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음악으로 영화읽기] 영화처럼 유쾌 상쾌 통쾌한 ‘베테랑’ OST

영화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음악은 매우 중요한 장치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적재적소에 삽입된 음악은 영상과 조화를 이뤄 ‘환상의 궁합’을 만들어내기 마련이죠. 실제 영화에 삽입된 몇몇 곡들을 선정, 음악이 어떠한 의도로 만들어진 곡이며 영화 속에 녹아들면서 어떤 메시지를 건네고 있는지 전문가(음악감독, 평론가, 작곡가)와의 대화를 통해 알아봅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김성현 기자] 영화 ‘베테랑’은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범죄오락액션이다. 충무로 대표 감독 류승완의 신작으로, 배우 황정민, 유아인, 오달수, 유해진, 장윤주가 열연을 펼쳤다.

이 영화는 든든한 재력을 믿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덮으려고 하는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와 그가 저지른 죄를 밝히려고 고군분투하는 강력계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의 집념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재벌 3세와 형사의 쫓고 쫓기는 추격 안에는 유쾌 상쾌 통쾌한 음악이 녹아있다.

# No.1 벨리니 ‘카스타 디바’(CASTA DIVA)

집안 배경을 믿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조태오는 회사 앞에서 임금 체불로 1인 시위를 하는 배기사(정웅인 분)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는 남다른 생각이 있다며 배기사를 자신의 사무실로 부르고 뜬금없는 격투기를 제안한다. 주먹이 오고 가는 격렬한 격투기 장면에 우아한 클래식 선율은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든다.

- 방준석 음악감독: 이탈리아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오페라 ‘노르마’의 아리아로 사용된 ‘카스타 디바’는 ‘정결한 여신이여’라는 뜻이다. 극 중 조태오는 우리나라 재계에서 손꼽히는 재벌 3세다. 조태오가 싸움을 제안하는 장면을 유심히 보면 그의 사무실에 배치된 오디오는 엄청나게 비싼 고급 제품이다. 조태오의 취향은 그가 하는 행동에 비해 상당히 고급스럽다.

이 장면에 어떤 음악을 넣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다른 후보군이 많았는데 그중 ‘카사 디바’를 선택하게 됐다. ‘카스타 디바’의 흐름과 느낌이 장면의 기승전결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 중간 중간 소프라노의 목소리에서 ‘음악이 너무 세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이 있다. 관객들에게 각인 되는 느낌도 주는 것 같다.

# No.2 방준석 ‘팀 베테랑’(Team Veteran)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 음악은 말로 설명을 하지 않고 듣기만 해도 상당히 경쾌한 곡이다. 뭔가 화끈한 주먹 한방이 생각나는 ‘팀 베테랑’은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전달한다.

- 방준석 음악감독: 이 곡에는 류승완 감독의 특별한 요청이 있었다. 1977년 미국 NBC에서 방영된 드라마 ‘기동순찰대’를 보면 오프닝 곡에 굉장히 경쾌한 노래가 나온다. 류승완 감독이 이 드라마와 비슷한 느낌의 곡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기타가 주가 된 경쾌한 락 비트 음악이다.

‘팀 베테랑’은 영화 속에 조금씩 변주돼 많이 들어가 있다. 아마 류승완 감독은 조태오가 차를 끌고 마구잡이로 거리를 질주하는 장면에 삽입된 음악을 가장 좋아할 것 같다.

# No.3 샌드 페블즈 ‘나 어떡해’

극 중 서도철(황정민 분)은 외제차 중고판매를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무리들을 소탕하는 작전에 임하게 된다. 불법으로 획득한 외제차가 부산항에서 몰래 러시아로 반출된다는 사실을 안 서도철은 동료들과 함께 부산항에 잠복해 브로커들을 체포한다. 특히 서도철의 깜짝 댄스는 웃음을 자아낸다. 7080세대는 물론 젊은이들에게도 익숙한 이 곡은 관객들에게 노래를 흥얼거리기 충분하다.

- 방준석 음악감독:　‘베테랑’ 속 ‘나 어떡해’에는 보코더가 쓰였다. 보코더는 주로 사람 목소리의 음정을 키보드와 같은 악기를 통해 출력된 음의 피치로 바꾸는 악기다. 사람이 부르는 가사는 들리지만 신디사이저 소리로 나오기 때문에 악기 같은 느낌이 난다.

처음에는 어떤 버전의 곡을 넣을지 생각이 많았다. 원곡을 리메이크한 곡도 있었고 기타로만 연주한 곡도 있었다. 많은 고민 끝에 가사가 있긴 하지만 가사가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 곡을 선택해 삽입했다.

김성현 기자 coz306@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