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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도무지 몰입이 안 될 것 같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을 기대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지인이자 잠재 고객의 답이다. 지난해 이병헌이 당한 '50억 협박녀 사건'이 떠오른다는 설명이었다.
5일 말 많고 탈 많았던 영화 '협녀'의 언론시사회. 영화 관계자들이나 언론은 다른 이유를 떠나 온전히 영화를 관람하려는 부류다. 하지만 이병헌의 불미스러운 일은 온전히 영화에만 집중하게 하지 않았던 듯하다. 영화가 끝난 뒤 자연스레 화제는 '그 사건'이었다. 하긴 제목부터 '협박녀'를 떠올리게 하는 '협녀'다.
고려 말, 혼돈의 시대 세 검객의 숙명을 그린 영화. 고려의 왕이 되고자 하는 야심가 유백(이병헌), 유백과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등을 돌린 월소(전도연),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채 무공을 쌓은 홍이(김고은)의 이야기가 담겼다.
감각적인 연출과 세세하게 신경 쓴 영상미가 돋보이고, 정통무협이라기보다는 한국적 정서가 반영된 서사와 반전, 뜨거운 멜로 코드가 눈길을 끈다. 화끈한 대결 장면이 없고, 중간중간 널 뛰는 전개, 홍이를 살리려 갑자기 등장하는 월소, 이유없이 유백의 편이 된 것 같은 율(준호) 등 아쉬운 지점도 꽤 많았지만 그래도 '그 사건'이 없었다면 대체로 관심을 받을 만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병헌 변수'는 자꾸 시야를 좁혀 버린다. 문제다. 이병헌은 '반대' 여론을 어떻게 안고 갈 것인지 고심해야 한다. 이번에는 시간이 약은 아니다. 혹자는 할리우드에서 승승장구하니 한국 시장에 무슨 미련이 남겠느냐고 하지만 그는 한국 배우다. 지난 '협녀' 제작보고회에서 "지금까지 배우 이병헌으로서 살 수 있었던 건 여러분의 관심 덕분"이라며 반성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니 한국에서 좋은 모습을 더 보여줘야 한다.
'협박녀 사건'은 이병헌에게는 주홍글씨지만 그가 짊어지고 가야 할 몫이다. 그가 잘못 꿴 단추를 풀고 다시 채우는 줄 알았는데 또 다른 구멍에 넣은 모양새다. 앞서 이병헌은 '협녀' 홍보활동에 나선다고 했는데 지난 제작보고회가 끝이었다. 향후 홍보 활동 참여는 불투명하다. 할리우드 영화 '황야의 7인' 촬영 탓이지만, 이병헌으로선 기회를 잃은 셈이다.
다음에도 관객을 직접 찾아갈 기회를 미뤄야 할 상황이 올 지 모른다. 이병헌 관련 이슈는 쉽게 잊히지 않을 전망이다. 툭 까놓고, 뭐만 했다 하면 안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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