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기자에게 ‘단독’이란 단어는 달콤한 독이다. 제일 먼저 써서 포털사이트 한 귀퉁이를 장식하는 것을 보면 흐뭇하지만 그 맛에 마약처럼 중독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부작용도 있다. 하다하다 프로그램 내 게스트, 시시콜콜한 에피소드까지 먼저 알면 ‘단독’ 혹은 ‘특종’을 붙여 쓰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고 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스포일러성 단독 기사들이 쏟아졌다. 대부분 MBC ‘무한도전’이나 케이블방송 Mnet ‘쇼미더머니’ ‘더 지니어스’ tvN ‘삼시세끼’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주요 타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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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C |
쓴 사람은 행복할지언정, 결과를 보려고 방송을 일주일이나 기다리는 팬들 혹은 먼저 기사를 쓰지 못한 이들은 ‘스포일러’라고 맹공격을 퍼부었다. 업계 사이에선 ‘내가 쓰면 단독, 네가 쓰면 스포일러’라는 우스개도 나돌았다.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단독’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의 영향이 크다. 매체력에 따라 좋은 기사를 쓰더라도 ‘단독’을 달지 않으면 노출 빈도가 낮아져 주목을 덜 받게 되고, 심지어 먼저 아이템을 발굴하고도 남에게 이슈를 빼앗기는 꼴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단독]이란 마크는 악마의 유혹과 다름없다. 이걸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싶은 기사마저도 이 수식어를 달면 마법처럼 포털사이트에 바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도나도 ‘단독’ 취재에 달려들고 알권리인지 스포일러인지 판단하지 않은 채 마구 쏘아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자정작용이 필요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켜야 할 선을 그어놓고 독자가 정말 알고 싶어하는 게 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에게 있어 ‘단독’이란 단어를 달고도 떳떳할 수 있는 기사를 쓴다는 건 굉장히 보람된 일이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쓰면서도, 많은 이가 볼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절충안은 무엇일까. 단독 딜레마에 빠진 연예계, 자화상이어서 더욱 씁쓸한 요즘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