못 끼고 이건 결코 겸손이 아닌 팩트입니다.(웃음) 솔직히 요즘에는 연극이나 뮤지컬에 아이돌, 스타 배우 분들도 많이 서시잖아요. 물론 그 분들이 한 번 하면 굉장히 잘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계속 뮤지컬, 연극 쪽에 유입되다 보니 이쪽도 인지도가 없으면 캐스팅되기가 힘든 분위기가 좀 생겼어요. 썼던 배우만 계속 쓰는 그런 것도 있고. 그런 부분은 아쉽긴 하죠. 어쩔 수 없이 인지도가 중요해지는 분위기기 때문에 저도 조금은 더 ‘밖으로 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기도 해요.
◇ 영화 ‘동주’, 그리고 내 친구 강하늘
지금은 영화 ‘동주’를 찍고 있어요. 함께 출연하는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있는데 정말 제가 연예인처럼 생각하던 분이에요. 연기를 정말 잘해서 우연히 한 공연을 보러 갔다가 만났을 때 사인을 받으려고 했을 정도거든요. 그런데 그 분이 영화 첫 리딩 때 제 옆자리에 앉으면서 “최정헌 씨죠?”라며 먼저 물어보시더라고요. 영광이었죠.
영화 ‘동주’는 저예산 상업영화인데 상업영화로는 처음이에요. 그런데 처음치고는 너무나 과분한 이준익 감독님과 하게 돼 영광이에요. 왜 ‘명장’인줄 알 것 같더라고요. 제가 신인인데도 정말 말도 많이 걸어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세요. 칭찬도 정말 많이 해주셔서 긴장도 풀리고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웃음)
이번 ‘동주’는 제 친구 (강)하늘이가 주연이에요. 사실 걱정을 좀 했어요. 하늘이가 드라마 ‘미생’ 끝난 후 정말 많이 바빴거든요. 이 영화가 윤동주 시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거라 많은 분의 주목을 받을 텐데 혹시나 하늘이가 준비할 시간이 많이 없는 것 아닐까 했어요. 하지만 역시 걱정일 뿐이었어요. 너무나 멋지게 연기를 해줘서 정말 좋아요. 하늘이는 정말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딱딱 해야 하는지를 아는 친구에요. 저는 사실 아직 감각이 없는데 하늘이를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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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하늘이를 포함해서 함께 친한 친구들이 네 명이 있어요. 전에 한 번 함께 술을 마시는데 솔직하게 하늘이가 말하더라고요. 그 중 한 명은 연출 전공이고 나머지는 연기 전공인데 함께 어디를 가도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그런 걸 보이기가 미안하다는 거예요. 저는 솔직히 하늘이가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친구가 잘 돼서 정말 좋거든요. 술값도 다 내주고.(웃음)
농담이고 어느 현장을 가도 하늘이의 칭찬을 듣곤 해요. 하늘이는 지금까지 8년을 알고 지내면서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는 친구에요. 우리가 화를 내는 걸 보고 싶어서 몰래카메라를 한 적도 있었는데도 화를 안 냈어요. 그런 친구이니 잘 되는 건 당연하고 그걸 기뻐하는 건 더욱 더 당연하죠. 이런 친구와 함께 영화까지 나오게 되다니. 꿈만 같아요.
◇ 제 자랑 조금만 해도 되나요? 아주 잠깐만요.
이런 말들이 너무 자랑 같긴 한데 한 번 해도 되나요?(웃음) 제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나왔는데 그 때 한 번은 한국종합예술학교(한예종) 09학번 앞에서 연극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제 이름이 소문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박정민 씨도 그 때 제 이름을 들었다 하고요. 그랬는데 그 유명세가 군대 다녀와서 ‘아 예전만큼 못하다’ 이런 소문이 또 나서.(웃음) 그래도 나름 ‘한예종에 소문난 배우’였어요. 너무 제 자랑 하는 건가.(웃음)
그게 사연이 있어요. 제가 군대를 다녀온 후 3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게 됐거든요. 그래서 정말 떨렸어요. 첫 대사를 거의 네 번이나 씹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연기를 하니 떨리고 자신감도 많이 잃었는데 올해 6월 무대에 오른 ‘소라별 이야기’라는 작품을 하고 자신감을 많이 되찾았어요.
군대를 계속 미루고 미뤘었을 때는 복잡한 심정이었죠. 스타가 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으니까요. 참 모순적인 말인 건 알아요. 하지만 그런 마음 때문에 계속 군대를 미루게 됐는데, 결국 갔다 오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여유로움도 되찾고. 마지막 과제를 마친 기분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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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2009년도에 제가 처음으로 데뷔라고 부를 만한 활동을 했어요. 연극계에서 정말 유명하신 정의신 연출가 선생님과 1학년 1학기 때 연극을 하면서 만났어요. 그 이후 한 번 더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연극을 하게 됐죠. 저에게는 정말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였어요. ‘고독에서 가장 먼 곳’이라는 그 1학기 때 연극이었는데요. 그게 바로 한예종 분들이 보러 왔던 그 연극.(웃음) 그 때 머리도 변발 형식으로 다 밀어버렸어요. 극중 역할이 바보여서 제가 선생님과 같이 미용실 가서 다 잘랐어요. 남자는 머릿발인데.(웃음)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했는데 ‘햄릿’ 이런 작품의 주인공에 익숙해져서 제가 멋있는 척을 저도 모르게 했던 것 같아요. 이런 저만의 버릇을 그 때 비로소 깨준 게 그 작품이죠. 막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고 머리도 이상하게 자르고 하면서 정말 힘들긴 했지만.(웃음) 하지만 제 자신이 사실 캐릭터 분석하는 과정에 조금 약했는데 그 때 다른 배우 분들과 함께 하면서 캐릭터 분석하는 과정을 제대로 배운 것 같아요.
그 때 제대하고 다시 연극으로 복귀를 하면서 ‘잘 해봐야지’라는 기대하는 시선 때문에 긴장한 적이 있어요. 군대 제대하고 복귀한 작품에서 사람들의 이목이 정말 많이 집중됐었어요. 그 때 정말 많이 떨려서 오히려 잘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 때 한 번 겪어봐서 나중에 제가 드라마나 영화를 하게 되면 그런 ‘주목하는 시선’에 더욱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 ‘동주’는 제 친구인 강하늘과 함께 하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인 박정민 씨와 나오니 든든하고 너무나 재밌게 찍었죠. 그래서 별로 걱정은 안 해요.
◇ 연기 인생, 모르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평생을 걸었죠
제가 전주에서 자랐는데 아버지가 군인이셔서 이사를 많이 다녔거든요. 그러다 전주에 터를 잡고 고등학교 때까지 전주에서 자랐어요. 전주예고를 들어갔다가 중앙대학교를 들어갔어요. 사실 전주예고 출신 중앙대 입학 첫 번째에요. 너무 내 자랑만 하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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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제가 연기를 하게 된 건 집안 영향이 커요. 형도 미술을 했고 어머니께서는 무용을 하셨거든요. 좀 집안에 그런 끼가 있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무얼 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인문계보다는 예고를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입시를 한 3주 남기고 준비를 하게 됐어요. 저는 사실 아버지께서 반대를 할 줄 알았는데 너무나 흔쾌히 아버지께서 허락해주시더라고요. 아버지께서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라’고 말씀해주셔서 시험을 보고 차석으로 붙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하지만 연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연기를 잘 몰랐어요. 연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니고 사실 처음엔 무용을 했거든요. 그러다 공연을 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진짜 멋있어서 저도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연극 무대를 딱 처음 섰는데 정말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요. 심지어 ‘지금 그냥 무대에서 나가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런데 그 무대가 무사히 끝난 후 딱 터져 나오는 그 박수 소리. 그게 제 인생의 첫 박수소리였는데 그 맛은 정말 서본 사람만 알아요. 그게 정말 좋더라고요. 지금도 소름이 돋네요. 그렇게 소름 돋는 경험은 해봐야 알아요. 이게 약간 중독이 있는데 그래서 ‘공연쟁이’는 ‘공연’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나 봐요. 지금도 힘들고 그럴 때마다 그 첫 박수 소리를 생각하곤 해요. 제 연기의 원동력이죠.
연극을 하다 영화를 하니 자극받는 것들이 더욱 많아져요. 영화와 드라마를 하면서 더욱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것 같고요. 앞으로 더 활동 영역을 넓혀가야죠. 제가 올해 졸업을 했어요. 이제 학생 신분도 아니에요.(웃음) 초조함이 조금은 들어요. 하지만 안 그러려고 노력해요. 그런 조금함이 고개를 들 때마다 어차피 연기 평생할 건데 조급해봤자 뭐할까 이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아요. 어차피 저 계속할 건데. 그쵸?(웃음) 천천히 가려고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