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안할 것 같다가 저벅저벅 다가와서 입을 맞추는 박서준의 모습에 ‘심쿵’했고요. 이진욱이 등장하는 장면은 ‘시임~쿵’하더라고요. 김주혁과의 장면은 다른 느낌의 ‘심쿵’이었어요. 불친절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되게 현실적이었거든요. 진짜처럼 받아져서 느낌이 세더라고요. ‘심쿵심쿵’했어요”
한효주가 ‘뷰티 인사이드’에서 21명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21명을 단 한 사람, 우진으로 대하면서 늘 설렜다는 한효주는 영화를 직접 보고 ‘심쿵’했던 장면을 묻자, 작품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다시 되새기며 양손을 소녀처럼 흔들기도 하고 가슴에 가만히 손을 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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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디자인=이주영 |
‘뷰티 인사이드’는 이수(한효주 분)가 매일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우진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영화 속에는 총 123명의 우진이 출연하며,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 21명이 출연해 볼거리를 더했다. 박서준, 이진욱, 김주혁 외에도 유연석, 조달환, 우에노 주리, 이현우, 김희원, 천우희 등의 배우가 한효주와 호흡을 맞춘 것이다.
“촬영을 하면서 확실히 느껴지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거였다. 시나리오 볼 때는 호기심도 생기고 재밌었는데 막상하게 되니 걱정도 되고 두려움도 생겼다.”
그럼에도 한효주는 ‘한효주가 아니면 어떤 배우가 이수 역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수라는 캐릭터에 꼭 맞아 들었다. 이는 한효주에게 풍기는 ‘첫사랑 이미지’라든지 ‘청초한 느낌’ 등으로는 맞출 수 없는 어려운 퍼즐 조각이었다.
“이수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나와 비슷했다. 말투도 그렇고, 목소리나 말투도 굳이 만들어서 내지 않아도 낼 만큼 말이다.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촬영 현장에 갔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하기도 않았고 늘 편안했다. 뿐만 아니라 이수의 마음과 동화가 많이 됐다. 이수의 감정을 일상에 가져올 만큼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 ‘내가 정신에 문제가 있나?’ ‘이래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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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디자인=이주영 |
‘뷰티 인사이드’에서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감정을 잡기 어려웠을 법하다. 한 배우와도 맞추기 힘든 호흡을 한 사람처럼 대하기는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한효주는 “촬영이 거의 순서대로 진행돼 캐릭터에 동화되는 것이 수월했다. 감정이 촘촘하게 쌓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장면 장면을 계산하면서 연기할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감정에 과정이 있어서 정말 고마웠다. 어찌 보면 가장 외롭고 슬픈 캐릭터는 이수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에 맞게 촬영 스태프들이나 함께 하는 배우들이 많은 배려를 해줬다. ‘영화는 스태프들이 만들어 간다’는 말이 있듯 영향이 컸다”
극 중 이수는 우진의 바뀌는 모습을 낯설어 하면서도 그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 때문에 극 중 한효주의 눈빛이나 어색한 동작은 감정을 깨트릴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할 수밖에 없다. 상대 배우들의 연기력도 뒷받침 돼야 하지만, 여러 배우 모두 ‘우진’으로 생각하고 그에 맞게 대해야 하기 때문에 한효주의 눈빛을 극을 이끌어갈 정도로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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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어떤 배우가 와도 하나의 우진으로 볼 수 있게 백감독이 잘 조각했다. 배우들이 우진이라는 캐릭터를 각자 다르게 받아들이고 표현했으면 극 중 복합적인 우진이가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백감독은 자신이 잡은 정확한 우진이라는 캐릭터를 배우와 함께 정교하게 조각을 했다.”
한효주는 ‘뷰티 인사이드’로 영화감독으로 발을 내딛은 백감독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극 중 한효주는 여느 영화보다 ‘더’ 예쁘게 나왔기 때문이다.
“여배우의 가장 예쁜 부분, 최상의 예쁜 모습을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더라. 촬영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을 정도였다. 낮부터 2시 전까지. 내가 예쁘게 해달라고 해야 하는데 감독님이 더 노력하는 모습에 나도 관리를 하게 되더라(웃음).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에 내심 고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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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이어 한효주는 유독 왼쪽 얼굴이 많이 드러난 영화에 대해 “내 얼굴이 왼쪽과 오른쪽 느낌이 다르다. 왼쪽 얼굴이 더 여성스럽고 오른쪽은 조금 강한 중성적인 느낌”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극 중 이수는 우진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힘들어하기도 한다. 이 과정은 설렘에서 애틋함까지 자아내는 장면이긴 하지만 이수가 아닌 이상 공감을 하기에는 쉽지 않다.
“이수처럼 직접 해보니까 이수처럼 되더라. 처음에는 이수도 매일 바뀌는 우진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즐기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지치고, 헤어지고 싶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것 또한 그 사람’이라고 받아들여지겠지만. 이수가 가장 먼저 사랑하는 사람은 박서준 아닌가.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은 혼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이수처럼 매일 얼굴이 바뀌는 우진을 만난다면 한효주는 어떤 선택을 할까. 한효주는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냐 까지 고민할 것 같다”고 답하며 고심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결국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게 많다는 것 아닌가. 부모님과 지인들까지 모두 이해시켜야 하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이수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모든 것을 이겨 내고 자신이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에 다시 찾아간 것이니까 말이다. 이수는 마음의 그릇이 큰 여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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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디자인=이주영 |
인터뷰 내내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던 한효주는 영화를 통해 더 풍성해진 감성을 얻은 듯 여유가 느껴졌다. ‘뷰티 인사이드’를 하면서 조금은 달라진 듯했다.
“‘뷰티 인사이드’를 찍어서인지, 배우로서 그럴 때가 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여유나, 사랑하는 마음이 커진 것 같다. 매번 오는 상대 배우를 다 사랑하지 않나. 일상생활에서도 더 유해지고 부드러워지더라. 누구든지 사랑할 수 있는 박애주의자가 된 듯?(웃음). 일상 속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이 우진인 것이다. 사랑이 충만해진 마음이 작품에 현실적으로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가 주는 느낌이 있고 마음에 품게 되는 것도 있다. 특히 사랑을 하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역할이라서 그런 것 같다. 사랑받는 에너지에 힘이 나더라. 참 고마운 영화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