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KBS 최원정 아나운서를 바라보는 시각엔 편견이 하나 있다. ‘차도녀’ 혹은 ‘단아함’이다. 그동안 진행해온 프로그램들의 영향도 컸다. KBS2 ‘역사저널 그날’ ‘명작스캔들’ ‘낭독의 발견’ 등 뉴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수많은 교양 프로그램을 섭렵하며 침착한 진행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전 전혀 단아하거나 똑 부러지는 성격은 아녜요. 오히려 굉장히 인간적인데 다들 제 진짜 얼굴을 알고 나면 놀라더라고요. 하하하.”
호탕한 웃음만큼이나 친근한 최원정의 진면목을 다양한 키워드로 살펴봤다.
↑ 디자인=이주영 |
◇ 키워드 총평 : 최원정 언니, 친해지면 안돼요?
키워드1. 16년차 아나운서
“벌써 16년차가 됐네요. 직업적 만족도는 지금보다 13년차였을 때 더 높았던 것 같아요. 아나운서 인생에서 가장 ‘리즈’ 시절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프로그램을 했거든요. ‘여유만만’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줬고, ‘낭독의 발견’으로 우아함의 정점을 찍었으니까요. 그러다가 파업 후 아나운서실로 복귀했을 땐 ‘이젠 너무 욕심내지 말자. 후배들 잘 챙기며 다른 진로를 탐색하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역사프로그램인 ‘역사저널 그날’ 출연 제안이 들어온 거예요.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시작해보자는 마음에 덜컥 맡았죠.”
키워드2. ‘역사저널 그날’
‘역사저널 그날’은 교양 프로그램이었지만 방송 직후 반응이 남달랐다. 시청률도 6%대를 유지하며 여느 미니시리즈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했다.
“제가 해온 프로그램 중 반향이 제일 큰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동안 대중이 저를 그저 KBS 여자 아나운서로만 인식했다면 이 프로그램 이후 ‘최원정’이란 이름을 되새기게 된 것 같아요. 또 리즈 시절을 겪은 뒤 맡은 거라 그런지 예쁘게 보이려고 하거나 코멘트 욕심이 사라져서 비로소 방송을 즐길 수 있더라고요. 제가 운이 정말 좋은 케이스죠. 아나운서가 브라운관 이미지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 조바심이 많은데, 전 가늘고 길게 가고 있으니까요. 더 해보고 싶은 분야요? 아나운서 말고 연기를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더라고요. 하하.”
↑ 사진=KBS |
키워드3. ‘차도녀’란 편견
“‘차도녀’란 수식어? 어우~아니에요.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은 걸요. 또 제가 여자 아나운서답지 않게 술을 좀 좋아해요.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깝게 만들어주잖아요? 방송할 땐 딱딱하던 게스트들도 ‘술 한 잔 하자’는 말이 오가면 눈을 반짝이면서 분위기도 좋아지고요. 체력이 좋아서 많이 마셔도 다음 날 아침 벌떡 일어나서 그런가. 방송하는 것보다도 뒷풀이를 더 좋아할 때도 있어요.”
키워드4. 남편, KBS 최영철 앵커
“부부가 같은 회사에 다니면 회사에 대한 많은 정보를 둘이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서로 부서가 달라서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색다른 시각에서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하죠. 근데 회사와 집 사이 경계가 없다는 점은 단점이예요. 가정사나 남편과 긴밀하게 나눠야 할 얘기를 가끔 선배들에게 전해 듣기도 하거든요. 또 집이 가까워서 선후배들과 술자리를 가지면 늘 2, 3차는 우리집이라서 가끔 직원 숙소 같다는 생각도 해요.”
↑ 사진=KBS |
키워드5. 성형, 희망사항
데뷔 시절로 돌아가면 가장 고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니 ‘외모’라고 즉각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여자 아나운서 추세가 최근 예쁘고 늘씬한 스타일로 바뀌고 있잖아요? 강수정, 김경란, 노현정 등으로 시작해서 예쁜 후배들이 많이 들어와 각광을 받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좀 예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죠. 후배들의 말은 뭐든 뉴스가 되는데 전 어떤 일을 해도 화제가 안 되더라고요. 매력적인 외모였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지금은 내가 KBS에 잘 맞는 ‘가늘고 오래가는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이런 게 신뢰감을 준다는 장점이 되더라고요.”
키워드6. 워킹맘 최원정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최원정은 천하무적 워킹맘이다. 방송일과 육아 모두 거뜬히 해내지만 자신에 대한 점수만큼은 ‘짜게’ 줬다.
“그동안은 40점짜리 엄마였어요. 바뻐서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놨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까지 따로 떨어져 사는 게 가족일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부터 남편과 서로 희생하기로 했죠. 스케줄을 조금 줄이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처음엔 정말 힘들었는데 이젠 제 생활이 정리된 것 같아요. 지금 점수요? 85점! 제가 붙어있고 난 다음부터 아이 수학 점수가 올랐는데, 엄마로서 점수와 아이 성적이 비례하나 봐요.”
↑ 사진=KBS |
키워드7. 콘텐츠를 고민하다
41살 버킷리스트를 물으니 ‘여행’을 꼽으며 자신만의 콘텐츠가 뭔지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훌훌 다 털어버리고 혼자 여행다니고 싶어요. 손미나 선배가 정말 부럽더라고요. 마음의 결정이 끝나니 직장 딱 그만두고 여행 다니면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냈잖아요? 제가 고민하는 부분이예요. 저랑 친한 심리학자 김정운 교수가 늘 제게 말하는 게 있어요. 쥐뿔 아는 것도 없으면서 언제까지 똑똑한 척 아나운서로 살 거야? 아무거나 공부해서 끊임없이 네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지 않니? 하하. 맞는 말이죠. 제가 해온 노하우와 다른 뭔가를 합쳐서 저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거예요. 요즘 제 화두이기도 하고요.”
[최원정은 누구?] 1975년생.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2001년 KBS 26기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가에 입문했다. 뉴스 진행을 비롯해 KBS2 ‘여유만만’ ‘역사저널 그날’ ‘국악 한마당’ ‘대한민국 행복 발전소’ 등 교양 프로그램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