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작품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제작진도 배우도, 모두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은 박보영에게는 특별한 기억을 넘어 단점을 숨겨주고 매력을 돋보이게 만든 꼭 맞는 옷과 같았다.
박보영은 최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신순애(김슬기 분)에게 빙의된 소심한 주방보조 나봉선에 열연했다. 그는 드라마 속 사랑스러움을 그대로 지닌 채 드라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내비쳤다.
“저는 한 번도 작품 끝나고 운적이 없어요. 하지만 ‘오 나의 귀신님’이 끝나고 감독님이 진지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면서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하는데 진심이 느껴져서 ‘제가 더 고마워요’ 하면서 울었어요.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내가 웬일이야’ 했어요.”
↑ 사진=천정환 기자 |
“음탕한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감독님은 제 생각보다 더 과하게 표현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저한테 과한 게 감독님한테는 ‘적당히’였던 거죠. 하지만 감독님은 가끔 제가 더 오버를 하게 되면 냉철하게 지적해주기도 하셨어요. 그때마다 저는 ‘진정하고 조금 더 해볼게요’ 하면서 조율했어요. 그리고 나봉선이 유혹한다고 해서 강선우가 넘어오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더 편하게 음탕한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박보영은 대중으로부터 밝고 귀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그가 맡은 역할들은 대부분 어두운 캐릭터다. 미혼모에 병약하고 아픔을 가진 인물이 대부분이었던 것. 때문에 로맨틱코미디인 ‘오나귀’는 그에게 조용한 연기변신이었다.
↑ 사진=천정환 기자 |
박보영은 ‘오나귀’에서 1인 2역을 했다. 우울하고 자신감 없는 신순애와 천방지축 음탕한 귀신 나봉선을 번갈아가며 연기했던 그는 캐릭터의 이해에 대한 노력도 특별했다.
“신순애 역할을 누가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했어요. 제가 대본을 받았을 때는 이미 슬기씨가 하기로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슬기씨의 이미지를 잘 따라해보려고 노력했어요. 슬기씨 특유의 톤과 말투가 있어요. 약간 힘을 주고 있는 윗입술라인이 있는 데, 그렇게 입을 만들고 대사를 하면 살짝 느낌이 와요. 그렇게 몇 번이고 대사를 해보면 많이 비슷해져요. 또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걸 눈여겨보고 그걸 따라했죠. 슬기씨는 제게 와서 ‘언니를 보니까 손짓을 많이 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일부로 손짓을 좀 많이 했어’라고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저와 슬기씨 모두 노력을 해서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했던 것 같아요.”
↑ 사진=천정환 기자 |
“엔딩 장면의 두 번째 키스는 부끄러워서 하게 된 거였어요. 대본상에는 ‘봉선이가 먼저 키스를 한다’까지만 있었어요. 정석오빠와 이야기하던 중 ‘더 밝게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오빠가 날 들어 올리면 제가 그 자세에서 뽀뽀를 하기로 했어요. 드라마 마지막에 하는 키스신이라면 부끄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처음 뽀뽀를 하고나니 민망해서 쳐다볼 수 없었어요. 뽀뽀를 하면 눈이 마주치지 않으니 그냥 한 번 더 했죠.(웃음) 정석오빠는 그 어색함을 이기지 못하고 얼굴이 빨개졌어요. 감독님은 정석오빠의 빨개진 얼굴을 보고 ‘좀 쉬었다 가자’고 하기도 했어요.”
엔딩뿐만 아니라 드라마 곳곳에는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숨어있었다. 이는 배우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거부감 없이 드라마를 즐겼던 이유는 자연스러움 때문이었다.
↑ 사진=천정환 기자 |
데뷔 10년차 배우 박보영. 그에게는 10년이라는 연기경력보다도 발랄한 소녀의 이미지가 강렬했다. 10년간 국민 여동생으로 대중 앞에 섰던 그가 보여줄 변신은 무엇일까.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그의 연기활동에 관심이 쏠린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