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을 통해 전도연은 시각장애인인 캐릭터를 액션 연기와 더불어 소화해야 했다. 보이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연기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제아무리 칸의 여왕 전도연이라 해도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게까지 힘들 거라 생각도 못 했거든요.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시각장애인이 초점을 두지 않는다는 게. 사시처럼 나온다든지 자꾸 소리가 나면 반응하게 되더라고요.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그런 부분들에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고통스러웠어요. 짜증도 많이 났고. 내 마음처럼, 욕심처럼 잘 안 되니까.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에게 시각장애인이란 설정을 빼면 어떻겠냐고 물어보기도 했죠.”
엄살이 아니었다.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협녀, 칼의 기억’에서 전도연은 가슴 아픈 사랑의 주인공과 동시에 매서운 검술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검객으로 분해야 했다. 서정적임과 동시에 냉혈한 검객을 표현한 전도연의 마음가짐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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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저한테 액션 연습 이외에 고전무용을 배우라고 하셨어요. 칼을 돌리고 이런 것들이 닮아있었기 때문이죠. 저만 무용을 배웠어요. 제가 사실 정말 몸치예요. 턴을 하는데 얼굴이 먼저 돌고 몸이 돌아야 하는 상황에서 회전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러니 무술감독님이 ‘넌 고수니까 세 번 턴 할 걸 한 번만 해라’라면서 ‘신경 쓰지 마라. 액션 팀도 아닌데 완벽하게 하려는 건 포기해야 하지 않겠냐’고 용기를 주셨죠.”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 ‘협녀, 칼의 기억’까지 전도연과 박흥식 감독의 인연은 깊다. 배우가 작품을 연달아 한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는 것은 그만큼 두 사람의 믿음이 바탕으로 깔려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 들겠지만, 전도연은 의외의 대답을 꺼내놓았다.
“(박흥식은) 세 작품을 같이 한 첫 감독이에요. 유일하게 저에게 시나리오를 그렇게 준 감독이죠. 다른 감독들은 작품을 한 번 하고 시나리오를 거의 안 주더라고요. 아니면 영화를 안 만들고 쉬거나 했죠. 근데 박흥식 감독은 유일하게 여러 번 시나리오를 준 감독이었어요. 사람의 믿음이라기 보단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협녀, 칼의 기억’도 작품적인 믿음이 있어서 결정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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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작품이나 그 인물이 처한 상황이 격정적이어서 그렇지, 기본적인 작품의 주인공 베이스는 사랑이었어요. 센 영화들 속에 있어서 그렇지, 저는 항상 다양하진 못했던 것 같아요. 무협은 좀 다르겠지만, 저야말로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지 못한 여배우가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사랑 연기는 죽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사랑의 유형은 죽을 때까지 있을 수 있는 거니까. 저는 그 이야기가 좋고 계속해서 그런 얘기를 하고 싶죠.”
2015년 전도연은 ‘무뢰한’ ‘협녀, 칼의 기억’ 그리고 개봉 예정인 ‘남과 여’까지 세 작품으로 관객들을 맞이했고, 맞이할 예정이다. 올해가 가기까지 4달여밖에 안 남은 이 시점에서 전도연은 올해를 어떻게 기억할까.
“‘무뢰한’ 같은 경우는 제가 그 여자캐릭터를 정말 사랑했어요. 그래서 더 치열하게 연기하게 됐죠. ‘협녀, 칼의 기억’은 저에게 좌절이나 한계를 느끼게 해준 작품이예요. ‘남과 여’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웃음). 솔직히 개봉한 두 작품이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라 제 작품이지만 보기가 힘들더라고요. 또 이런 이야기들이 연달아 있으니 보기에 저 스스로가 버거웠죠. 그래도 어쨌든 모두 좋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