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박은석입니다. 웹드라마 ‘고결한 그대’와 MBC에브리원 ‘웹툰히어로-툰드라쇼’(이하 ‘툰드라쇼’)를 통해 찾아 뵙고 있습니다. 지난 7월부터 라디오(‘슈퍼주니어의 키스더라디오’)에도 출연하고 있고, 무대에도 올라가고 있어요. 7월 넘어서 정말 바빠졌죠. 올 초에 친구가 장난 겸으로 사주를 간단하게 봐준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7월부터 제가 엄청 바빠진다고 나왔다고 하던데. 운명인가 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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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 지나자 바빠진 ‘여름의 남자’
지금 ‘툰드라쇼’의 ‘내 남자는 육아도우미’의 코너에서 우성 역을 맡고 있어요. 함께 하는 친구들이 다들 저보다 어려요. 저 빼고 다 20대.(웃음) 그래서 ‘젊은 기운’을 받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기를 정말 좋아해서 진짜 좋아요. 촬영장 가자마자 아기 보고 그래요.(웃음) 아기가 정말 순하거든요. 장면 중에 아기가 저를 오히려 먹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거도 아기가 갑자기 그렇게 해서 나온 장면이에요. 아기의 애드리브.(웃음) 정말 착하고 순해서 좋은 장면들이 많이 나왔어요.
드라마 자체가 정말 오랜만이죠. 거의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이에요. 그동안 정말 무대에만 주로 섰었어요. 지금도 ‘카포네 트릴로지’라는 공연을 방송 활동과 함께 하고 있는데요, 역시 병행이라는 건 힘들긴 하더라고요. 공연과 방송이 어떻게 다르냐고요? 포맷이 확실히 다른 건 느껴요. 시스템이 좀 다르다고 보면 되는데 그걸 얼른 적응해야겠단 생각을 하죠. 웹드라마를 통해 그런 적응력을 키워가고 있는 거 같고요. 체력관리 방면으로도 신경 써요. 자전거 좋아해서 자전거도 타고 하면서 템포를 조절하려고 하고 있어요.
7월에 정말 바빠졌어요. 2년 전에 촬영했던 ‘십이야’라는 영화가 또 7월에 개봉해서(웃음). 정말 한꺼번에 뭐가 많이 풀렸죠. 공연계에서는 어쩌다보니 작품을 정말 좋은 걸 하게 됐어요. 운 좋게도 저와 잘 어울리는, 그리고 도전해볼 만한 작품들을 많이 만나게 됐죠.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카포네 트릴로지’라는 공연은 코미디인데, 제가 코미디를 한 번도 안 해봐서 정말 재밌게 하고 있어요. 평소에 연극에서는 진지한 연기들을 주로 해왔는데 이렇게 코미디를 하게 되니 팬들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무거운 연극들을 하다 ‘웃고 즐길’ 수 있는 연극에 제가 등장하니 좋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제 자신을 놨다는 게 비결이랄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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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요? 아, 진짜 부끄러워요. 진짜 아닌데.(웃음) 강남 오면 아무도 제가 누군지 몰라요.(웃음) 가끔은 ‘무대에서는 널 많이 알아보는데 방송에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게 싫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아요. ‘왜?’라는 거죠. 근데 전 싫지도 두렵지도 않아요. 어차피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니까요. 단지 연극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했었다면 방송은 아직까지는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니 조금은 아쉽죠. 하지만 지금은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안에 ‘답’이 있으면 그게 무대가 됐든, TV 속이 됐든 장소는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제 길에 대해 ‘마음 속의 정답’이 있냐고요? 그건 당연히 아니죠.(웃음)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었지만 그게 생각대로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물 흐르는 대로 살자는 마음이 생겼어요. 흘러가듯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 영주권까지 포기한 이유? 연기로 ‘결판 보고 싶어서’
원래는 미국 뉴욕에서 살았어요. 한국에 온지 딱 10년 됐죠. 7살 때부터 22살까지 미국에서 살았는데 이렇게 말하면 ‘잘 사는 집안 아들내미’인 줄 알더라고요.(웃음) 사실 그렇게 부유하게 사는 집안은 아니었어요. 한 15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별 일을 다 해봤던 것 같아요. 형은 공부를 잘해서 저는 일찌감치 ‘내 길을 찾겠다’는 말을 남기고 형에게 그야말로 ‘올인’을 했어요.(웃음) 그러다 연기를 하게 된 거죠. 연기 학원을 우연히 다니게 됐는데 학원 선생님께서 한국에 가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셔서 한국에 오게 됐어요.
선생님께서 한국행을 추천해주신 이유도, 제가 온 이유도 간단했어요. 사실 미국에서는 정말 기회를 잡기 힘들거든요. 동양인으로서 배역을 잡는 건 하늘의 별따기에요. 생각해보세요. ‘햄릿’ 같은 작품의 주인공에 아무리 연기를 잘 한다한들 동양인을 주연으로 세울 수 있을까요. 역할이 한정돼 있었죠. 실제로 한국인이 무대에 설 수 있는 확률은 1%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그 1%를 뚫는 것보다 다양한 커리어를 쌓으면서 실력을 키워가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작품을 한 후 그 커리어를 가지고 미국에 가면 그 때는 그게 경력이 될 수 있기도 하고요.
연기를 선택한 이유요? 당시에 저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대로 삶에 머물러 있다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제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고 설계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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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한국에 와서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어요. 영어를 잘 하니 영어 강사를 하다가 바로 서울예대에 진학했죠. 연기를 공부하고 싶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못 간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때 한국말도 잘 못했고 다른 사람들은 막 몇 년 씩 입시 준비를 하고 가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다행히 붙었어요.(웃음) 그런데 한국말은 여전히 제게 넘어야 할 산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많은 경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군대를 자원입대 했어요.
지금은 영주권을 포기하고 한국인으로 살고 있어요. 2007년도에 자원입대하고 제대하고 나서 한 3년 있다가 영주권을 다 포기했어요. 따지고보면 대학도, 군대도 다 늦게 들어갔어요. 제딴엔 늦다고 생각을 안 했는데 어느 순간 나이가 훅 먹어져 있더라고요.(웃음) 나름대로 나왔으니까 ‘여기서 결판을 보자’라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젊은 패기와 용기, 알 수 없는 ‘근자감’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제대를 하고 나서 이제 한국말도 잘 하는데(웃음) 전부 다 미끄러졌어요. 오디션도, 회사 미팅도 다 안 됐죠. 그래서 연기는 너무나 하고 싶고 어떻게든 좀 비슷한 일을 하고 싶어서 영화사에 들어갔어요. 영화사에서 짧은 기간이지만 시나리오 번역부터 호주, 독일 같은 곳에 장비 구하러 가기도 하고, 다양한 일을 했어요. 직장인으로 산 인생이 더 기네요.(웃음) 현장 코디네이터 업무를 하면서 촬영장에 익숙해진 게 제가 나중에 배우가 돼 촬영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어요. 정말 경험은 다 배우는 길인 것 같아요.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아요.
◇ 배우, 10년 후의 내가 상상되는 유일한 직업
사실 연기를 배우게 된 계기는 어머니 덕분이었어요. 아버지께서 영화광이셔서 영화 진짜 많이 보고 좋아도 했거든요. 그런 저를 알기도 했고, 더 솔직히 말하면 한 때 힘들었던 일들이 겹쳐서 온 적이 있어 큰 우울증이 온 적이 있었거든요. 집 밖으로 안 나가다시피 했어요. 그랬는데 어머니께서 신문에서 연기학원 공고를 보고 그걸 잘라서 책상 위에 올려주셨어요.
그 공고 위에 먼지가 쌓여갈 때쯤 공고 종이를 들고 연기학원으로 찾아갔죠. 가자마자 대본을 들고 사람들 앞에서 대사를 한 마디 하게 됐는데 그 순간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피가 막 도는데. 와, 그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그 후에는 학원을 가는 매주 토요일만 기다리게 됐죠. 지금 생각하면 요즘 연극 치료 같은 것도 있는데 제가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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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는 무언가를 할 때 10년 후의 제 모습을 상상해 봐요. 학교 다닐 때 미술을 전공하고, 패션과로 전과해 공부를 했는데 모든 것들이 10년 후의 내 모습이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연기는 딱 상상이 갔어요. 정말 10년 뒤가 상상이 되는 직업이 딱 하나였어요. 해본 것도 많은데 그런 게 딱 한 가지뿐이라니. 신기하지 않아요?(웃음)
저는 좌절하지 않아요. 어떤 경우도 좌절한 적은 없었어요. 그리고 겁먹을 만한 나이도 아니고요.(웃음)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더 멀리 보고 싶어요. 언젠가는 미국 할리우드에도 진출하고 싶고요.(웃음) 정말 열심히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