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어릴 적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주춤주춤 겁만 내다 대학을 졸업한 들개이빨 작가. 고시촌에 들어갔지만 고시생활을 청산하고 ‘인터넷 폐인’이 된 후 현실을 도피하던 중 불현 듯 또한 진지하게, ‘제대로 된 만화’를 그리고 싶어져 현재까지 분투노력 중이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한겨레 HOOK에서 ‘들개이빨의 지하철방랑기’를 연재했고, 현재 레진코믹스에서 연재중인 ‘먹는 존재’로 2014 오늘의 우리만화상도 받았다. 자신의 먹툰에 대해 “더 잘 그리는 작가 분이 많아서 내 웹툰은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매우 겸손한 평가를 내렸다.
들개이빨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냉정했지만 ‘먹는 존재’를 향한 대중은 반응은 긍정적이며 뜨겁다. ‘먹는 존재’는 2013년 12월 레진코믹스에서 연재를 시작한 이래 2015년 6월 말까지 1000만회 이상의 조회가 이뤄진 레진코믹스의 대표 히트작 중 하나이다.
20대 후반의 여주인공이 사회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구조적 모순과 사람들의 이중적 모습에 대한 비판 등을 담은 ‘먹는 존재’. 자신을 지키기 위해 겉으로는 냉소적 말투로 일관하지만 속으로는 여린 마음을 가진 여주인공이 음식을 통해 고단한 마음을 달래보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음식을 통해 대중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
“‘먹는 존재’는 세상에 불만 많은 여성이 혼자 혹은 주변 사람들과 여러 가지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음식이 소재의 후보가 된다. 처음에는 ‘밥상다반사’라는 제목을 생각했었는데 느낌이 너무 진부하더라. 그래서 며칠간 고민했고 딱 떠오른 제목이 ‘먹는 존재’였다. 만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중의적으로 활용하기도 좋을 것 같아서 떠오른 순간 바로 결정했다.”
“들개이빨이라는 필명은 내가 개를 좋아하는데 그냥 ‘개’는 좀 그러니까, 그리고 좀 더 강렬한 인상을 위해 들개 이빨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먹는 걸 좋아했다는 들개이빨 작가는 언젠가 음식 만화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품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미 훌륭한 먹툰이 많아 시작할 엄두를 못 내다 친구의 제안을 받고 가벼운 마음으로 연재하게 됐단다. 그 시작은 가벼웠을지 모르겠지만 ‘먹는 존재’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진심이 담긴 먹툰으로 대중까지 위로하게 됐다.
“다른 먹툰과는 다른 ‘먹는 존재’만의 특징을 꼽으라면, 음식은 뒷전이고 인물들의 생각이나 사는 모습이 주가 된다는 점 같다. 다른 작가님의 먹툰을 보면 보는 사람이 먹고 싶게끔 하더라. ‘먹는 존재’는 이와는 반대인 것 같다. 음식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나 감상이 아닌 이를 바탕으로 사회에 불만이 많은 여자의 시각이 나타난다는 게 참신했던 것 같다. 또 육두문자와 비속어가 많이 나온다는 점과 음식 그림이 못생겼다는 점이다. (웃음)”
“독자들이 간혹 메일이나 쪽지를 보내곤 한다. 취업준비생이나 힘든 상황에 있는 분이 나의 작품을 보고 위로를 받았다고 할 때 웹툰 작가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다 등의 반응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먹는 존재’ 시즌 1을 성공적으로 끝낸 후 시즌 2로 대중을 만나고 있는 들개이빨 작가. 이를 마무리한 후 이전과는 다른 웹툰으로 변신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에 들개이빨 작가는 “관심을 가지고 봐달라고 말하고 싶다. 혹시라도 재미가 있을지 모르니까”라며 “‘먹는 존재’ 시즌 2를 끝낸 후 먹툰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더 재미있는 작품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자신을 롤모델로 생각하며 ‘바른 웹툰 작가의 길’을 걷고 싶은 후배 작가들에게 한마디도 건넸다.
“이미 본인 스스로가 무엇인가를 그리고 있다면 작가가 될 것이고 생각한다. 지치지 말고 계속 그리면 된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