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유지혜 기자] 지난 3월 영화계가 한차례 크게 술렁였다. 건국대학교 측에서 영화과와 영상학과가 저조한 취업률 탓에 통합한다고 통보했고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충돌했던 것. 학생들은 ‘예술학부를 취업률 잣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 맞섰고 샤이니 최민호, 걸스데이 혜리, 배우 고경표 등 수많은 스타들이 행보를 함께해 사람들의 관심을 고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지금 이들의 반대 시위는 학교 측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소강상태를 맞았다. 학교 측이 건국대영화과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통폐합 관련 개정안에 대한 답변 요구에도 몇 달 째 회신을 미루다가 기말고사와 종강을 맞으면서 상황이 흐지부지해진 것이다. 그러던 차에 학교 측은 지난 6월12일 ‘학생들의 요구는 아무것도 들어줄 수 없다’는 취지로 공문을 보내 사태를 급마무리지었다.
건대 영화과 통폐합 사태는 애초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교됐다. 올 초 건대 측이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따라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영화학과와 영상학과 통합을 결정하고 2016 입시요강에 반영하겠다고 기습 발표했고, 재학생들은 즉각 반발하며 비대위를 꾸려졌지만 SNS를 이용한 시위와 학교 점거 농성 이외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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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주영 |
비대위 활동이 그나마 가시화된 건 지난 3월25일 고경표가 ‘#saveKUFILM’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사진이 퍼지면서부터다. 당시 그는 SNS에 “건국대학교 영화과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통폐합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말이 쉬워 통폐합이지 사실상 학과폐지나 다름없는 방침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자신의 뜻을 강하게 전했다.
같은 달 30일 비대위도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건대 측의 통폐합 결정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는 “영화과와 영상과는 애초 성격이 완전 다른 학문으로 설립돼 영화과에서 영상과의 전입은 불가했고 지금까지 학교는 두 전공이 유사하지 않기 때문에 두 학과간의 전과를 허용하지 않았다(건국대2015년 학사요람 3장5절 제36조)”며 갑자기 180도 변한 학교 측 태도에 의문을 표했다.
또한 “학교 측은 취업률이라는 잣대로 예술디자인대학 건국대 전체 평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우리가 직접 교육부에 문의한 결과 예체능계열 졸업생의 취업률은 대학 취업률 통계에서 제외되며, 예산 지원사업과 대학 구조조정 사업 평가에도 반영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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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고경표 인스타그램 |
하지만 학교 측은 요지부동이었다. 비대위 측에 따르면 4월 말 일단 한발 물러나 통폐합은 따를테니 후속조치에 기획안을 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되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였다. 학교 측에서 ‘기다리라’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다른 행동을 보이진 않았다고.
비대위의 요구는 네가지였다. △학적 유지기간 연장(개편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거절), △본주 차원의 학실한 재정 지원(추가 편성 불가로 거절) △통합학과 평가의 유보(답변 어려운 상황) △세부전공의 보장 요구(학과가 최소단위라 거절) 등을 요구했지만 괄호 속 이유로 학교 측으로부터 사실상 거절당했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학교 측과 얘기를 해도 구체적인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고려하겠다’ ‘논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질질 끌고 가다가 이런 결론을 내놓은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이어 “대학구조개혁이 누굴 위한 것이냐. 이번 개편으로 더 좋은 학과를 만들자고 하지만, 허울만 좋을 뿐 돈이 안 되니 예술학과는 축소해도 괜찮다는 것 아니냐”고 덧붙여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건국대학교 측은 “달라진 것은 통합된 명칭 뿐이다. 그동안 진통과 논의 끝에 공론화를 거쳐 최종 확정된 형태이고 9월 시행될 예정”이라며 “전공 특성을 살린 커리큘럼은 변함없다. 보강했으면 보강했지, 빠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2016년도 입시요강에는 영화 애니메이션학과로 명시돼있다. 한 학기에 걸쳐 진행된 학생들의 시위가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셈이다. 학교가 외면한 학과 정통성과 학생 권리를 지키겠다는 이들의 노력은 애초부터 무리수였던 것일까.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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