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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러블리한 ‘로코퀸’ 김정은이 형사 출신 ‘밥집 아줌마’를 완벽 소화해냈다. 3년 만의 복귀작, 여배우로선 과감한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아들 잃은 엄마, 억척스런 정덕인 역을 선택한 이유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기 위함이었다. 20년차 여배우에게 필요했던 것은 기존의 연기를 답습하는 게 아니라, 가진 것을 버리고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였다.
김정은은 1일 서울 청남동 한 카페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나 연기자로서의 고민과 딜레마, 현재 열애 중인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MBC 드라마 ‘여자를 울려’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내려놨다”고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로 인해 많은 것을 얻었다. 덕인은 학교 폭력으로 아들을 잃고, 남편이 외도를 하고,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 범인의 아버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비련의 캐릭터다. 극적인 씬들이 많았던 데다가 액션, 요리까지 소화해야 했으니 힘든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김정은은 섬세한 감정과 내면 연기를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을 이뤄냈다.
오랜만의 복귀였으니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실망을 드릴까봐 무서웠다”고 근심 깊었던 속마음을 밝혔다.
“시작 전에는 무서웠어요.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오랜 만에 나와서 방방방 뛰어 다니고, 액션을 하면서 활기차게 문을 열었는데 ‘아, 지겨워’라고 할까봐 걱정이 앞섰죠.”
하지만 걱정과 다르게 시청자들의 반응은 호평이었다. 장면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고 고민했던 김정은의 디테일한 노력이 통한 덕분이다. 김정은은 “오랜만에 나타났는데 좋은 반응을 얻으면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저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웠던 드라마”라며 웃어 보였다.
형사 출신인 만큼 액션씬도 제법 많았다. 고되었을 법 한데, 김정은은 ‘뒤늦게 재능을 발견한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액션 때문에 몸은 굉장히 만신창이가 됐는데, 제가 굉장히 소질있다더라고요.(웃음) 저는 모르는 게 있으면 빨리 인정하는 편이에요. 액션도 ‘하나도 모릅니다, 잘 가르쳐 주십시오’하고 배우는 자세로 가니 더 잘된 것 같아요. 다리를 찢고, 거꾸로 때리는 장면도 모두 소화해냈죠. 그랬더니 액션감독님도 더 신이 나서 합을 잘 짜주셨어요. 사실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도 있었어요. 남자를 제압하고 때린다는 게….(웃음) 시청자 분들도 아마 그런 카타르시스, 대리만족을 느끼신 것 같아요.”
거기다 극중 밥집 아줌마로 등장하는 만큼, 요리 장면까지 소화해내야 했다. 김정은은 절친 소유진을 통해 요리 연구가 백종원의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소유진 씨를 통해서 백종원 씨에게 ‘업소용’ 요리를 배웠어요. 칼질과 불쇼를 가장 먼저 배웠죠. 백종원 씨가 칼도 선물해 주셨어요. 업소에서 쓰시는 물품도 직접 만들어 주셨고요. 더본코리아 요리연구실에 집기가 굉장히 많이 있는데, 갈 때마다 빌려달라면서 이것저것 많이 갖고 온 기억도 있네요. 비록 잘한다는 칭찬은 못 들었지만, 요리 자문도 많이 해주셨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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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주체적으로 끌어가는 드라마가 흔치 않잖아요. 스토리 구조상 남자가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여자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갈등으로 쓰여진 게 많았죠. 갈등을 위한 갈등을 만들 수 밖에 없는, 민폐 캐릭터가 되기도 하고요. 저 같은 경우는 여성 캐릭터들이 주체적인 부분이 있으면 매력을 확 느끼는 것 같아요. 이런 캐릭터를 만나기 쉽지 않은데, 겁 없이 뛰어들었죠.”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아들을 잃은 엄마의 심정은 어떻게 계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얼만큼 감정을 표출해내야 하는지가 김정은에겐 가장 큰 숙제였다.
“약간 발가벗겨져서 내놓아진 기분이 들었어요. 사실 연기를 1, 2년 한 것도 아닌데, 신인이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연기하는 기분까지 들 정도였죠. 외롭고, 무섭고, 공포스러운 부분도 있었어요. 일을 저지른 당사자에게 찾아갔을 때, 얼마나 화가 나고 얼마나 울분을 토해내야 하느냐가 저한텐 숙제였거든요. 그래도 한 테이크를 완전 정신줄 놓고 했어요.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스태프들이 울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괜찮은가 보다’ 했죠. 마음속으로 많이, 수십번 되뇌었어요. ‘나는 자식을 떠나보낸 엄마’라고. 마치 전쟁터에 들어가는 기분이었죠.”
이같은 김정은의 노력이 통한 덕분일까. 사랑스럽고 러블리한 매력을 많이 뽐냈었던 예전과 달리, 연기톤이 상당히 바뀌었다. 김정은은 “그런 점을 알아봐주시면 정말 감사하다”며 “정말 많이 버렸다”고 털어놨다.
“솔직한 것 만큼 중요한 점은 없는 것 같아요. 아무리 연기한 지 20년이라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 두렵고 고민이 많이 되거든요. 저는 처음부터 이실직고를 했어요. 모르는 것 같으면 빨리 모른다고 하고, 여러 번 묻고, 많은 걸 버리면서 다가가려고 노력했죠. 그랬더니 수용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지더라고요. 여러 가지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40부작의 긴 호흡동안 정덕인으로 살아온 김정은. 드라마 촬영 도중 일반인 남성과 열애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촬영이 끝난 시점, 남자친구와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결혼이요? 그럼요, 해야죠. 일단 정덕인 씨로 너무 오래 살아서, 휴식을 취하면서 생각해 보려고요.(웃음) 사진 때문에 남자친구가 거의 반 강제 공개됐는데, 사실 좀 창피했어요. 기사에 ‘금요일마다 만난다’는 내용이 있었잖아요. 스태프들이 ‘오늘 금요일인데 안
그러면서도 남자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남자친구에게 드라마 촬영 하면서 많이 위로 받았어요. 캐릭터가 어렵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거든요.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들로 인해서 피폐해졌던 육체적, 정신적 고통들을 회복하게 되는 것 같아요. 든든하게 곁을 지켜준 덕분에 많이 힘을 내게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