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유지혜 기자] ‘건대 영화과’ 사태에 대한 학생 측과 학교 측의 입장차가 확연하게 갈렸다. 사태 ‘봉합’과는 거리가 먼 결과다.
지난 3월 건국대학교는 영화과와 영상학과의 통폐합을 선언했고,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반대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지금도 우리의 요구는 아무 것도 이뤄진 게 없다”고 주장하지만 학교 측은 다르다. “이미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수용하고 사태가 봉합됐다”는 입장이다. 같은 사안임에도 온도차가 이렇게나 다른 이유에 대해 각 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 학교 측 “우리는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습니다.”
건국대학교 홍보팀은 건대 통폐합 과정에 대해 “언론 대응에 대해 학생들이 불만이 많았기 때문에 별다른 답변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 학교 관계자는 “달라진 것은 통합된 명칭 뿐”이라며 “그동안의 진통과 논의 끝에 공론화를 거쳐 최종 확정된 형태의 모집 요강이 9월 시행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국대학교 홈페이지에 명시된 예술디자인대학 2016년 모집요강 수시 모집 단위에 따르면, 영화과와 영상학과는 영화애니메이션학과로 합쳐 기재가 돼 있으며 애니메이션 30명, 연출제자 15명, 연기 15명의 인원을 모집한다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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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공 특성을 살린 커리큘럼은 변함없을 것이며, 보강했으면 보강했지 빠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과 재학 중인 학생들이 영화과로 졸업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세부 조율 중이라고 학교 측은 답했다. 현재 1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의견을 더할 것이지만 단, 1학년 학생들이 휴학과 군대 등을 거쳐 10년 정도 학교를 다닌 후에도 영화과로 졸업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곤란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외에도 학적 유지기간, 재정 지원 요구 등 학생들의 요구 사항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은 지난 6월12일 학생복지처 학생지원팀이 정리한 ‘예술디자인대학 후속조치 요구안 답변서’에 더욱 자세히 명시돼 있었다.
△ 학적 유지기간에 대한 연장 요구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시한 5년이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유지기간을 7년으로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학과(전공)가 변경될 경우 해당 학과(전공) 소속 학생들은 변경 후에도 학과로 학적을 모두 변경해야 한다는 학칙에도, 이번 학사구조 개편 대상학과의 경우 기존 학과로 졸업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최대5년) 동안 기존 학과 학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결정한 바 있다”고 5년으로 상정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학교 측은 “5년은 가사휴학 등 선택권이 배제된 상황에서 기존 학적으로 졸업 가능한 기간을 의미, 신규학과의 교육과정 운영 상 최소 약속한 3년을 초과하여 추가로 산정한 것”이라며 “학적 유지 기간을 예술디자인대학만 7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타 대학과 타 학과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며 학제를 재정비하여 효율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학사운영을 하고자 하는 개편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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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건국대 비대위/건대 신문 |
△ 본부차원의 재정지원 요구
학생 측은 기자재 충원 등을 위한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며 재정적 지원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2015년도 예산은 이미 확정돼 실행하고 있어 현재 재정 지원자금을 추가로 편성하기는 어렵다”고 이를 거절했다.
다만 학교 측은 “예술디자인대학 학생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검토할 구체적인 자료 없이 재정지원을 무조건 약속하기는 어려우며 추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요청이 있을 경우 고려할 수 있는 사안임을 알린다”고 덧붙였다.
△ 통합한 학과의 평가 유보
학생 측은 2년 단위로 진행되는 학과 평가안에 대해 2016년 신입생을 받게 될 리빙디자인과와 영화애니메이션과는 정규 1회 졸업생이 없는 상태이므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1회 졸업생이 발생하는 4년 후 학과 평가안을 적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학교 측은 “교육부에서 2015년 1월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라 새로운 대학 평가체제 도입 및 평가 결과에 따른 구조개혁 조치를 위한 불가피한 방안으로 우리 대학에서도 현재 학과 평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학과 평가안의 목적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학교 측은 “학과 평가유보여부를 단정 지어 답변 드리기는 시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며, 학과(전공)별 의견을 수렴하여 합리적인 적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학생들이 요구한 사항에 대해 학교가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없었다. 대부분의 요구 조건은 “이를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만이 돌아왔다. 그나마 고려하겠다는 사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올지는 불투명했다. 영화과와 영상학과는 당장 내년인 2016년부터 통폐합된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학교 측은 이런 학생들의 불안감을 전혀 감지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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