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이다인입니다. 이렇게 인사드리게 돼 정말 떨려요. 요즘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에 출연 중인데요, 공중파 첫 드라마에 첫 정극, 게다가 40부작이라 긴장도 많이 했답니다. 사실 제가 공백 기간이 꽤 길었어요. 1년이 넘었는데요, 그동안 정말 연기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원 없이 연기하고 있어 행복할 뿐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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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를 울려’, 저의 공백 깨준 고마운 작품
‘여자를 울려’에는 대선배님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먼저 말도 많이 걸어주시고 해서 정말 편안했어요. 하희라 선배님과는 특히 많은 장면에서 붙어요. 처음에 연기할 때 제가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알려주시거나 필요한 조언을 미리 말씀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많이 배웠는데 배운 만큼 잘 나오진 않아서 속상해요. 아직 햇병아리라서.(웃음)
드라마에서 천둥, 지일주 씨와 함께 해서 남복이 많다는 말을 들어요.(웃음) 당연히 미남들과 함께 하니 재밌죠. 요즘은 지일주 오빠와는 붙는 신이 많지 않아 자주는 못 봐요. 재밌는 건 두 사람의 캐릭터가 분명하다는 거예요. 실제 성격도 캐릭터와 거의 비슷하거든요. 감독님께서 보시는 눈이 엄청 정확하신 것 같아요.(웃음)
초반에는 천둥 오빠도, 저도 낯가리는 성격이라 서로 어색하고 말도 많이 못했거든요. 하지만 5개월 정도 촬영하니 서로 장난치기도 치고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아쉬운 건 천둥 오빠가 맡은 강현서와 제가 알콩달콩한 장면이 없다는 거예요. 매일 병원에서 진료만 하고.(웃음) 그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정말 다들 잘해주셔서 너무나 재밌게 촬영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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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여자를 울려 방송 캡처 |
극중 제가 연기하는 (박)효정이는 황경태(지일주 분)에게 다 퍼주고 그가 시켜서 부잣집 아들인 강현서(천둥 분)를 만나요. 그러다 강현서와 진짜 연인으로 발전해서 경태와 헤어졌어요. 약간 이해가 안 가는 캐릭터라고요?(웃음) 하지만 저는 황경태에게 하는 건 이해가 갔어요. 박효정이 다 퍼주는 스타일이 저랑 약간 비슷해서.(웃음) 대신 나쁜 남자한텐 국물도 없지만요.(웃음)
현서에게는 처음에는 사랑이 아닌 연민이었던 것 같아요. 상처를 주면 건강에 나빠지니 현서를 받아주기 시작한 건데, 저는 그걸 모성애로 해석했어요. 그러니 이해가 가더라고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가 효정이지만 나름대로 효정이와 친해지려고 여러 모로 노력했답니다.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벌써 끝이 다가온다니 믿기지 않아요. 시간이 너무 빨리 갔어요. 끝나면 엄청 허전할 것 같아요.
◇ 엄마 견미리, 언니 이유비, 그리고 배우 이다인
‘엄마를 울려’를 준비하면서 엄마(배우 견미리)께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엄마가 대본 나왔냐고 물어보시고 대본 맞춰보자고 해주셨어요. 신경이 많이 쓰이셨나봐요. 대선배님들도 많고 하니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불편하셨던 모양이에요. 물가에 어린에 내놓은 느낌처럼 안절부절못하셨어요.(웃음) 모니터링도 꼼꼼히 해주시고, 코멘트도 해주셨죠. 제겐 최고의 선생님이었어요. 엄마가 정극도 많이 하셨기 때문에 그에 맞는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엄마가 ‘배우 견미리’라는 걸 사실 처음에는 모든 분들이 모르셨어요. 나중에 감독님께서 말씀하셔서 알았어요. 이순재 선생님께서 이후에 대본 리딩하려고 다 모여 있는데 제가 인사드리는 걸 보면서 ‘얘가 미리 둘째 딸이야’라며 ‘제 엄마 똑닮았어’라고 하셨어요.(웃음) 제겐 그게 최고의 칭찬이거든요? 정말 어찌나 기분이 좋았는지 몰라요.
솔직히 어딜 가도 가족 이야기가 나오고 악플도 많이 달려요. 아무래도 속상하죠. 하지만 ‘엄마 빽’이라는 말은 제가 평생 안고 가야 할 말이라고 생각해요. 제 노력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죠. 대중이 ‘엄마 빽’이라고 오해하는 것도 당연하고 이해해요. 제가 잘하는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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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배우를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부담됐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 무섭기도 했어요. 사실 언니를 보고 용기를 얻었어요. 언니가 잘 해서 지금 본인의 이름으로 많이 알려지고 ‘누구 딸’이 아니라 ‘배우 이유비’로 많이 성장을 했잖아요. 저는 그런 걸 보면서 용기가 많이 생겼어요. 아무래도 언니가 가장 가까이 있고, 연령대도 비슷해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고요. 오디션장에 가면 정말 저한테 언니 이야기를 많이 하셔요. 칭찬도 많이 하고요. 그런 걸 보면 ‘언니가 정말 잘 하고 있고 나도 열심히 하면 인정받을 수 있겠구나’ 싶어요.
그런 언니랑 함께 MBC에 나오니까 정말 뿌듯해요.(이유비는 MBC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에 출연 중이다) 언닌 또 주인공이라서 좋고, 저는 주말드라마 찍고 있으니 정말 기분이 좋죠. 서로 모니터링은 하는데 코멘트 같은 건 안 해요. 아무래도 저는 신인이고 언니도 촬영하느라 바쁘고.(웃음) 하지만 응원은 아끼지 않아요.
◇ 어렵사리 걷게 된 배우의 길, 그리고 공백
저는 사실 연기를 정말 할 생각이 없었어요. 얼마나 힘든 직업인지를 많이 봐왔고 저도 ‘준공인’처럼 살아오다보니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이고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것들이 어렸을 땐 힘들었거든요. ‘너도 크면 연예인 할거니’라는 질문을 들으면 저는 ‘절대 안 한다’고 말하곤 했어요. 행복하지 않아 보였달까요. 정말 힘든 길인 걸 알았어요. 그러다 고3때 취미로 연기 레슨을 받는데 한창 진로를 정할 때라 연극영화과에 지원을 하게 됐죠. 마침 재미도 느낄 때였어요.
그런데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연기자를 할 생각은 없었어요. 연기는 재밌지만 다른 공부도 해보고 싶고 언어 배우는 걸 좋아해서 유학도 가고 싶었어요. 그러다 학교에서 하는 연극 무대에 올랐는데 너무나 재밌는 거예요. 끝나고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지고 배우들끼리 서로 잘했다고 응원하는 그런 순간들에서 정말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그 때부터 욕심이 생겼죠. 조금씩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그 욕심이 커져서 본격적으로 배우에 도전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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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데뷔까지 했는데 공백기가 왔어요. 갑작스러웠고 1년 반 정도 꽤나 길었죠. 생각이 많아졌죠. 슬럼프가 오기도 했고요. 정말 부족함도 많이 느끼는데 무엇보다 TV를 보면서 하고 싶은 역할이 너무나 많았어요. 욕심나는 역들이 계속 눈에 보이고. 그러다보니 답답함도 들었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기다리니 ‘여자를 울려’와 같은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됐어요. 저를 뽑아주신 감독님, 작가님께 정말 감사드릴 뿐이죠. 엄마가 늘 정극에선 조금만 못 하면 다 티 나니까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정말 연기하고 싶었던 그 마음 다 담아서 연기를 했답니다. 물론 제가 보기엔 늘 부족해 보이기만 하지만 그래도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요.
지금의 목표요? 무엇보다 끊이지 않고 작품을 하는 거죠. 두려움도 있어요. 또 공백기가 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 앞으로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매번 느끼죠. 이제 공백기를 잘라내고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요즘은 ‘어떻게 해야 연기를 잘 할까’밖에 생각이 안 들어요. 또래 여자배우 분들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걸 보면서 많이 배우고 연구해요. 저 역할 탐난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욕심쟁이라고요?(웃음) 연기에 있어서 만큼은 욕심 부리고 싶어요. 역할이 뭐든 상관이 없이 정말 끊이지 않고 조금씩 계속 하고 싶은 게 제 마음입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