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용팔이’로 2년 만에 컴백한 배우 김태희는 방송 전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 출연을 고민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태희는 “4회까지 여진의 분량이 태현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출연을) 고민했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어떤 면에선 분량 욕심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발언이었지만 너무나 솔직했던 탓에, 이후에도 특별한 입방아는 없었다.
실제로 ‘용팔이’ 2회까지 김태희는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 VIP 병실에 누워있는 모습만으로 그려졌다. 그나마 2회 방송 말미, 경련을 일으키며 깨어나 자해를 하려는 모습을 보여준 게 전부였다.
그렇게 첫 주차 ‘용팔이’는 그야말로 타이틀롤 용팔이 역을 맡은 주원의 원맨쇼였다. 태현(주원 분)이 용팔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응축돼 그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드러난 주연의 열연은 단연 돋보였다. 초반 ‘용팔이’ 성적을 견인한 데 팔할 이상은 주원의 역할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김태희가 ‘용팔이’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웰메이드 드라마에 내 몫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대본이 좋아 출연을 결정했다”는 그의 말처럼, ‘용팔이’는 방송 초반부터 모처럼 볼만한 웰메이드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용팔이’는 돈이면 어디든 왕진을 가는 속물 의사 태현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의 불우한 가정사를 내밀하게 묘사하며 설득력을 높였다. 이과장(정웅인 분)에게 아킬레스건을 붙잡힌 탓에 VIP 병동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영애님’ 한여진(김태희 분)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새 국면을 맞을 예정이다.
이날 엔딩에서 공개된 김태희의 “가까이 오지 마”라는 단 여섯 글자의 대사와 복잡 미묘한 감정에 흔들리는 눈빛이 보여준 임팩트는 꽤나 강렬해, 향후 그가 보여줄 모습 또한 기대를 모은다.
김태희 소속사 관계자는 “스토리상 초반에는 한여진이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한여진의 활약이 돋보일 것”이라며 여유를 갖고 지켜봐줄 것을 당부했다.
어쩌면 김태희의 이번 선구안은 제대로 통할 분위기다. ‘용팔이’는 1회 11.6%(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산뜻하게 출발하더니 2회에서 14.1%를 기록하며 방송 2회 만에 수목극 1위 굳히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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