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맹목적인 믿음을 풍자하다
영화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이하 피케이)는 지구를 탐사하러 온 외계인(아미르 칸)이 벌거벗은 몸으로 배회하다 목에 걸고 있던 우주선 리모컨을 도둑맞고, 이를 찾으러 다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리모컨을 찾아다니는 이 외계인은 인도의 행동과 습성을 모르니 기인한 행동을 여러 차례 하고, 사람들로부터 피케이(술취한 놈이라는 뜻)라고 불린다. 그들은 또 리모컨을 찾는 그에게 "나는 신이 아니니 신에게 답을 구하라"는 조언을 한다. 피케이는 신을 찾아 나서지만 신이 좀 많은가. 어떤 신을 찾아야 할 지부터가 막막하다. 그러다 방송국 기자 자구(아누쉬카 샤르마)를 만나면서 집에 돌아갈 희망이 생긴다.
'피케이'는 피케이가 된 외계인과 자구를 통해 남녀의 사랑과 신(神)에 관해 이야기한다. 신이라는 존재에 거부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종교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지구에 온 외계인의 시각으로 재기발랄하게 풀어 이해하기 쉽다. 신에게 기도해도 소원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다른 신에게 "잘못 건 전화"라고 이야기하는 발상 등 독특한 점이 많다. 유치한 듯 유치하지 않다.
또 유쾌한 전개 방식이 계속 웃음과 함께, 깨달음도 전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인간을 만든 신을 믿지 않고,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여 인간이 만든 신을 믿는다는 단순하지만 믿기는 쉽지 않은 진실이 가슴에 와 닿는다. 방송국 기자 자구가 과거 벨기에에서 유학하면서 보냈던 사랑을 종교 간 대립의 양념과 후반부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쓴 것도 매력적이다.
인도 영화의 특성인 노래와 율동이 보는 맛도 더한다. 영화 줄거리와 연결되면서 함께하는 장면들이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흥얼거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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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 열풍을 몰았던 '세 얼간이'의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인도 역대 최고 흥행작에 이름을 올렸다. 129분. 15세 관람가.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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